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경찰서 제공100억 원대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서울 강동구청 소속 공무원이 '제로페이 계좌'를 사용해 돈을 빼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제로페이 계좌를 사용할 경우 구청 회계 시스템에 포착되지 않기에 이를 악용해 범행을 저지른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2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강동구청 7급 주무관인 A씨는 지난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구청 투자유치과에서 근무하며 115억 원 상당의 투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횡령 과정에서 구청 명의 '제로페이 계좌'를 활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강동구는 강동일반산업단지와 단지 내 고덕비즈밸리 등의 대규모 개발사업을 진행 중인데, 사업비는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도 비용을 부담한다. A씨가 빼돌린 돈은 SH에서 받은 폐기물처리시설 건립 자금으로, 이를 제로페이 계좌로 받은 뒤 개인적으로 입출금한 것으로 전해진다.
연합뉴스제로페이 계좌의 경우 구청 내 회계 시스템에 잡히지 않아 결산도 피해간 것으로 파악된다. A씨가 이 사실을 알고 이른바 '꼼수'를 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2020년 결산 과정에서 구청 측은 'SH 기금이 왜 들어오지 않는지' A씨에 물었던 것으로도 파악됐다. 이에 A씨는 "SH 내부 사정으로 지연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월 1일 자로 인사이동을 발령받은 A씨는 인수인계 과정에서 후임자에게도 기금이 있다는 사실을 숨겼다고 한다. 결국 후임 담당자 3명은 횡령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후 4번째 후임자가 오고 나서야 입금 내역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수상해 조사가 이뤄졌고, 결국 범행 사실이 포착됐다.
경찰은 지난 23일 구청의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으며, 지난 24일 오후 8시 50분쯤 A씨 주거지 주차장에서 A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빼돌린 돈으로 코인과 주식 투자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계좌 내역 등을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A씨 체포 당시 압수한 휴대전화 등을 포렌식하는 한편 횡령 목적과 횡령금 사용처, 공범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 A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신청했으며, 영장실질심사는 26일 오전 10시 30분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