물기 제로에 도전하는 베이징 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의 화장실. 노컷뉴스[편집자주] 2022 베이징 올림픽 취재 뒤에 담긴 B급 에피소드, 노컷뉴스 '베이징 레터'로 확인하세요.
자, 오늘 저녁 여러분의 집에 중요한 손님이 오기로 했습니다. 참고로 그동안 친분이 별로 없어 처음 집에 오는 손님입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디를 먼저 청소하시겠어요?
저는 화장실입니다. 분명 화장실에서 손을 씻거나 볼일을 볼 것이고 잠시나마 구석구석 관찰도 하겠죠. 괜찮은 식당인지 보려면 화장실을 보면 안다는 말도 있죠? 그만큼 화장실은 어디서나 중요합니다.
이런 국제 대회를 취재해도 마찬가지입니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중국 베이징은 어떨까요?
전 세계 취재진을 맞이하는 메인프레스센터(MPC)의 남자 화장실은 지나칠 정도로 깨끗합니다. 심지어 저희 집보다 깨끗합니다. 세면대나 바닥에 물기 한 방울이 떨어지는 것도 용납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있습니다. 화장실을 관리하는 분이 거의 하루 종일 화장실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밖이 아니고요.
물기 하나도 용납하지 않는 중국 베이징 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MPC)의 남자 화장실. 관리하시는 분은 거의 화장실에서 상주하며 청소를 하고 있다. 노컷뉴스
MPC의 옆에 있는 화장실을 관리하는 이 분. 정확한 근무 시간은 모르겠지만 갈 때마다 있습니다. 10번 중 8, 9번은 있었으니까요. 그야말로 십중팔구입니다.
처음에는 한 분이 계속 일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헤어 스타일이 비슷한 두 분이었습니다. 두 분 모두 해병대의 상륙형 돌격머리를 하고 있어 더 헷갈렸습니다. 아마도 두 명이 교대 근무를 하는 듯합니다.
대기하다 청소할 것이 생기면 달려옵니다. 물 한 방울이 떨어지면 바로 닦습니다. 손을 씻으면 물이 튀는 것이 당연한데 오히려 미안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손을 씻고 종이 타올을 뽑지 않고 제 옷에 더 빨리 닦아버린 적도 있습니다.
중간중간 상태 점검 리스트에 기록하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자세히 보니 30분 간격으로 계속 점검 중이네요.
2명의 담당자가 30분 간격으로 계속 화장실을 점검하고 있는 표. 노컷뉴스덕분에 아주 깨끗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 깨끗해서 처음엔 재미난 실수도 했습니다. 화장실에 왔는데 비누가 없었습니다. 보통 세면대 위에 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알록달록한 작은 조약돌이 보였습니다. 만져보니 조약돌처럼 단단한데 미끌미끌합니다.
'이게 비누인가? 중국은 이런 비누를 사용하나? 고급 비누인가?'그래서 그걸 비누 삼아 문지르고 손을 씻었죠. 이런 저의 어리석은 행동에 옆에서 지켜보던 화장실 지킴이께서 득달같이 달려옵니다. 그리고는 유리에 붙어 있는 메시지를 가리킵니다.
네. 유리에는 '액체 비누는 이곳에서 나온다'라고 표시돼 있었습니다. 거울 안쪽에 비누가 나오는 곳이 있습니다.
그럼 조약돌은 뭐하러 있냐고요? 흘러내린 액체 비누가 세면대를 더럽히지 않도록 비치한 것이죠. 그냥 접시만 두면 밋밋하니 예쁜 돌을 올려둔 것입니다.
위에서 내려오는 액체 비누가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해 작은 조약돌이 담긴 접시를 놓은 모습. 노컷뉴스
늘 그렇듯, 깨끗하지 않은 곳도 있겠죠?
쇼트트랙과 피겨 스케이팅 경기가 열리는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은 반대입니다. 취재진이 이용하는 남자 화장실은 최악입니다. MPC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물을 내리지 않은 변기에 담배 꽁초가 수북하게 담긴 모습… 상상을 초월합니다. 여러분의 정신 건강을 위해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화장실 안은 담배 냄새로 가득합니다. 혹시 몰라 다른 기자에게 물어보니 여자 화장실은 깨끗하다고 하네요. 여러분의 안 본 눈을 위해 이곳 사진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오늘부터 캐피털 실내경기장은 취재진이 더 붐빌 것입니다. 동계올림픽의 꽃인 피겨 스케이팅 경기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오늘 밤 대한민국의 남자 피겨스케이팅 간판 차준환·이시형(이상 고려대)이 첫 쇼트 프로그램 연기를 펼칩니다. 세계적인 피겨 스타 네이선 첸(미국)과 하뉴 유즈루(일본)의 맞대결도 열립니다.
과연 이곳은 어떻게 변할까요? 해병대 머리의 지킴이 분께서 득달같이 달려오시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