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워싱턴의 한 화상세미나에 참석한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 워싱턴타임스 재단주한미국 대사 재직시절 잦은 내정간섭 논란을 빚었던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가 한일관계 경색의 원인을 우리 정부 책임으로 돌린 듯 한 발언을 해 또 다른 논란을 예고했다.
해리스 전 대사(이하 해리스)는 4일(현지시간) 워싱턴타임스 재단이 주최한 인도·태평양 안보문제를 주제로 한 화상 세미나에서 한미일 3국 관계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동맹과 파트너십 구축은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인도·태평양의 핵심이었다. 그 어떤 나라도 지역과 고립에서 미래를 형성할 수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강력한 네트워크나 주권국들이 협력하지 않고는 그 지역에 대한 어떠한 비전도 완전하지 않다. 한미일 3국 협력이 중요한 이유다.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국제 규칙에 근거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 세 나라가 협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이어서 나왔다.
"지금 우리는 한일 간의 긴장을 견디고 있다.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이 지역의 중요한 안보나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이는 무죄가 아니다. 한국 대통령이 올림픽이 열리는 도쿄를 방문하지 않아 상대방을 만나지 못해 실망했다. 그리고 스코틀랜드에서 막 끝난 COP26 기간 동안 양자회담은 없었다."
직전 주한미국대사를 지낸 그가 주재국의 대통령에게 '실망했다'고 노골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그는 "나는 손가락질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것들이 놓쳐진 기회라고 정의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의(define)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마치 '조선총독'의 위엄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는 끝으로 "3월 한국에서 대선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놓쳤던 기회는 한동안 다시 논란이 될 것(will resonate)"이라고 단언했다.
문 대통령이 일본과의 관계를 풀지 못한 것이 이재명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나름의 예언으로 들린다.
해리스는 이날 세미나에서 우리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중인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재를 뿌리는 듯한 언급을 했다.
그는 "종전선언으로 달라지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며 "북한의 위협에 대응력을 약화하는 것을 대가로 북한과 대화에 나서서는 절대 안 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우리는 북한을 협상에 나서게 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그들에게 달린 문제"라고며 종전선언이 북한에 대한 양보라는 인식도 드러냈다.
그는 종전선언의 의미도 애써 축소하려 했다.
정전선언(휴전협정)으로 충분하며 수십년 동안 정전이 잘 작동해 온만큼 종전선언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그의 종전선언 반대 입장은 한반도 주변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무조건적으로 종전선언을 반대하는 일본의 입장을 연상케한다.
해리스의 이 같은 언급이 전해지자 미국에서도 그를 '조선총독'으로 비유하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왔다.
탐사보도로 유명한 팀 셔록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조선총독이 또 발언했다"며 "해리스가 미국이 종전선언으로 북한에 상을 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도대체 어떤 세상에 종전선언이 북한에 대한 보상이 되어야 하느냐"고 질타했다.
지난 2019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규탄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황진환 기자한편, 해리스는 주한미국대사 재임시절 우리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참견하거나, 문재인 대통령이 종북좌파에 둘러싸여 있냐고 공개 발언하는 등 이전 주한미국대사와는 다르게 경솔한 행보를 보여 여론의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일본인 어머니를 둔 그는 특히 미군 인도태평양사령관을 역임한 직후 주한미국대사로 부임하면서는 안 길렀던 콧수염을 새로 길러 일제시대 '조선총독'을 자임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고 했다.
해리스는 2018년 6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주한미국대사로 임명됐가 지난해 1월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과 함께 대사직을 사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