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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기업도시,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과거 군사도시 정체성에서 중부권 경제, 관광, 문화 중심도시로 도약하고 있는 강원도 원주. 하지만 화려한 성장의 이면 뒤에 잊혀지고 숨죽여온 아픔이 있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올해 71주년이 되는 긴 시간이 흘렀다. 동족상잔의 아픔과 함께 강원도 원주에서도 남과 북의 갈등, 좌우 대립 속에 많은 민간인들이 희생 당한 사건은 여전히 치유되지 못한 채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다.강원CBS는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이에 대한 사회적, 정치적, 법적 치유를 이끌어내기 위한 첫 걸음으로 총 4회에 걸쳐 한국전쟁 직후 원주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 사건을 기획, 보도한다.

[강원CBS 기획: 잊혀진 죽음들④]
원주 민간인 학살 사건, 남겨진 과제

유재덕 목사가 지난 달 19일 원주시민연대가 주최한 한국전쟁 전후 원주지역 민간인 집단희생사건 조사 연구 토론회에 참석해 '원주 민간인 학살 사건' 목격 증언과 함께 재조사를 위한 각계의 관심을 당부하고 있다. 진유정 기자유재덕 목사가 지난 달 19일 원주시민연대가 주최한 한국전쟁 전후 원주지역 민간인 집단희생사건 조사 연구 토론회에 참석해 '원주 민간인 학살 사건' 목격 증언과 함께 재조사를 위한 각계의 관심을 당부하고 있다. 진유정 기자
▶ 글 싣는 순서
71년간 잊혀진 죽음, 원주 민간인 학살 사건을 아시나요?
1950년 원주에서 벌어진 또 하나의 참상들
"과거를 바로 잡는 일, 미래 세대를 위한 길"
④ "용기 내어 알려야, 진실이 바로 선다"
(계속)

한국전쟁 전후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고, 남북 경계에 위치해 전문가들 사이에서 좌우익 간 대립이 심해 가장 먼저 민간인 학살이 발생 했을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는 강원도.

최근 제주도 4.3 항쟁이나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 등 과거사에 대한 진상 규명이 시작되면서 원주지역도 한국전쟁시 발생한 민간인 학살 사건에 대한 재조사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최근 1,2기 진실화해위원회에 접수된 사건외에도 원주 지역에서도 전쟁 발발 이전인 1949년부터 1952년까지 군경이 좌익 협조자를 색출하겠다는 명목으로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 유재덕 목사는 원주시민연대 토론회에 참석해  '원주 민간인 학살 사건' 목격 증언을 했다.

유 목사는 1939년 원주시 일산로에서 출생해 8살 때 문막에서 피난 생활을 하며 겪었던 참상을 공개 증언했다.

"원주시 지정면 채면리에서 피난 생활을 했었다. 인민군들이 공회당(마을회관) 이라고 초가로 된 집이 있었는데 어느 날 종을 쳐서 동네사람들이 그곳에 모였다. 어른들은 공회당 안으로 들어가고 아이들은 밖에 있었고 …군인들이 인민위원장, 여성동맹 위원장을 나오라고 했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자 까만 교복을 입은 중학생을 불러 너 알지? 너가 얘기해. (중학생 형이) 겁이 나서 '아무개 아저씨요' 그래서 끌어냈다. 그 동네 교감 선생님이었는데 실제 부역했던 사람들은 미리 다 월북을 하고 남지 않았다. (중략) 개머리 판으로 (교감을) 짖눌렀다. 동네 산으로 데리고 갔고 이후 총소리가 났다. 부역을 했냐는 이런 질문도 없이 그냥 죽인거지"

유 목사를 비롯한 토론회 참석자들은 조사 시급성에 입을 모으기도 했다. 목격자 대부분이 사망하거나 치매를 앓는 사람도 있고 세월이 흘러 기억을 잃거나 기억이 왜곡되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긴급 예산을 확보해서라도 전방위적 조사와 자료 수집을 통한 진상규명을 서둘러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인수 여주시 민간인 피해자 유족회 사무국장은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증언 채록사업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공동체가 무너질까 걱정하고 서로의 신뢰, 마찰 등으로 고민하는 분들도 많다"며 "기록해 평화의 가치를 실현하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될 용기가 필요하고 그 용기를 불어 넣어 줘야 된다. 언론이 적극적으로 홍보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19일 원주시민연대가 '한국전쟁 전후 원주지역 민간인 집단희생사건 조사 연구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진유정 기자지난 11월 19일 원주시민연대가 '한국전쟁 전후 원주지역 민간인 집단희생사건 조사 연구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진유정 기자피해자는 물론 가해자의 용기있는, 책임있는 목소리도 요구됐다.

신기철 금정굴 인권평화재단 소장은 "우리 세대의 가장 큰 고민은 재발방지다. 피해자 측에게는 당시 당신들 뿐 아니라 전체 사회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리는 것, 가해자 측에게는 비록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자신들 집단이 저지른 가해 행위가 얼마나 심각한 반인륜적 행위였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죽은 사람들은 말이 없어서 살아있는 누군가가 먼저 말하기 시작하면, 그런 일이 있었냐고 묻기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왕현종 연세대 미래캠퍼스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경기도 여주시 민간인 피해자 연구의 경우도 10년 동안 계속 작업을 해왔다. 원주는 처음 시작하는 것이라 1-2년만에 성과를 거두기는 힘들다"며 "조사 범위 방법에 대해 체계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시간을 단축하기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원주지역사에 대한 기초연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해방 이전까지의 원주지역의 역사를 정리했는데 해방이후 기조자료가 부족하다. 기존 신문이나 현재 80-90대 분들의 증언 자료를 모아야 된다. 유재덕 목사의 중요한 증언이 나왔다. 원주시 등 행정기관의 도움 등을 통해 경험적인 증언을 할 수 있는 분들을 찾고 추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건 재조명에 나선 원주시민연대는 내년 초 제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위원회에 원주 민간인 학살에 대한 진실규명을 신청하고 원주시와 원주시의회와의 협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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