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회삿돈 1천880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 모(45) 씨를 지난 5일 검거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경찰이 상장회사 기준 사상 최대 금액인 1880억 원 횡령 사건이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의 피해 금액 추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장 우선순위는 사라진 금괴의 행방이다. 횡령한 금액으로 구입한 금괴 등 현물과 남은 현금에 대한 추적은 수사 초반 성패를 좌우할 분수령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다른 한 축엔 범행의 동기와 경위 등이 있다. 이 대목에선 직원 이모(45)씨의 개인 비리로 고소한 회사 측과 "윗선의 개입 없이 불가능했다"는 피의자 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린다.
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강서경찰서는 전날 금괴 중 일부를 압수한 데 이어, 이날 피의자 이씨의 증권계좌를 동결 조치했다. 경찰은 자금 추적에 주력하며 각종 계좌들에 대한 연쇄적인 영장 신청 작업을 진행 중이다.
경찰이 먼저 확보한 금괴는 개당 1㎏짜리 851개 중 430개이다. 현재 시가로 약 3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동결된 계좌에선 주식 거래 이후 남은 250억 원가량이 발견됐다. 총 550억 원 정도를 확보한 것으로 횡령 금액 전체의 흐름을 밝혀내기까지 상당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황진환 기자앞서 이씨는 작년 10월 1430억 원으로 동진쎄미켐 주식 391만여주를 사들였고, 12월까지 336만여 주를 팔았다. 당시 매도 금액은 1112억 원이었다. 이 씨는 1112억 원 중 680억여 원을 1kg짜리 금괴 851개를 매입하는 데에 썼고, 나머지 돈은 여러 계좌로 분산 송금해 빼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또 이씨가 횡령한 돈이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갔는지 여부도 살펴보고 있다. 이씨가 검거되기 직전 부인과 처제, 여동생 명의로 증여한 건물들이 있으며, 담보로 잡혀 있던 금액들이 청산된 흔적이 있어 횡령 금액과 연관되는지 따지는 중이다.
공범 여부도 주요 수사 대상이다. 이씨의 변호인은 지난 6일 조사에 임하기 전, 윗선이 있을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 이씨의 '단독 범행'이라고 주장해온 오스템임플란트 측과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변호인은 윗선 개입 가능성에 대해 "재무관리팀장이란 직위를 가진 분이니 평소 위에 오너 분들이 업무지시가 있지 않았나 한다"면서 "그런 의혹이 있는 것 같기는 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씨의 변호인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윗선 개입 가능성에 대해선 가족분들에게 얘기를 들어봐야 한다"며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경찰은 변호사 입회 화에 이씨를 14시간 가량 조사하면서 이씨의 아내와 여동생 등도 함께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윗선 개입설이 제기된 데 대해 입장문을 통해 "사내 윗선의 개입이 있다는 억측과 추측성 소문이 나돌고 있다"며 "자체적으로 파악한 바로는 윗선 개입은 없다"고 부인했다.
국내 1위 임플란트 전문기업이자 시총 2조 원급 회사다. 이씨의 횡령액은 회사 자기자본인 2047억6057만 원 대비 91.81%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상장사로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달 31일 이씨를 경찰에 고소했으며 경찰은 고소 당일 이씨를 출국금지 조치하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혐의로 입건해 추적을 진행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