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선수단에게 K-도시락을 만들어 줄 조리팀의 늠름한 뒷 모습. 노컷뉴스[편집자주] 2022 베이징 올림픽 취재 뒤에 담긴 B급 에피소드, 노컷뉴스 '베이징 레터'로 확인하세요. 혹시 지난해 2020 도쿄올림픽 기억나세요?
방사능 오염 우려가 있는 현지 식자재 대신 태극 전사들을 위해 한국에서 직접 공수한 식자재로 도시락을 만들어 선수단에 제공했죠. 당시 일본 언론은 한국이 도시락을 만드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는데요. 미국 등 다른 나라도 도시락을 만들어 제공하자 불만의 목소리가 쏙 들어갔죠.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도 이른바 'K-도시락'이 나옵니다. 4일 개막부터 선수들에게 아침, 점심, 저녁 도시락을 만들어 배달하죠.
폐쇄 루프와 버블 방식으로 치러지는 올림픽인 만큼 이번에는 도시락 사실상 필수입니다. 외부 식당은 전혀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선수단의 사기를 끌어올려 주는 맞춤형 음식이 필요하죠. 폐쇄 루프인 만큼 현지 언론도 이런 부분에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마침 제가 묵는 숙소는 이번에 K-도시락을 만들어주실 조리팀이 함께 묵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 호텔의 5층 주방을 빌려서 한국 선수단의 도시락을 만들죠.
조리팀장님을 포함해 약 8명의 조리원으로 팀이 꾸려졌습니다. 대행사 직원 분들과 함께 오신 조리팀은 저희와 같은 날 호텔 체크인을 했습니다.
오늘은 대한체육회에서 K-도시락의 모습을 취재진에게 공개하기로 한 날입니다. 본격적인 대회를 앞두고 '한식(韓食)의 힘'을 뽐낼 시간이죠.
베이징 경기장에서 만난 선수들도 도시락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선수촌 음식이 입에 안 맞는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선수단에 최적화된 도시락이 좋죠. 하루빨리 K-도시락이 오길 바라고 있었습니다.
때마침 오늘 아침 식사 중 도시락을 만들 조리팀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밝은 표정의 조리팀은 도시락 준비에 정성을 기울이고 계셨습니다.
조리팀 관계자는 "미리 받은 선수들의 식단에 맞게 도시락을 만든다"고 말했습니다. 선수들이 최선의 컨디션을 낼 수 있게 맞춤형으로 제작 중이었습니다.
관건은 식자재 공급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음식을 공수해오지만 통관, 검역 등 절차가 있어서 모든 음식을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죠. 베이징에서 조달할 수 있는 음식은 현지에서 공수합니다. 때문에 더 세심하게 체크하고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근무 강도는 엄청납니다. 새벽 4시~5시에 선수단 아침 도시락을 만들고 조식과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점심 도시락을 제작합니다. 오후 잠시 휴식 후 다시 저녁 도시락을 만드는 일과입니다.
힘드시지 않느냐는 질문에 관계자는 "힘들지만 더 고생하는 우리 선수들이 있는 만큼 저희도 열심히 해야 한다"며 미소를 보였습니다.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조리팀도 저희와 똑같은 방역 절차를 거쳐서 입국했습니다. 여러 가지 앱 설치와 서류 제출의 산을 넘었죠. 이 과정이 저에겐 큰 장벽이었는데 이분들은 어땠을까요?
질문했더니 "말도 말라"면서 혀를 내둘렀습니다. 다른 분은 "이틀 동안 서류를 제출했다"며 허탈한 웃음을 보였습니다.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가 묻어 있는 표정이었습니다. 이런 고생 끝에 만들어지는 'K-도시락' 선수들에게는 정말 든든한 힘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