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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도 뜨뜻미지근한 586 용퇴론…이재명 '야성'도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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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대선 한 달 반 앞두고 민주당 내 '586 용퇴론' 솔솔
이재명식 민주당 개혁, '원팀' 기조에 눌려 실종
선대위 내부 "여야 박빙 속 '무난한 패배'가 가장 나쁜 시나리오"
"세대 교체 통한 민주당 개혁과 반성 모습 보여줘야" 지적 잇따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3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중앙어울림센터 앞 광장에서 열린 '매타버스 화성 민심 속으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3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중앙어울림센터 앞 광장에서 열린 '매타버스 화성 민심 속으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20대 대통령선거가 44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정치권은 '대장동 특혜 개발'과 '무속인 연루' 의혹 등을 놓고 서로 물고 물리는 네거티브전을 펼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간 지지율 격차가 혼조세를 보이는 가운데, 민주당 안팎에서는 좀처럼 이재명에 마음을 주지 못하고 관망하는 중도 표심을 가져오기 위해 '586들이 용퇴하고 이재명만의 새 정치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재명의 민주당'보다 중요했던 '원팀' 기조

'586 용퇴론'의 배경에는 '이재명의 민주당'이 있다.

지난해 10월 당 경선에서 최종 주자로 선출된 이 후보는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겠다"며 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등을 정조준했다.

"이재명으로 정권이 바뀌어도 정권재창출이 아닌 정권교체"(송영길 당 대표) 등의 발언은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를 대선 전략으로 삼겠다는 초기 구상이자, 높은 정권교체 여론에 대한 반격이었다.
 
윤창원 기자윤창원 기자이 후보가 비록 중앙정치 경험은 없지만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등 지자체장을 지내며 보여준 실전 행정경험을 바탕으로 출산·교육·입시·취업·부동산·경제·남북관계 등 전 분야에 대한 국정운영능력을 갖췄다는 자신감도 깔렸다.
 
하지만 친문 진영의 반발과 51대 49로 수렴되는 대선 정국 특성상 당내 '원팀' 기조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또 국민 삶에 바로 영향을 미치는 소소한 공약 발표와 각종 경제정책, 집권 후 비전 제시 등으로 이후 '이재명의 야성'이 일정 정도 순화됐다는 게 선대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한형 기자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한형 기자

조국 사태 겪으며 인적 쇄신 거론됐지만 살아남은 586


이런 가운데 최근 민주당 일부에서는 '586 용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2020년 '조국 사태'와 서울·부산시장 성추행 대응 과정에서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민심 이반을 겪은 민주당은 당시 당 내 주류 정치 세대인 586 의원들에 대한 인적 쇄신으로 성난 민심을 달래야 한다는 자성론이 강하게 일었다.
 
"상왕격의 이해찬 전 대표 지도를 받는 586운동권 주류가 김어준의 방송을 매개로 강성 지지층을 세뇌시켜 당내에서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당 밖으로는 이견을 가진 이들을 '토착왜구'로 몰아 입을 틀어막는 기제가 아예 민주당의 골격으로 굳어졌다."(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586 민주화 엘리트'들은 이명박과는 반대로 도덕, 권력, 돈의 순으로 상징 자본을 쟁취했다. 586 민주화 엘리트들은 무능·위선·부패의 상징이 되었다. 그들은 더 이상 '재야의 선비'도 아니고, '개혁적 사대부'도 아니다. 그저 돈과 자리만 탐하는 '타락한 양반'일 뿐이다."(박성민 정치컨설턴트)

이런 비판에도 21대 총선을 앞두고 대한민국의 코로나19 방역이 전세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586 용퇴론은 힘을 잃었다.

또 문재인 정부의 초기 개혁 드라이브에 번번이 발목을 잡은 '여소야대' 국회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586 출신 대부분이 총선에 출마해 180석을 확보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윤창원 기자

"민주당 내부 개혁도 이뤄낼 적임자가 바로 이재명"


최근 불거진 '586 용퇴론'은 정치개혁과 선거전략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내포하고 있다.
 
다른 세대에 비해 정치·경제적 혜택을 충분히 누렸지만 민주화 이후 양극화 해소 등 사회 갈등 봉합에 역할을 못한 586 의원들이 2030 세대에게 자리를 물려줘, 민의 기관인 국회를 세대별·직능별로 다양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세대교체를 통한 정치개혁으로 그간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선거전략으로서의 '586 용퇴론'은 현재 민주당의 위기를 반영한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 윤창원 기자586그룹 인사로 꼽히는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대로는 안된다'는 장문의 글을 통해 586 용퇴론을 공식화했다.

김 의원은 "국민의 대표는 국민을 닮아야 한다. 국민은 다양한데 국회가 엘리트 5060 동종교배여서는 신뢰받지 못한다"며 "2030과 여성 등 다양한 국민들이 실제 인구만큼 국회에 들어와야 한다. 노무현이 20년 전 선거법개정으로 승자독식 대결정치를 바꾸자고 절규했지만, 386 정치인 100명이 넘는 국회에서 노무현의 정치개혁은 멈춰서 있다"고 비판했다.

또 "지금이라도 정치 바꾸겠다고 비상하게 결단해야 한다. 이른바 '대권'을 결정하는 선거 아닌가, 민주당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586 용퇴론에 대한 민주당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대선 국면에서 불필요한 논란이다", "그럼 소는 누가 키우나" 등의 반응이 대세다.  

하지만 실행력을 최우선 가치에 둔 이재명 후보 선대위에서는 이제 이 후보가 정치개혁에 대한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동시에 제기된다.

정치인 이재명에게 거는 국민 기대 중 하나가 바로 개혁에 대한 실행력이라는 것.

특히나 대선후보 경제정책 제시 등으로 이재명만의 '야성'이 실종됐다는 내부 분석도 지금이라도 정치개혁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선대위 한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주류가 본인들을 개혁할 수 없다는 것은 역사적인 사실"이라며 "현재 민주당 밖에서 온 선대위 구성원들과 90년대 이후 학번들은 586세대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부뿐 아니라 민주당 내부 개혁도 이뤄낼 적임자가 바로 이재명 후보"라며 "대선 정국에서 이 부분을 국민께 보여드려야 하는 데 당 내 누군가를 적으로 만드는 모양새 자체가 현재 어려운 문제"라고 토로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의 박빙 구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민주당 선대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현재의 추세가 계속되면서 '무난한 패배'에 이르는 것.

결국 민주당의 반성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정치개혁 필요성을 제기하는 등 이 후보만의 강한 메시지가 나와야 중도 표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선거공학적 고민도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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