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 윤창원 기자지난 16일 공개된 국민의힘 윤석열 배우자인 김건희씨와 '서울의소리' 기자 간 '7시간 통화'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보수 인사를 포함해 보수 진영을 향한 김씨의 부정적 언급이다. 이날 보도로 윤 후보에 대한 전통 지지층의 분열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이날 저녁 MBC는 지난해 7월부터 12월 초 사이 김씨가 서울의기자 이명수 기자와 50여차례 통화를 하며 나눈 내용의 일부를 보도했다. 여기서 김씨는 이 기자에게 대선 경선 당시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를 두고 "
(방송에서)홍준표를 까는 게 더 슈퍼챗은 많이 나올거야. 그게 더 신선하잖아" 발언을 한다.
또 이 기자가 "홍준표 토크 콘서트가 있었다. 곤란한 질문도 몇 개 뽑아놨는데 아 이거 피해가네"라고 하자 김 씨는 "내일은 좀 잘 한 번 해봐, 우리 동생이. 내일 한 번 홍준표한테 날카로운 질문 좀 잘해봐"라고도 했다.
또 경선 이후 선대위에 합류했던 김종인 전 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과 관련해 김씨는 "
원래 그 양반이 계속 (국민의힘 선대위에) 오고 싶어했다. 먹을 거 있는 잔치판에 오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김씨는 윤 후보 입장에서 '원팀'을 위해 도움이 절실하거나, 혹은 자신을 도왔던 관계자에 대한 부정적 언급에서 나아가, 보수 진영 전체를 비판하는 발언도 했다.
그는 윤 후보의 정계 입문 계기를 설명하면서 "문재인 정권이 (윤 후보를) 키워준 거야. 보수가 키워줬겠어"라며 "보수는 자기네들이 해먹고 싶지"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을 보도 예고한 MBC를 항의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특히 김씨는 보수 진영을 향해 "박근혜를 탄핵시킨 게 보수"라며 "
바보 같은 것들이 (박 전 대통령을) 진보, 문재인이 탄핵시켰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라 보수 내에서 탄핵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 진영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사건을 놓고는 보수 진영엣허 상대적으로 논란이 적었던 이유에 대해 "다 돈을 안 챙겨주니 터지는 거 아니야"라고 했다.
"
보수들은 챙겨주는 게 확실하지. 그렇게 공짜로 부려 먹거나 이런 일은 없지"라며 "그래서 미투가 별로 안 터지잖아. 미투 터지는 게 다 돈 안 챙겨주니 터지는 거 아니야"라고도 했다.
이같은 내용을 포함해
약 20여 분간 방송된 MBC 보도 내용에 대해 국민의힘 전반에는 "생각보다 심각한 내용은 없다"며 안도하는 분위기지만 일각에서는 "보수 진영에 균열을 내기에는 충분한 내용"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홍준표 의원이나 김종인 전 위원장은 물론, 보수 진영 전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것이다.국민의힘 김종인 전 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과 홍준표 의원. 국회사진취재단·윤창원 기자국민의힘 관계자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윤 후보나 김씨에 대한 핵심적 내용도 아닌 홍 의원, 김 전 위원장에 대한 발언 같은 걸 보도에 반영한 것은
보수 진영의 분열을 노린 것"이라며 "싱겁다는 반응도 있지만, 첫 보도로서 나름의 노림수를 확실히 둔 거라 본다"고 지적했다. 젊은 남성들의 지지세가 높은 홍 의원과 '원팀' 분위기를 연출해야 하는 윤 후보 입장에서는, 관련 계획에 당장 차질이 생겼다.
김 전 위원장은 보도 뒤 CBS노컷뉴스와의 전화에서 "그런 사람들의 얘기는 관심도 없다"고 불쾌한 감정을 내비쳤다. 홍 의원은 보도 뒤 SNS에 글을 올려 "틀튜브(틀니와 유튜브의 합성어로 노인 유튜버를 비하하는 말)들이
경선 때 왜 그렇게 집요하게 나를 폄훼하고 물어 뜯고 했는지 김건희씨 인터뷰를 잠시만 봐도 짐작할 만하다. 다른 편파언론은 어떻게 관리했는지 앞으로 나올 수도 있겠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