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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미디어' 족쇄 韓라디오…BBC처럼 '국민픽'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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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라디오 지속가능성과 미래 혁신 성장을 위한 정책 방안' 세미나 개최
여전히 잘나가는 BBC 라디오…다양성 특화·자율 규제·예산 확보 선행
미디어 전문가들 "혁신적 포맷 위한 진흥기구와 공적 데이터 조사 필수적"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원에서 열린 '라디오 지속가능성과 미래 혁신 성장을 위한 정책방안 세미나'에 참석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2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원에서 열린 '라디오 지속가능성과 미래 혁신 성장을 위한 정책방안 세미나'에 참석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뉴미디어 시대, 오디오 콘텐츠 중심의 라디오는 어떤 활로를 찾아야 할까.

29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미디어교육원에서 한국언론정보학회·더불어민주당 정필모 국회의원 공동 주최로 '라디오 지속가능성과 미래 혁신 성장을 위한 정책 방안'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한양대 정준희 겸임교수를 비롯해 경희사이버대 심영섭 교수, CBS라디오 '한판승부' 박재홍 앵커, 한국방송협회 최상훈 정책협력부장, 더불어민주당 안정상 수석전문위원, 방송통신위원회 황소현 지상파방송정책과 사무관 등 각계 미디어 전문가들이 모여 한국 라디오 매체 성장을 위한 방향성을 모색했다.

한국언론정보학회 안차수 회장은 "묵묵하게 우리 곁을 지켜주는 미디어가 라디오라고 생각한다"며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하는 라디오의 의미가 재조명돼야 할 것이고, 새롭게 변화한 환경 속에서 어떻게 활로를 개척할 것인지, 그 문제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세미나 주최 의미를 밝혔다.

정필모 의원은 "라디오는 죽은 매체가 아니다. 나름대로 경쟁력을 확보해 어떻게 제도적으로 살려 나갈 것인지, TV와 다른 특성을 가진 매체로서 어떤 공론장과 오락적인 역할을 해나갈 것인지 모색해야 한다"며 "이를 법제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으면 해야 하고, 라디오가 여전히 살아 있고 앞으로도 계속 생존하기 위해 국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세미나를 후원한 박성제 한국방송협회 회장 겸 MBC 사장과 김진오 한국방송협회 부회장 겸 CBS 사장도 축사를 전하면서 라디오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 완화 등을 촉구했다.

박성제 회장은 "1970년대부터 위기라고 했지만 라디오는 여전히 희망이 있다. 제가 MBC 사장이기도 하다. 직원들에게 하는 말이 있는데 지상파 위기라고 하지만 플랫폼이 위기라는 뜻이지 콘텐츠는 아니라는 것"이라며 "라디오도 마찬가지로 라디오 플랫폼으로 한정하지 말고 모든 국민이 사랑하는 오디오 콘텐츠로 키워줘야 한다. 지상파니까 받고 있는 여러 규제나 제한을 완화하고 다른 오디오 콘텐츠와 같은 조건 하에 경쟁하게 해주면 문제가 금방 풀리지 않을까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김진오 한국방송협회 부회장(CBS 사장)이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원에서 열린 '라디오 지속가능성과 미래 혁신 성장을 위한 정책방안 세미나' 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김진오 한국방송협회 부회장(CBS 사장)이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원에서 열린 '라디오 지속가능성과 미래 혁신 성장을 위한 정책방안 세미나' 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지상파 라디오 방송사 CBS 사장인 김진오 부회장도 "라디오 방송 매체 사장으로서, 방송협회 부회장으로서 이런 자리가 정말 감사하다"며 "라디오를 통해 우리는 평안과 기쁨을 얻는다. 소리로 상상의 나래, 즉 창의성을 확장할 수 있다. 이런 시대에 더욱 생존하고 번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BBC처럼 자율 규제하고, 정부가 공익형 라디오 방송 발전법 등으로 지원하면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상파 라디오 방송인 CBS는 늘 약자와 소외받은 사람들에 주목해 세상을 변화시켜 왔다"고 강조했다.

특히 발제를 맡은 한양대 정준희 교수는 현재 라디오 매체를 '좀비 미디어'로 규정했다.

정 교수는 "올드 미디어이기에 자연스럽게 죽거나 도태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경제학적으로 계획된 고사에 가깝다. 모든 미디어는 죽지 않고 사라질 뿐이며 오디오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늘 있는데 마치 플랫폼이 이를 감당하지 못할 것처럼 여긴다. 그러나 매체는 새로운 방식으로 재생된다"라고 짚었다.

영국 BBC 라디오는 이를 증명하는 좋은 사례다. 2010년 이후 급격히 하락한 국내 라디오 프로그램 이용률은 현재 16%~20% 사이를 오가며 하향 안정화됐다. 그러나 BBC의 경우 매우 적은 연간 변화를 보여주며 성인 5천만명 가운데 70~80%가 1주일에 한 번 이상은 라디오를 이용한다. 성별, 연령, 지역 전반에 걸쳐 폭넓고 꾸준한 소비가 이뤄진다.

영국의 1주일 평균 라디오 이용 시간은 21.4시간에 달하며 아직도 상승세다. 이에 반해 한국은 1일 평균 라디오 이용 시간이 2시간 미만, 1주일 평균 13시간 가량에 불과하다.

디지털 전환에서도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영국은 DAB(Digital Audio Broadcasting) 수신기 보급률과 함께 이용 점유율이 크게 올랐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한 이용률도 상승 중이며 스마트(AI) 스피커, TV 수상기 등을 이용한 청취 도달률도 높다.

한국은 아직도 자동차의 아날로그 수신기를 이용한 라디오 이용이 압도적이며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증가세는 미약하다.

그렇다면 영국 BBC 라디오는 어떻게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

정 교수는 "매체 생애주기 특성상 소멸하는 거라면 비슷한 경향이 나타나야 되는데 그렇지 않다. 매체의 자연스러운 비즈니스적 사이클이 아니라 정책에 바탕을 둔 환경의 차이가 격차를 벌리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단 영국은 공공 라디오와 상업 라디오의 명확한 차별화가 이뤄져 있다. 그렇다 보니 넓은 타깃을 대상으로 특화된 채널과 질 좋은 콘텐츠들이 청취자들을 사로잡는다. 예를 들어 한국처럼 시사·보도·음악이 섞인 종합성 채널이 아니라 특정 음악 전문, 담화 전문 채널 등으로 세분화하고 앱에서는 청취자가 직접 채널을 편성하도록 계획 중이다. 결국 청취자 맞춤형으로 운용된다는 이야기다.
 
규제 역시 엄격하지 않다. BBC 라디오는 자율 규제가 가능하고 상업 라디오 채널 역시 방송 심의 기준을 벗어나지 않는 한 강력한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는 라디오를 공적 서비스 영역으로 간주해 BBC가 전체 예산의 5분의 1가량을 투입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예산 뒷받침이 되니 뛰어난 제작자들이 모여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셈이다. 팟캐스트 등 뉴미디어 역시 BBC가 공적 서비스에 포괄해 시장을 키운다.

정체기에 빠진 국내 라디오 산업 또한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까지 소외됐던 라디오 중심의 정책 수립과 커넥티드카 서비스 등을 통한 접근성 확대, 공영방송을 중심으로 질 높은 콘텐츠 생산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라디오 서비스 진흥기구와 공적 데이터 확립이 필수적이다.

정 교수는 "다양성 관점에서 죽어가는 걸 살리는 '진흥기구'가 아니라 디지털 라디오로의 전환 방안을 세울 정책 제안기구가 필요하다. 입으로 말하고 귀로 듣는(Aural-Oral) 콘텐츠에 대해 혁신적 포맷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웹툰이 스토리 콘텐츠의 원형인 것처럼 라디오 역시 현재 유튜브 등 새로운 시사 흐름의 원형이라고 본다. 지식교양·시사·음악을 포괄해 질 높은 콘텐츠를 다양하게 만들고 음성·음향 서비스를 새롭게 진흥하려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옳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라디오 서비스가 새로운 청취자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청취율에 대한 공적 데이터 조사기구가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공공과 상업 영역 무관하게 혁신적 콘텐츠가 잘 자리잡으면 지원하는 체계가 자리잡을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영상물 위주 지원에 느슨하게 음성 콘텐츠가 끼어 있는 게 아니다. 새로운 라디오 콘텐츠를 위한 목적 기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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