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요진 기자광주 신축 건물 붕괴 사고와 관련해 인재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이어지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201동 타설 작업 일지에 따르면 무너진 아파트 일부 층의 콘크리트 양생 기간이 짧았다는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콘크리트 양생은 콘크리트 타설 후 완전히 굳을 때까지 수분을 유지하고 얼지 않도록 햇빛이나 비바람 등으로부터 콘크리트를 보호하는 작업이다. 콘크리트 양생은 온도와 시간이 중요하다.
기온이 뚝 떨어진 영하권 날씨에는 공사를 중단하거나 충분한 양생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붕괴가 시작됐을 가능성이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다.
현대산업개발은 양생 기간을 충분히 거쳤다고 주장했지만 작업일지는 그렇지 않았다. 일지에는 지난 2021년 12월 3일 35층에 콘크리트를 타설했으며, 36층을 올린 것은 같은달 10일로 7일 만에 1개 층의 콘크리트 타설이 이뤄졌다. 37층을 쌓은 시점은 같은달 16일로 이번엔 불과 6일 만에 공정이 마무리됐다.
정의당 "현대산업개발, 붕괴사고에 대한 진실 밝혀야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와 관련해 부실시공 의혹에 대한 현대산업개발의 해명이 거짓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의당은 현대산업개발이 지금이라도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의당 현대산업개발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 대책본부는 16일 논평을 내고 "현대산업개발은 서둘러 공사를 진행했거나 콘크리트가 충분한 양생을 거치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며 "하지만 건설노조가 공개한 일지를 보면 35층부터 39층까지 5개 층이 각각 6~10일 만에 타설된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밝혔다.
정의당은 "12~18일 동안 충분한 양생 기간을 거쳤다는 현대산업개발의 해명은 거짓으로 드러났다"며 "또 203동에서 콘크리트 타설 도중에 슬래브가 주저앉는 사고가 있어 재시공했다는 언론 보도 역시 사실로 확인됐다"라고 덧붙였다.
박요진 기자실종자 가족 "현산, 책임 회피 급급 진정성 없어"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에 대해 구조·수색 지원을 소홀히 하는 것은 물론 책임을 회피하는데만 급급하다고 거세게 비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누리집에 따르면 실종자 가족이라고 밝힌 한 청원인은 전날 게시글을 통해 "현대산업개발은 실종자 가족들에게 구조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색작업 중인 소방관들의 안전에 필요한 안전망 설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 청원인은 "수색 환경이 안전하다고 독단하고 애꿎은 소방관만 등 떠밀고 있다. 해체 크레인 투입 날짜가 미뤄져서 애타는 가족들은 숨겨진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며 "현재 현대산업개발은 실종자 수색 작업보다는 부실공사 해명과 책임 회피, 재시공 관련 일에만 급급하다"고 비난했다.
실종자 가족 대책위원회 안정호 대표 역시 "진정으로 책임을 느낀다면 이미 이뤄졌어야 할 조치가 많은데 매번 항의를 한 뒤에야 조치가 이뤄진다"며 "어제(15일)까지만 하더라도 실종자가 발견된 광장 일대의 수습이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요진 기자실종자 수색 장기화 전망···크레인 해체되는 21일 이후 고층부 수색 전망
콘크리트 잔해와 철근 등 잔존물을 제거하며 지하층부터 지상 39층까지 건물 전 층을 수색할 계획이지만 23~38층 내부 수색은 타워크레인 해체작업이 끝나는 오는 21일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책본부는 높이 약 140m 타워크레인의 붕괴 위험이 크다고 보고 현재 건물 상층부 수색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타워크레인은 붕괴 당시 고정 장치 일부가 떨어져 나가면서 기울어진 상태로 아파트 건물과 연결됐다. 대책본부는 해체크레인 1호기 조립을 진행 중으로 애초 계획에 없었던 2호기도 예비 차원에서 설치할 예정이다. 해체크레인 1호기는 높이 약 120m로, 이날 중 조립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2시 23분쯤 붕괴 건물 상층부에서 콘크리트 구조물이 떨어져 작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콘크리트 구조물은 중장비를 동원해 지상에 있는 잔해물을 치우던 중 떨어졌다. 구조물이 떨어지자 곧바로 경고 사이렌이 울렸고 작업은 중단됐다.
현장에 있던 소방대원 등은 대피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구조 당국은 안전성 여부를 확인 한 뒤 수색 재개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붕괴사고 사망자 사인 '다발성 장기손상'···추가 입건·압수수색 없어
광주 신축 건물 붕괴 사고로 실종됐다 숨진 채 발견된 작업자의 사망원인은 다발성 장기 손상이라는 부검 소견이 나왔다.
광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붕괴사고 실종자 6명 중 처음으로 발견된 60대 남성 A씨에 대한 부검 결과 '다발성 손상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된다는 1차 소견을 경찰 등 관계기관에 통보했다.
정밀 부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2주 정도가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사당국은 A씨는 붕괴 사고로 인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A씨의 시신을 가족들에게 인계했으며 가족들은 이날 사고현장을 떠나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
한편 붕괴사고 발생 이후 엿새째가 지나도록 추가 실종자 발견에 실패하면서 당국이 현대산업개발 측에 끌려다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종자 수색이 서둘러 마무리돼야 사고 원인 등을 밝히기 위한 수사를 진행할 수 있는 상황에서 현대산업개발 측에 주도권을 빼앗겨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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