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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패스'가 왜 사법부 심판 대상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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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시내 한 백화점 입구에서 시민들이 전자출입명부 QR코드를 찍고 있다. 황진환 기자9일 서울 시내 한 백화점 입구에서 시민들이 전자출입명부 QR코드를 찍고 있다. 황진환 기자긴 병에 효자 없다고 했다.
 
3년째 접어든 코로나 전염병은 방역 전선에서 헌신하는 분들이나 시민 다 힘겹게 만들고 있다. 급기야 '공공의 이익이 우선이냐', '개인의 인권이 우선이냐'를 두고 사법부로 불똥이 튀었다. 방역패스 논란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느 한편으로 무 자르듯 단박에 정리할 수 없는 문제다.
 
갈등은 인간의 삶에서 가장 오래된 쟁점 가운데 하나다. 정치의 본령 가운데 중요한 가치가 갈등을 수습하는 것이다. 그것도 해결되지 않으면 재판을 통해 수습하도록 제도가 운용돼 왔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포클래스가 쓴 <안티고네>는 그 점에서 영원한 숙제를 던진다.
 
오이디푸스 딸 안티고네는 테베의 왕 크레온의 명령을 어기고 테베의 배신자이며 자기 오빠인 폴리네이케스의 시신을 땅에 묻는다. 안티고네는 가족법, 인간이 당연히 해야 할 도덕에 따라 크레온의 포고령을 불복했다.
 
그러자 크레온은 법에 불복종했다는 이유로 안티고네를 생매장하라고 명령한다. 명령 실행 전 안티고네는 자살하고 크레온의 아들 하이몬이 아버지의 잔인함에 반항하며 자살한다. 이윽고 아들을 잃은 크레온의 아내도 비극적 죽음을 선택한다.
 오이디푸스와 그의 딸 안티고네오이디푸스와 그의 딸 안티고네
소포클래스의 비극은 다양한 해석을 낳는다. 어떤 이는 개인과 국가 권력 간 갈등으로 , 다른 이는 억압적 가부장제에 대한 투쟁으로, 또 어떤 이는 선악의 대립으로 비극적 갈등을 해석한다.

'공익이냐, 개인 기본권이냐' 경계에 선 방역패스

 
법원은 최근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에 대한 정부의 방역패스 적용에 제동을 걸었다. 한림대 이재갑 교수는 "이번 판결때문에 법원이 방역정책의 최종 심사 권한을 갖게 됐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 교수는 전염병 발발 초기부터 대처방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위기 극복에 헌신해 온 전문가다. 그의 안타까움을 충분히 이해하고 남는다. 정부는 3가지 핵심 조치를 갖고 코로나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다. 하나는 사회적 거리두기, 두 번째가 추가접종, 세 번째는 방역패스 도입이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첫 번째 사회적 거리 두기는 가장 효과적이지만 그 한계 또한 극단적인 정책이다. 거리두기를 강화하면 전국 700만 자영업자의 생계가 극한에 몰리게 된다. 짧고 굵게 해야 한다고 외쳤지만 항상 실패했다. 그래서 방역패스로 우회로를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방역패스는 개인의 기본권 가치와 충돌한다. 방역패스를 반대하는 시민들은 "방역패스 시행으로 과연 미접종자를 코로나19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가"를 묻고 있다. 또 대표적 '밀접·밀집·밀폐(3밀 환경)' 공간인 지하철은 제외하고 대형마트는 왜 그 대상이 돼야 하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정답없는 방역패스 논란, 두 가치 반영한 해법 찾아야


이 물음에 덧붙여 재판부(서울행정법원 행정4부, 재판장 한원교 부장판사) 질문 또한 대단히 원초적이다.
 
"접종 완료자 중에서 열이 38도 되는 사람과 미접종자 중 36.5도 이하인 사람 중 정부는 누가 더 위험하다고 보나, 접종 완료율은 얼마나 돼야 의료체계가 붕괴하지 않나". 이 물음 앞에서 어떤 방역전문가가 알렉산더 단칼처럼 명쾌한 해답을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감염병 장기화가 방역정책을 사법부로 가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만들었다. 민주주의에서는 불가피하다. 발병초기 감염병은 두려운 존재였다. 행정부 권한을 적시한 감염병예방법은 그 당시 '계엄법'처럼 잘드는 칼날이었다. 전문가가 하라면 하고 정부가 지시하면 순응했다.
 조두형 영남대의대 교수 등 1023명이 방역패스 실행 효력을 중지해달라며 낸 소송의 심문기일이 열린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도태우 변호사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조두형 교수, 도태우 변호사, 박주현 변호사, 윤용진 변호사. 이한형 기자조두형 영남대의대 교수 등 1023명이 방역패스 실행 효력을 중지해달라며 낸 소송의 심문기일이 열린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도태우 변호사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조두형 교수, 도태우 변호사, 박주현 변호사, 윤용진 변호사. 이한형 기자
비극 <안티고네>에서 크레온은 공공의 삶을 대표하는 목소리이다. 공공의 안녕이 최고의 윤리적 의무라고 생각한다. 반면 안티고네는 가정과 가족의 윤리, 개인의 기본권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크레온은 개인들이 공적활동에 이바지할 때 개인을 존중할 수 있지만, 안티고네는 개인의 기본권을 더 근본적이라고 판단했다.
 
두 입장은 철저하게 반대되며 평행선을 달리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공익과 함께 개인적 인권도 소중한 시대에 살고 있다. 방역당국과 재판부는 충돌하는 두 갈등에서 어느 한 가치의 무력화가 아닌, 서로 조화되는 작은 목표들을 찾아가야 한다.

공익이라고 이성만 너무 앞세워도 안되고 사적 인권이라는 감성도 포용하는 정책으로 발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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