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2만V 감전사 예비신랑, 신부는 납골함으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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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m 전봇대서 30분 감전됐던 다운이…
검게 그을려 의사도 60대 남성으로 오인
한전과 하청업체,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
상견례 날까지 잡았는데, 신부는 충격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익명 (고 김다운 씨 매형)
 
10m 높이 전봇대에 올라가서 전기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2만 2900볼트 특고압 전류에 감전돼 숨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기막힌 것은 소리를 질렀지만 도와줄 방법이 없어서 머리에 불이 붙은 채 30분 동안이나 그 전봇대에 매달려 있었다고 합니다. 이 노동자 올해 나이 38,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이었습니다. 앞길이 창창한 청년이 사망했지만 지금 그 누구도 책임을 짓는 사람이 없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사고가 벌어졌는지 숨진 김다운 씨 가족의 얘기를 직접 들어보죠. 매형입니다. 연결을 해 보죠. 선생님, 나와 계세요?
 
◆ 유족>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어려운 상황에서 이렇게 인터뷰 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유족> 네.
 가족 제공가족 제공
◇ 김현정> 결혼을 앞두고 심지어 상견례 날짜까지 잡혀 있는 상태에서 사고고 난 거네요?
 
◆ 유족> 네, 맞습니다. 아마 코로나 상황이고 해서 11월 중순 때 저희가 상견례를 잡고 빠른 봄에 결혼식 날짜를 잡자고 그렇게 예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사고가 나고, 19일 만에 숨을 거뒀는데 그 사이에 상견례고 뭐고 다 그렇게 된 거죠?
 
◆ 유족>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참 허망한 죽음. 좀 괴로우시겠지만 당시 상황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어떻게 사고가 난 거예요? 
 
◆ 유족> 사고가 나서 감전이 돼서 머리에 불이 붙게 되고 매달려 있는 상태였고요. 그 현장에서 바로 구조를 할 수 없이 30분이 지체가 된 것은 거기 작업에 차량이 지원이 안 됐기 때문에 차량이 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어요. 119 구급차도 사고가 나고 빠른 시간 안에 도착을 했었는데 구조대원이 손 쓸 수가 없었던 거죠. 10m 상공에 전기가 통한 상태로 머리에 불이 붙은 채로 매달려 있으니까요. 
 
◇ 김현정> 김다운 씨는 전봇대를 사다리처럼 밟아 올라간 거예요. 그러면 어떤 다른 안전장비, 사다리차 같은 장비가 있어요. 활선차라 그러죠. 활선차가 있어야 마치 비스듬하게 올라갈 수가 있는데 가서 도울 수가 있는데 그 차가 없었던 거군요.
 
◆ 유족> 네, 손 놓고 쳐다볼 수밖에 없었고요. 여기 119 구조대에서 한전 측에 '근처에 있는 바가지 차량, 활선 차량을 좀 빨리 보내달라'라고 그래서 차량이 처음에 한 15분이 있다가 도착을 했었는데 이 활선차량이 그 해당 높이까지 올라갈 수 없는 차량이라 더 높은 차량을 한전에서 요청을 해서 부르는 데까지 30분 정도가 시간이 소요가 됐다고 들었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 해서 활선차가 도착을 하고 바로 병원으로 이송을 했는데 뭐 지체되는 동안 상황은 엄청나게 악화됐겠네요.
 
◆ 유족> 네, 처음에 이제 호흡도 불가능해서 기관 삽관을 해서 응급처치를 통하여 구급차로 이동하는 상태에서 아주대 닥터헬기가 가까운 여주 공설운동장에 준비가 돼 있으니까 그쪽으로 와달라고 연락을 받았다고 하고요. 그래서 헬기를 통해서 아주대병원으로 이송을 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가족들은 바로 가신 겁니까?
 
◆ 유족> 저희가 최초 연락을 한전이나 하청업체에서 받은 게 아니고요. 1시간 후에 고인의 예전 전 직장 동료를 통해서 이 사고 소식을 들었습니다.
 
◇ 김현정> 아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어떻게 된 거예요? 바로 가족한테 연락이 가지 않고…
 
◆ 유족> 저도 어처구니가 없는데요. 사고가 나고 저희가 5시에 최초 연락을 받았습니다. 저희 어머님이. 어머니가 연락을 받은 사람이 예전 다운이의 전 직장 동료한테 받았고요. 이때까지 한전이나 하청업체에서는 저희 가족한테 연락조차도 없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그 직원이 신경 써서 전화하지 않았다면 끝내 뭐 하루가 지나도록 모를 수도 있었다는 얘기네요.
 
◆ 유족>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전화를 받고 병원에 달려 가셨어요. 
 
◆ 유족> 네, 달려가서 코로나 상황이라 1인밖에 면회를 할 수밖에 없다고 해서 누나가 올라갔습니다.
 

◇ 김현정> 네, 다운 씨 누나가.
 
◆ 유족> 네. 올라가서 여주에서 헬기로 후송된 동생 이름을 찾았고요. 그런데 아주대에서는 그런 사람이 없다고, 무슨 소리 하냐고 처음에 답변을 받았어요.
 

◇ 김현정> 왜요?
 
◆ 유족> 한전이나 하청업체에서 저희 처남의 인적정보나 이런 것을 아무것도 안 줘서 화상 상태가 너무 심각해서 60대 무명남으로 분류가 되어있었어요.
 
◇ 김현정> 화상의 정도가 너무 심하다 보니까 그러니까 이분을 60대로 병원에서는 파악을 하고 있었고, 또 회사에서 정보를 줬으면 좋은데 인적사항 아무것도 안 준 상태였고.
 
◆ 유족>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자, 그래서 동생을 어렵게 찾아서 가보니.
 
◆ 유족> 네, 그래서 동생이란 부분을 저희가 확인을 해야 되기 때문에 신체적인 특징이나 이런 거를 통해서 동생인 거를 저희가 확인을 아주대랑 했고요. 이게 거의 3시간이 지났었는데 동의서 하나 못 받고 그냥 거의 방치돼 있었어요.
 
◇ 김현정> 아니, 그런데 지금 생명이 있는 상태였는데, 숨이 붙어 있는 상태였는데 얼마나 심각하면 특징을 봐서 사람을 찾아낼 정도였다는 말입니까?
 
◆ 유족> 머리에 불이 붙고 전기 화상은 일단 열 화상하고는 달라서 주치의 선생님이 눈에 보이는 것보다 장기 손상이나 근육 손상이 일반 열 화상에 비해 너무 심각할 거라고, 사망까지도 지금 보고 있다고 그날 그렇게 얘기를 들었어요. 그리고 아주대에서는 화상을 전문적으로 치료할 수 없어서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야 된다.
 
◇ 김현정> 또 한 번 옮겨야 된다고요?
 
◆ 유족> 한강성심병원으로 연락을 아무리 취하고 해도 도저히 중환자실에 자리가 없어서 받을 수 없다는 답변을 계속 받았어요, 당일도. 그리고 저희 가족들이 정말 한전과 하청업체에 너무 화가 났던 부분이 사고 일부터였는데요. 사고 일에 시간이 한참 지체돼서 온 직원들 조차도 현장 소장이라는 사람이 와서 하는 말이 '저야 모르죠. 119가 알아서 했으니까' 이런 답변을 하고 직원들, 부장, 이사. 이런 사람들 모두 '뭐에 눈에 씌웠는지 작대기만 올리면 되는데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는 말만 계속 되풀이 됐었어요. 사고 날도.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이죠? '작대기가 올리면 되는데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 유족> '이게 왜 이렇게 사고가 났습니까? 도대체 어떻게 사고가 났기에 이 지경이 됐습니까?'라고 저희 가족이 그 당시에 물었고요. 그랬더니 '모르겠습니다. 두꺼비집 아시죠? 두꺼비집 커버 같은 것을 작대기로만 올리면 되는데 눈에 뭐가 씌였나 보네요' 이런 답변을 하더라고요.
 
◇ 김현정> '상식적으로 일어나지 않을 일이 왜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혹시 다운 씨한테 무슨 실수가 있었던 게 아니냐?' 이런 거군요?
 
◆ 유족> 네, 맞습니다. 그런 식으로 하나같이 똑같이 지금까지도 얘기를 하고 있고요, 하청업체는.

◇ 김현정> 지금 돌아가신 다운 씨가 한전의 정직원은 아니었던 거죠?
 
◆ 유족> 정직원이 아니고요. 한전과 계약된 하청업체의 소속의 직원이었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 20여 일을 버티다가 결국은 패혈증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러면 그냥 작업을 하러 올라간 날 이후로는 가족들이 단 한마디도 나누지 못하고 눈 한 번도 마주치지 못하고 그냥 그렇게 보낸 겁니까?

 
◆ 유족> 네, 그런데 너무 안타까운 게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가 직계가족이라는 아니라는 이유로 면회 한 번도 못 했어요.
 
◇ 김현정> 지금 코로나 때문에 딱 한 명만 들어갈 수 있고 그 한 명은 직계가족이어야 하니까요…
 
◆ 유족> 확인도 못 했고요. 마지막으로 안아본 게 화장터에서 납골함을 끌어안은 게 마지막이에요. (울음)
 
◇ 김현정> 너무 마음이 아프네요. 상견례 날짜까지 잡아놓은 상태에서 사고가 났고 결국은 이 코로나 상황 속에서는 병원이 통제가 되기 때문에 그 화상 당한 예비신랑 얼굴 한 번 못보고, 손 한번 못 잡고 납골함으로 만났어요.
 
◆ 유족> 네.

◇ 김현정> 참 너무 마음이 아프네요. 지금 약혼녀는 괜찮으세요? 지금 정신을 제대로 챙기기는 힘드실 것 같은데요.
 
◆ 유족> 너무 힘들어하고 매일 꿈에 나타나서 펑펑 울면서 너무 억울하다고. 꿈에 계속 나타난다고 저희랑 얘기를 나누거든요.
 
◇ 김현정> 김다운 씨가 꿈에 나온다고요?
 
◆ 유족> 네.
 
◇ 김현정> 참 이 기막힌 사고가 어떻게 일어났고 왜 막을 수 없었는가를 우리가 좀 따져봐야 될 텐데요. 일단 이런 작업은 2인 1조로 이루어지는 거 아닌가요?
 
◆ 유족> 네, 그게 안전수칙상 기본적으로 2인 1조 이상이 움직여야 하고요. 활선 바스켓 차량을 이용해서 일정 거리를 두고 절연봉, 작업봉을 이용해서 이 작업을 해야 한다고 알게 되었습니다.
 
◇ 김현정> 아까 말씀드린 활선차라는 거. 그런 것들을 갖다 놓고 안전하게 해야 되는데 활선차도 없었고 2인 1조도 아니었어요?
 
◆ 유족> 네, 오롯이 혼자 사다리 하나 매고 올라갔습니다.
 
◇ 김현정> 왜 그렇게 됐을까요?
 

◆ 유족> 지금 사고가 발생한 이 회사에서 평소에 고인이 어릴 때부터, 초등학교 때부터 태권도 선수를 하려다가 부상으로 꿈을 접었어요. 그래서 이런 어려운 일들을 많이 하곤 했었는데요. 이런 자격증 약속을 받고 이 회사에 이직을 했고 지금 이 관련 계통 현장 근로를 하고 있는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나이가 다들 상당히 많습니다.
 
그래서 막내고 자격증이라는 부분을 볼모로 지금 사고난 하청업체에서 위험하고 아무도 하기 싫어하고 어려운 일을 항상 이 고인한테 시켰다고 저희 가족들이나 약혼녀한테 '너무 힘들다. 예전 이직 전 직장에서는 이렇게까지는 안 했었는데 너무 한다' 이런 힘든 사항을 만날 때마다 얘기를 하긴 했었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완전히 철저하게 을이 된 상태에서 '왜 2인 1조 안 해 줍니까? 왜 활선차 제공 안 해 줍니까?' 이런 말을 다 못하는 상황이었다는 말씀이군요.
 
◆ 유족>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지금 원청업체는 한전인데, 한전에는 아무 책임이 없는 건가요?
 
◆ 유족> 저는 원청인 한전 또한 원청, 하청을 떠나서 관리감독이 돼야 한다고 저는 생각이 들고요. 이 한전에서 그냥 단순히 자기 꼬리자르기, 하청한테 이런 어려움과 문제를 떠넘긴다고 생각이 들어요.
 
◇ 김현정> 이게 참 일의 종류만 다를 뿐이지 비슷한 사고가 계속 벌어지고 청년들이 계속 죽어나간다는 게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이번에도 이렇게 우리가 한 번 화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대안이 마련돼야 될 것 같습니다.
 
◆ 유족> 네, 맞습니다.
 
◇ 김현정> 힘내시고요.
 
◆ 유족> 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가 지금 말씀 한마디만 드려도 괜찮을까요?
 
◇ 김현정> 네, 그러십시오.
 
◆ 유족> 저희가 마음이 아파서 고인의 한이라도 풀어주고 싶어서 저희가 청와대 청원을 미약하지만 어제 올렸습니다. 방송 청취자분들이나 이 방송을 보시는 분들한테 이 청원을 조금이라도 좀 동참해 주십사하는 부탁을 드리고 싶어서 마지막 말씀을 드리고자 했습니다.
 
◇ 김현정> 뭐라고 검색하면 되나요?
 
◆ 유족> '결혼을 앞둔 제 동생의 죽음으로 내몰은 한전과 하청업체에 강력한 처벌을 요청드립니다'라는 제목입니다.
 
◇ 김현정> 아마 '한전', '하청업체', 이런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서 찾을 수 있겠네요. 알겠습니다. 힘내시고요. 그 약혼녀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픈데 위로의 말씀 꼭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 유족>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10m 높이 전봇대에서 감전이 돼 죽은 청년 김다운 씨의 매형이었습니다.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603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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