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며칠 전 소상공인 대출 받은 것 대출 이자 인상 안내 문자를 받았다. 금리 인상 뉴스를 보고 예상하고 있었지만 문자를 받으니 실감이 난다. 올해도 '헬지옥'일 것 같다"
"코로나 시국에 거리두기로 매출도 반으로 줄었는데 신용대출 이자는 늘었다. 모든 상황이 목을 조여들어 오는 것 같다"한 포털 사이트의 소상공인 카페에는 최근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대출 이자 상승 고민을 토로하는 글들이 심심찮게 올라왔다.
한국은행이 1월 기준금리를 1.25%로 인상한데 이어 연내 두세 차례 더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이자는 연 7%, 신용대출 금리는 6%에 근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 시국에 빚으로 버텨 온 소상공인·자영업자와 취약계층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 우려된다.
빚으로 버텼는데…자영업자 1인당 6억 '다중 채무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신용평가기관인 나이스평가정보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자영업자 중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 받은 다중채무자는 27만 2308명이었다. 전체 차주 276만 9609명 중 9.8%에 해당한다. 2019년 말 12만 8799명과 비교하면 2배 정도 늘어난 수치다.
코로나 영업난 속에서 자영업자들이 은행은 물론 제 2·3금융권에서 돈을 끌어다 쓸 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지난해 11월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대출 잔액은 약 632조원으로, 코로나 사태 직전인 2019년 말보다 31.2% 증가했다.
연합뉴스게다가 금융당국은 소상공인을 위한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조치를 3월 말 종료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최근에는 소상공인 등을 위한 초저리 정책대출상품의 금리 인상 가능성마저 가시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과 대출 축소 기조로 인해 코로나 시국을 빚으로 간신히 버텨온 자영업자들의 채무상환 능력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리 인상에 위축되기는 실수요자들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은행권 전체 가계대출(잔액 약 910조 4899억원)의 75.7%가 변동금리를 적용받고 있다. 한은이 지난해 8월과 11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올린 뒤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0.5%포인트 이상 뛰었다.
한은이 이달 인상에 이어 연내 추가 금리인상도 예고하고 있는 만큼 대출 금리 상승세는 더욱 속도가 붙을 수 밖에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올해 1.75%까지 오른다고 가정하면 주담대는 7%, 신용대출 6%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불가피하지만 문제는 인상 이후···더 급해진 취약 계층 '안전장치'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소상공인 부채 리스크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금융당국의 앞에는 시중의 과도한 유동성을 억제하면서도, 취약 계층을 위한 완충 지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가 놓였다. 하지만 금리 인상이란 '양날의 칼'을 어떻게 다뤄야할지에 대한 고민이 깊다.
19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소상공인 부채 리스크 점검 간담회'에 참석해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마련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고 위원장은 "자영업자의 '위기대응 여력 확충'과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위험관리 강화'란 서로 다른 요구가 계속될 것"이라면서 "정상화 과정에서 자영업자들의 급격한 일시상환 부담을 겪거나 금융 이용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충분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고 위원장은 지난 13일 경제·금융 전문가들과의 간담회에서도 긴축 전환 과정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취약 차주의 충격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고 위원장은 "취약차주로부터의 리스크가 금융시장으로 증폭·전이되지 않도록 다양하고 효과적인 금융지원 방식을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시중은행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취약계층이 채무 상환을 못하게 되면 결국 은행이 부실화를 짊어져야 하는 부분이 있어 면밀하게 협의해 나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취약 계층에 대한 재정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이자 상환 유예 등 금융 지원을 일부 유지해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부 이자 상환 유예 등 금융 정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작정 돕기보다는 이자 상환 유예를 유지할 부분과 아닌 부분을 '면밀하게' 검토해 나가는 절차가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재창업이나 신용 회복을 돕는 방식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재정 지원은 특정 계층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금융의 긴축 기조는 불가피하지만, 특정 취약 계층에 대해서는 빠른 재정 지원을 통해 금리 인상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