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강남 한 클럽 내부 모습. 임민정·허지원 기자
"안에서 마스크도 안 쓰고 너무 좋아요!"성탄절인 25일 오전 11시 30분경, 서울 강남구 A클럽 앞에서 산타 모자를 쓴 이모(24)씨가 말했다. 루돌프 사슴뿔 머리핀을 꽂은 조모(24)씨는 옆에서 "클럽 안에 사람이 꽉 차 있었다"며 들뜬 기분을 표현했다.
현재 방역 수칙상 클럽은 오후 9시까지 영업이 가능한데, 상당수는 오전 5시부터 시작하는 '오전반'과 저녁 시간대인 '오후반'을 나눠서 영업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클럽은 16시간 동안 '종일반'을 운영하며 손님을 맞았다. 이날 동도 트기 전 어두컴컴한 새벽부터 산타 복장을 한 이들이 줄지어 클럽 앞에 도착했다. 성탄절 '대목'의 시작이었다.
강남 일대 클럽은 가는 곳마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북새통'을 이뤘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클럽 내부에선 새벽부터 한낮에도 밀집된 인원으로 '춤판'과 '술판'이 벌어지는 등 방역수칙은 자연스레 무너지는 모습이었다.
A클럽 입구에서 마주친 이용객들은 "안에서 밀리면서 이동하는데, 앞이 안 보일 정도였다"라고 했다. 내부엔 약 50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어깨를 붙이고서 몸을 흔들었다. 이 중 절반 가까이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이날 새벽 5시부터 운영을 한 해당 클럽이 오후쯤 문을 닫자, '오후반' 영업 클럽을 찾아 원정을 떠나는 일행들이 보였다.
B클럽에선 내부 인원 중 80명 정도가 마스크를 안 쓰거나 턱까지 내린 상태로 일렉트로닉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산타 복장을 한 이용자는 춤을 추며 "이러는 거 너무 오랜만이다"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흡연 구역이 따로 없는 클럽 안은 담배 연기로 자욱했다. 환기가 안 되는 탓에 뿌연 연기는 그대로 클럽 안을 맴돌았다. 일부 이용객은 흡연을 하며, 바닥에 침과 가래를 뱉기도 했다.
캐럴이 나오자 이용객들은 노래를 큰 소리로 따라 부르는 등 성탄절 분위기를 만끽했다. 클럽 바닥과 계단 곳곳엔 마스크가 버려져 있었다. 일부 이용객들은 마스크를 잃어버린 탓인지 클럽을 나와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강남대로 일대를 누비고 다녔다.
25일 서울 강남 한 클럽 내부 모습. 임민정·허지원 기자'백신 안 맞아도 입장'…사적 모임 제한도 '무시'
"백신 접종 안해도 괜찮아요. 저 통하면 돼요. 소문은 내지 마시고요."백신 미접종자도 클럽 이용엔 문제가 없었다. 클럽 영업 직원(MD)에게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다"며 출입 가능 여부를 묻자 "입구에서 연락만 달라"며 조율한 입장 방식이다.
현재 유흥시설(유흥주점, 클럽 등)은 집합금지 대상 업종이 아니지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했거나 코로나19 확진자였다면 격리 해제자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백신을 맞지 않고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확인서만으로는 입장이 불가능하다. 접종 후 심각한 이상반응이나 건강상 이유 등으로 백신 접종을 마치지 못했음을 증명하는 예외 확인서도 쓸 수 없다.
하지만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강남·서초구 클럽 5곳을 방문한 결과, 4곳은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더라도 입장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PCR 검사 음성 확인서만 있으면 되거나, 해당 확인서가 없이도 입장을 할 수 있었다.
미접종자 출입에 대한 MD의 안내 방식은 일반 통화가 아닌 '보이스톡(음성채팅)'으로 이뤄지기도 했다. 기록을 남지 않게 하려는 셈이다. "백신 미접종자는 출입할 수 없다"며 입구의 보안 요원이 막아서기도 했지만, MD가 입구에 나와 "미리 얘기됐다"고 귀띔하자 문은 가볍게 열렸다.
방역수칙을 어기고 오후 9시를 넘겨 영업하는 클럽 정보도 이용객들 사이에 공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전부터 클럽을 이용한 이모(25)씨는 "어차피 (영업 제한 시간인) 9시가 지나도 놀 사람들은 논다"면서 "시간이 지나서도 영업하는 곳이 꽤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런 곳은 지하에서 노래를 조그맣게 틀고 이중문으로 닫고 영업하니 밖에서는 아예 모른다"며 "지인을 통해 가거나 한다"라고 말했다. 실제 클럽 관련 오픈 채팅방에서는 '몰영(몰래 영업)'하는 곳을 연결해주겠다는 제안이 들어오기도 했다.
현재 사적 모임은 4인 이하까지 허용되지만, 캄캄한 클럽에선 이 원칙도 예외였다. 여러 명이 클럽 테이블 비용을 나눠 내는 '조각' 모임을 통해 대여섯 명씩 모인 이들은 처음 만난 사람과도 자연스럽게 마스크를 벗고 같은 잔을 돌려가며 술을 마셨다.
클럽 안 버려진 마스크들. 임민정·허지원 기자"코로나19 감염 걱정은 되지만"…"재밌는 게 우선"
클럽 이용객들은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표하면서도 연말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이모씨는 "걱정되지만 오늘은 크리스마스고 재밌는 게 우선"이라며 "새해에도 클럽에 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울 때는 마스크를 안 써서 오미크론이 퍼질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이런 데(클럽)를 자주 놀러 오다 보니 주기적으로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클럽 입장을 기다리던 이모(23)씨도 "안에 사람이 많아 마스크는 안 벗으려고 한다"면서 "백신을 3차까지 맞았다"라고 전했다.
강남구 한 클럽의 70대 청소 노동자는 "요즘 아주 위험한 상황이라 항상 마스크를 쓰고 일한다"면서 "아직 더 있다가 (시설을) 열어야 하는데 다들 먹고 살려니까 하는 것 아니겠냐"고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