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윤창원 기자설 연휴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이재명 대선 후보의 지지율 박스권 정체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으면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더불어민주당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을 기점으로 상승세를 이끌어내야 하지만 당 안팎의 사정으로 인해 좀처럼 추가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尹 부진에 힘입은 지지율 1위…1달 넘게 박스권에만
국민의힘의 당 내홍으로 인해 윤석열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주춤하면서 나타난 이 후보의 연말연초 상승세는 최근 다시 주춤하고 있다.
상승세의 원동력이 당 내부에 있지 않고 외부 요인에 있다보니 국민의힘이 안정을 되찾자 다시 30%대 박스권에 머물게 된 것이다.
그래픽=김성기 기자한국갤럽이 지난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월 셋째 주 정례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후보의 지지율은 34%, 윤 후보의 지지율은 33%로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으로 나타났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같은 기관의 12월 14~16일 조사에서 10%p, 직전인 1월 11~13일 조사에서 6%p이던 윤 후보와의 격차는 이번 조사에서 1%p까지 좁혀졌다.
주목할 부분은 이 기간 동안 이 후보의 지지율이 거의 같은 수준으로 유지됐다는 점이다.
이 후보는 이번 조사를 포함한 한국갤럽의 지난 7차례 정례조사에서 31~3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나마 31%는 1차례, 37%도 1차례에 불과했다.
이 기간 동안 윤 후보의 지지율은 26~42%를 오갔다. 이 후보의 1위가 자력이 아닌 윤 후보의 상황에 따라 얻어진 결과물인 셈이다.
이같은 지지율 정체는 특별한 감점 요인이 없지만, 그렇다고 득점을 할 수 있는 묘책도 마련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재미 못보는 정책행보…"추경 긴급회동" 제안도 성사 불투명
민주당 대선 선거대책위원회는 이 후보의 행정능력을 어필할 수 있는 정책공약 행보로 조금씩 지지율을 높여서 대선이 치러질 무렵에는 40%대 중반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지만 좀처럼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이 후보는 선거에 역동성을 부여하기 위해 21일 야권 후보들에게 '긴급 회동'을 제안했다.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마련에 모든 후보가 동의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제출한 14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35조원까지 키울 수 있도록 대선 후보들이 힘을 합해보자는 취지다.
하지만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을 "차기 정부 담당자들이 하게 하면 된다"며 국채 발행과 세출 조정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둔 것인지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 데다, 국민의힘과의 의견 차가 여전해 실현 가능성보다 단순히 야당 압박용 이벤트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제안에 대해 국민의힘은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했고, 국민의당도 이 후보를 "포퓰리스트"라고 비난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형수와의 통화 녹취파일이 공개되면서 이 후보 본인 뿐 아니라 배우자인 김혜경씨까지 논란에 휩싸인 점과, 도박 등 아들 관련 논란까지 여진을 남기면서 설 밥상머리에 앉은 가족들 간의 대화 소재가 될 가능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정청래 사과에도 불교계 민심 변수…文정부와 차별화 수위도 고심
어수선한 당 내부 상황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봉이 김선달' 발언으로 불교계의 화를 산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불교계에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참회와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당 지도부를 비롯한 다수 의원들의 불교계 민심 달래기 행보에 이어 정 의원 본인도 여러 고찰을 직접 방문한 데 이어 공식 사과 또한 거듭했지만 탈당이나 의원직 사퇴 등 불교계가 요구한 사항은 이뤄지지 않아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이 후보의 측근 인사가 불교계 진정을 위해 정 의원에게 자진 탈당을 권유했는데, 정 의원이 이를 조용히 처리하는 대신 오히려 폭로하면서 '해도 너무 했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정 의원의 사과 기자회견으로 불교계 달래기에 대한 노력의 진정성은 확인됐지만 당내에서는 '시한폭탄' 같은 상황을 계속 이어가야 하느냐며 정 의원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왼쪽)와 이낙연 공동위원장. 윤창원 기자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 또한 고민의 지점이 되고 있다.
이 후보 본인이 부동산 정책 실패, 보다 적극적인 코로나19 피해 지원의 필요성 등을 역설하며 차별화에 나선 데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이 후보의 당선도 정권교체"라며 중도표심 잡기에 노력 중이지만 오히려 당내에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도하게 선을 그을 경우 친문 성향의 지지층의 반감을 사면서 여권의 결집력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의 당내 경선 최대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차별화 선거 전략 때문에 문재인정부의 성취까지 사실과 다르게 평가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며 당을 향해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설 연휴에 열릴 가능성이 높아진 TV토론이 상승세를 이끌어낼 변곡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그 전 일주일 동안은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를 통한 수도권 민심행보와 공약 발표 외에는 별다른 이벤트가 나오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아직 선거까지 40여일이 남았고, 결국 국민들께서는 사소한 이슈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시기 보다는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 리더가 누구인지를 선택하실 것"이라며 "행정능력, 정치능력에 있어서 이 후보가 더 나은 후보라는 점을 진정성 있게 호소하고 공약하며 차분히 지지율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