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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강타한 '학폭'…네버엔딩 '진실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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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코로나19 사태가 또다시 해를 넘기고 있습니다. 문화연예계 역시 생존을 위한 자구책과 함께 힘든 시기를 보듬어 왔죠. 마스크 없이 함박웃음 짓는 팬들을 마주할 그날에 대한 믿음 때문입니다. 어느 해보다 힘겨운 와중에도, 어느 때보다 뜨거운 희망을 키워 온 2021년 문화연예계를 결산합니다.

문화연예 연말정산 ⑤·끝 - 2021년 종합
학폭 폭로 수십 건 나왔지만 사과한 연예인은 소수
끝까지 부인하며 고소하기도…법적 분쟁 장기화
하차·탈퇴로 작품이나 소속 그룹 등에 '직격탄'
사실 확인 없이 '무조건 강경대응' 2차 가해 비판

체육계에서 시작된 학교 폭력(이하 학폭) 논란은 올해 초 연예계를 휩쓸었다. 이전에도 연예인들의 학폭 폭로가 나오긴 했으나, 분야를 막론하고 쏟아진 현상은 이례적이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포털사이트 온라인 게시판에 글이 올라오면 소속사들은 해명을 내놓기 바빴다.

폭로자들은 현재까지 그 기억으로 괴로운데, 연예인이 된 가해자를 TV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마주쳐 힘들다고 호소했다. 반성도 사과도 없이 가해자의 영향력이 커지는 행태를 견딜 수 없어 폭로하게 됐다는 사연도 찾아볼 수 있었다.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사례들은 아직까지 법적 분쟁 중이다. 과거에 일어난 사건을 증명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첨예한 진실공방이 이어졌다. 드라마 등 작품은 학폭 리스크에 직격탄을 맞아 수십억대 손해가 발생했고, 아이돌 그룹에서는 멤버 탈퇴가 이뤄지기도 했다.

CBS노컷뉴스가 연예인 검증의 또 다른 전환점이 된 학폭 논란을 되짚어 봤다.

피해 폭로는 수십 개…사과한 연예인은 소수

왼쪽부터 배우 지수, 스트레이 키즈 현진, 심은우. 노컷뉴스 자료사진, 스트레이 키즈 공식 SNS 캡처왼쪽부터 배우 지수, 스트레이 키즈 현진, 심은우. 노컷뉴스 자료사진·스트레이 키즈 공식 SNS 캡처가해자로 지목된 연예인들 대부분이 소속사를 통해 또는 직접 학폭 의혹을 부인했다. 아예 학폭은 없었다고 주장하거나, 의견 차가 있어 다퉜을 뿐 일방적인 폭력은 아니었다는 것이 골자다. 계속 글을 게시하거나 유포할 경우 법적 대응하겠다는 내용도 함께였다.

이때 다수의 피해자가 나타나거나 피해자가 학폭 사실을 더 구체적으로 재반박하면, 추가 조사와 확인을 거쳐 인정·사과하기도 했다.

현재 활동 중인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 스트레이키즈 현진이 한 예다. 당시 글쓴이는 현진으로부터 폭언, 성희롱을 포함한 언어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으나, 소속사는 해당 글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다수라고 해명했다. 이후 단체 대화방을 통해 조롱당하다가 극단적 시도를 생각했다는 새로운 피해자가 등장했다.

소속사는 "당시 상황에 대한 기억이 첨예하게 달라서 모든 내용의 사실관계를 명백하게 입증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라고 재차 해명했다. "다만 현진의 미성숙하고 부적절한 언행으로 상처 입고 피해를 받으신 분들이 계시고 현진 역시 해당 부분에 대해 깊게 후회하고 반성했다"며 글 게시자들을 만나 직접 사과했다고 알렸다. 현진도 "학창 시절 저의 잘못된 언행으로 인해 상처를 받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며 "돌아보니 부끄럽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라고 사과했다.

'미스트롯 2'에 출연하며 인기를 얻은 가수 진달래는 과거 학교폭력 사실이 드러나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미스트롯 2'에는 진달래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 다른 참가자들에게 피해를 준다면서 프로그램에서 빠지겠다고 하는 모습 등이 나왔다.

진달래는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미스트롯 2'에서 하차했다. 진달래는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미스트롯 2'에서 하차했다. 해당 방송화면 캡처진달래는 이후 SNS에 "내 어린 시절 철없는 행동이 아직까지도 트라우마로 남으셨다는 말에 가슴이 찢어지게 후회스럽고 스스로가 너무 원망스럽다"라며 "자숙하겠다. 당당한 엄마가 될 수 있도록 오랜 시간이 지난 일이더라도 제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히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겠다"라고 밝혔다.

배우 지수의 경우 다수 피해자에게서 일진(교내 폭력서클)으로 군림하며 강도 높은 폭행과 괴롭힘을 주도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대응은 빨랐다. 두 번째 피해 고발이 나온 시점에 지수는 개인 SNS를 통해 학폭을 인정하는 사과문을 올렸고 당시 출연 중이던 KBS2 월화드라마 '달이 뜨는 강'에서 하차했다.

지수의 드라마 하차는 소속사와 제작사 사이 법적 분쟁으로 번졌다. 제작사는 지수 소속사 키이스트를 상대로 3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재촬영에 막대한 손해가 발생했으나 제대로 협상에 나서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소송은 현재진행형이다.

이후 지수와 키이스트의 계약은 해지됐으며 지수 측은 학폭 외에 성폭력, 성추행 등 의혹을 제기한 누리꾼들을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지수는 학폭 리스크가 업계에 얼마나 큰 타격이 될 수 있는지 선례를 남겼다.

배우 심은우는 그에게 따돌림을 당했다는 폭로글이 올라오면서 학폭 논쟁에 휘말렸다. 처음 심은우 소속사 측은 단순 다툼에 학폭이 없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피해자 측 폭로가 몇차례 이어진 끝에 심은우가 직접 개인 SNS를 통해 학폭 사실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심은우의 경우 사과·인정이 작품 하차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는 JTBC 새 드라마 '날아올라라 나비'에 변동 없이 출연할 예정이다.

학폭 의혹 부인한 연예인들 '끝까지 간다'

왼쪽부터 배우 조병규, 박혜수, 있지 리아, 에이핑크 박초롱. 노컷뉴스 자료사진, 각 소속사 제공왼쪽부터 배우 조병규, 박혜수, 있지 리아, 에이핑크 박초롱. 노컷뉴스 자료사진·각 소속사 제공배우 조병규와 박혜수는 여전히 학폭 건으로 법적 공방 중이다. 조병규는 2월 뉴질랜드 유학 당시 집단적인 언어 폭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첫 폭로자는 허위라고 자신의 주장을 번복했지만 곧바로 뉴질랜드 시절 학폭을 당했다는 두 번째 폭로자가 등장했다. 이 여파로 조병규는 당시 출연하기로 돼 있었던 KBS 예능 프로그램 '컴백홈'에서 하차했다.

두 번째 폭로자는 조병규 소속사 측이 손해배상 등 금전적 압박을 하고 있다며 공개 검증을 제안했다. 그러나 조병규는 직접 SNS에 글을 올려 "끝까지 가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해당 폭로자와 조병규 소속사 양측은 사과문 작성 여부를 두고 또 한 번 진실공방을 이어갔다.

박혜수는 중학교 시절 폭행 등을 당했다는 다수 폭로자가 나오면서 학폭 논란이 불거졌다. 이들이 집단 대응에 나서자 소속사 측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피해 주장자들이 경제적 이익을 노린 악의적 공동행위인지 의구심을 가지는 정황을 발견했다"고 주장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피해자 모임' 측은 즉각 "2차 가해"라며 반박에 나섰고, 실제 녹취록을 공개해 합의 등 경제적 이윤 도모를 위한 시도가 없었음을 밝혔다.

몇 차례 주변인들의 주장이 오간 진실공방 끝에 박혜수는 직접 SNS에 입장을 올려 학폭 의혹이 '사실무근'이며 오히려 자신이 괴롭힘을 당했다고 반박했다. 현재까지 양측은 법적 분쟁 중이고, 좀처럼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박혜수 주연 KBS2 금요드라마 '디어엠'은 편성이 무기한 연기됐다.

있지(ITZY) 리아와 에이핑크 박초롱도 법적 분쟁이 끝나지 않았다. 리아가 자신의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았으며 아무 이유 없이 자신을 무리에서 소외시켰다는 의혹을 제기한 글쓴이는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됐다. 그러나 경찰은 올해 6월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했다. 소속사는 불송치 결정을 "게시물 내용이 사실이라고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며 재수사를 요청했다.

박초롱의 법적 대응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양쪽의 주장이 팽팽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박초롱이 올해 4월 학교폭력 의혹 제기자를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자, 의혹 제기자는 박초롱을 무고로 맞고소했다. 이후 의혹 제기자의 협박 혐의 인정 사실을 박초롱 측이 알렸지만, 의혹 제기자는 허위사실 명예훼손 혐의 불송치 결정 사실이 있는데도 협박죄 송치 사실만을 알린 것은 부적절한 발표라며 추가 법적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무고함 밝히거나 팀 떠나거나 '극과 극' 선택

왼쪽부터 에버글로우 아샤, (여자)아이들 수진. 각 그룹 공식 SNS왼쪽부터 에버글로우 아샤, (여자)아이들 수진. 각 그룹 공식 SNSTOO 차웅기, 세븐틴 민규, 진해성, 이달의 소녀 츄, 몬스타엑스 기현은 소속사를 통해 학교폭력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중 민규와 츄는 폭로자의 글에 오류가 있거나, 폭로자 스스로 사과하고 글을 내려 일단락된 경우고, 기현은 글쓴이를 만나 글쓴이가 기현과 다른 학생을 착각했다는 것을 밝혀 오해를 푼 사례다.

에버글로우 아샤는 법적 대응으로 무고함을 밝혀냈다. 아샤를 학교폭력 가해자라고 주장한 글쓴이 2명은 글 내용이 허위사실임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반성문을 제출했으며, 앞으로 허위사실을 올리지 않기로 약속했다. 이에 소속사가 고소를 취하한 경우다.

(여자)아이들 수진은 학폭 의혹을 매듭짓지 않고 드물게 팀을 떠났다. 그는 학창 시절 호기심에 흡연한 사실은 있어도, 폭행을 포함해 왕따를 주도하는 단체 문자를 보내거나, 교복을 뺏고 물건을 훔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현진과 마찬가지로 수진 역시 또 다른 인물이 나타나 피해를 주장하자, 다시 한번 글을 올려 폭력을 행사하거나 금품 갈취를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수진과 같은 학교에 다녔던 배우 서신애가 오랫동안 수진에게 괴롭힘 당했다고 고백해 또 다른 국면을 맞았다. 소속사는 수진을 주인공으로 하는 여러 폭로 글에 법적 대응을 예고했지만, 수진은 첫 폭로가 나온 후 6개월여 만인 지난 8월 팀을 탈퇴했다.

이밖에 배우 김동희, 동하, 조한선, 서예지, 손석구, 최예빈, 방송인 홍현희, 신기루 등이 잇따라 학폭 의혹에 휩싸였으나 소속사 또는 본인이 직접 부인했다. 일부는 폭로자와 서로 반박이 오가기도 했지만, 추가 피해 고발이 나타나지 않아 사회적 파장은 크게 일지 않았다.

수많은 학폭 폭로 가운데 이를 인정하고 사과한 연예인은 소수였다. 무엇보다 부인 과정에서 폭로자 입장 청취 없이 무조건 "사실무근"만을 앞세운 대처는 '2차 가해'라는 비판을 받았다. 각종 언어·신체 폭력, 따돌림 등을 당한 학폭 피해자의 트라우마는 금전적 손해나 이미지 추락에 비할 수 없는 상처다. 그럼에도 일부 연예인은 사실 확인 노력보다는 '고소'로 압박하는 행태를 보이면서 대중의 불신을 자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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