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e스포츠 발전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 창립총회'에서 이재명 대선 후보와 함께한 정청래 의원.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선 후보를 비롯해 당 주요 인사들의 화해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당 소속 정청래 의원과 불교계의 갈등이 좀처럼 진화되지 않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내에서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정 의원에게 탈당을 권유했지만 이 사실을 정 의원이 공개하면서 새로운 마찰이 시작되는 모양새다.
정 의원은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이핵관(이재명 측 핵심관계자)이 찾아왔다. 이재명 후보의 뜻이라며 불교계가 심상치 않으니 자진 탈당하는 게 어떠냐고"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으니 이 후보 측에서 자신에게 자진 탈당을 권유했다는 사실을 알린 것이다.
정 의원은 "인생사 참 힘들다. 이러다 또 잘리겠지요"라며 "당이 저를 버려도 저는 당을 버리지 않겠다. 오히려 당을 위해 대선승리를 위해 헌신하겠다"라고 자진 탈당 의사가 없음을 강조했다.
이같은 정 의원의 발언은 민주당 내부에 거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정 의원이 주요 사찰의 문화재관람료 징수에 대해 '봉이 김선달'이라고 비난하면서 분노한 불교계의 민심을 달래기 위해 당 전체가 노력 중인 가운데 이뤄진 일종의 폭로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6일 강원도 양양군 낙산사를 방문, 법인 스님으로부터 부국강병을 기원하는 발원문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제공 이 후보는 지난 16일 강원도 일정 중 낙산사를 비공개로 방문해 부주지 법인스님과 환담을 나눴다.
이 후보는 공식 일정 중 일부러 시간을 내 낙산사에 들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지난 15일 정 의원이 비난했던 합천 해인사를 찾았고, 이 후보의 후원회장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윤호중 원내대표와 함께 17일 조계사를 방문했다.
불교계는 오는 21일 해인사에서 전국승려대회를 열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드러난 정 의원과 이 후보 측 관계자의 만남에 당내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당 지도부를 비롯한 대다수가 진화 노력에 나선 상황임에도 정 의원이 추가적인 사과의 노력이나 자숙 대신 폭로성 게시글을 올린 데 대한 분노가 쏟아져 나왔다.
지난 17일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윤호중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이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방문해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만나기에 앞서 대웅전에서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민주당 중진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저렇게 다들 나서서 자기가 벌린 일을 열심히 진화하고 있는데 어떻게 저런 내용의 대화를 공개할 수 있느냐"며 "자기가 저지른 불을 다른 사람이 꺼주고 있는데 대해 고맙다고는 하지 못할망정 불을 더 키우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고 말했다.
당 지도부 인사도 "불교 폄하 발언 직후 난리가 났을 때부터 당내에서는 '납작 엎드려야 한다'고 정 의원에게 권유해왔다"며 "그럼에도 정 의원이 적극적이지 않아 당 지도부도 답답해했었다"고 전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이런 식의 행위가 정 의원과 이 후보를 분리시켜서 정 의원의 행동이 민주당과는 무관하다는 메시지를 불교계에 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윤핵관'이라는 표현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다툼 중이던 윤석열 후보 측을 견제하기 위해서 사용한 표현인데 마치 우리 또한 그런 갈등이 있는 것처럼 '이핵관'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런 일이 발생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정청래 의원 이핵관으로부터 탈당 요구받았다는 보도, 사실인가? 상상이 안된다"며 "그런 일이 결코 있어선 안 될 일이다. 민주당은 공당이고 민주적 정당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어르신 공약' 발표 현장인 서울 동작구 신대방2동 경로당에서 취재진과 만나 "정 의원에게 누가 뭐라고 했는지 아는 바가 없어 말씀드리기가 어렵다"며 "경과를 좀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