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동신병원 예방접종센터에서 1, 2차 접종을 마친 시민이 모더나 백신으로 추가접종(부스터 샷)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코로나19 바이러스의 신종 변이로 국내 우세종인 델타 변이보다 더 강력한 전파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오미크론'의 국내 감염자가 130명에 육박하는 가운데 방역당국은 백신 3차접종(추가접종)이 해당 변이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박영준 역학조사팀장은 15일 백브리핑에서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크게 전파력, 백신의 예방효과, 중증도 등 세 가지 영역에서 저희가 모니터링 및 평가를 하고 있다"며
"백신 효과에 있어서는 현재까지 나온 외국자료를 보면 3차접종 이후 감염 및 위중증 예방효과가 (델타 등) 기존 변이바이러스(대응)에서 기대하는 것만큼 높게 올라간다는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감염)사례가 많지 않아서, 관찰을 해야겠지만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앞서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는 지난 8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병원에서 진행된 실험결과를 공개하며
3차 접종에 해당하는 '부스터샷'(효과 보강을 위한 추가접종)이 오미크론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해당 실험에 따르면, 2차 접종만을 마친 기본접종 완료자에 대해서는 오미크론이 중화항체 효력을 크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권장횟수인 2회차 접종으로는 오미크론 대응이 어렵고, 접종완료자 중에서도 '돌파 감염'이 다수 나올 수밖에 없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다만,
3회차 접종(추가접종) 이후에는 오미크론 변이에 대항하는 중화항체가 2차접종 완료 당시보다 25배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 연합뉴스
화이자의 최고경영자(CEO)인 앨버트 불라는 "우리 백신의 3회차 접종이 보호능력을 개선한다는 점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오미크론의 확산세에 따라, '4차 접종'이 예상보다 빨리 필요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11일에는 이스라엘에서도 화이자 2차접종을 받은 지 5~6개월이 지난 완전접종자는 오미크론에 대한 중화능력이 거의 전무(全無)했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당국은
오미크론의 전파력은 델타 등을 훨씬 앞서는 것으로 이미 증명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박 팀장은 "(오미크론의)
생물학적 부분에 있어서의 전파력은 (기존 바이러스보다) 더 잘 감염되고 (확산)속도가 빠를 거란 점이 실험실적으로 여러 번 보고된 바 있다. 저희도 그 과학적 근거는 타당할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3일 저희가 (오미크론의) 특성을 분석한 것처럼 '세대기'는 델타보다 빠를 가능성이 있고,
전반적인 전파력이 기존 변이보다 더 세고 높을 거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대기는 선행 확진자(감염원)과 접촉해 감염된 이후 주변인에게 또 바이러스를 추가전파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이른다. 오미크론의 세대기는 평균 2.8~3.4일 정도로 현재 국내 4차 대유행을 이끌고 있는 델타 변이(2.9~6.3일)보다 최대 2배 이상 빠른 것으로 파악됐다.
아직
국내 감염자 중 중증으로 악화된 환자는 없지만, 당국은 오미크론에 대한 '낙관론'을 펴기엔 이르다고 경계했다.
박 팀장은 "현재까지 국내 사례 중 위중증 환자는 없지만 중증도에 있어서는 추가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확진되고 난 다음 보통 한 달 정도 경과 관찰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감염자가 더 많은) 외국 사례를 봤을 때 기존 변이와 비교해 크게 중증도가 높다는 사례 보고는 아직 없는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며
"(오미크론을) 마일드(mild)한 케이스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앞서 방대본이 분석한 국내 관리사례(감염 확정 90명·의심 33명)에서도 오미크론 확진자의 24.4%는 무증상 상태였고, 임상증상이 발현된 경우에도 발열·인후통·기침 등 경증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오미크론의 특성을 확정짓기에는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수치가 아니라는 것이 당국의 판단이다.
WHO(세계보건기구)의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 역시 전날 "오미크론 변이는 우리가 이전의 어떠한 변이에서도 보지 못한 속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오미크론 변이가 덜 심각한 질병을 유발한다 해도 감염자 수 자체만으로 다시 한 번 준비가 덜 된 의료시스템을 압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도 이달 들어 처음으로 유입이 확인된 후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연합뉴스방대본은
이날 0시 기준 국내 오미크론 감염자가 지역발생 4명, 해외유입 5명 등 총 9명이 늘어 누적 128명(해외유입 33명·국내감염 95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해외유입 사례는
나이지리아발(發) 환자가 3명, 영국과 미국에서 들어온 환자가 1명씩인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감염사례는 전원 최초 감염자가 나온 인천 미추홀구 교회 관련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교회의 교인이 2명, 기존 감염자인 신도들의 가족 2명 등으로 파악됐다.
인천 교회에서는
지난 달 14일부터 23일까지 나이지리아를 방문한 목사 부부가 지표환자로 확진된 뒤로 연쇄적인 'n차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 귀국 이튿날인 25일 확진된 이들은 변이 분석을 통해 이달 1일 오미크론 최초 확진자로 판정됐다.
이후 인천국제공항에 이들을 마중하러 나갔던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지인 A씨가 추가감염됐고, 부부가 소속된 교회에 출석 중인 A씨의 가족들·그의 지인 B씨 등을 거쳐 지역사회에 광범위한 전파가 이뤄졌다. 지금까지
해당 교회 관련 오미크론 감염자는 67명, 이들과 역학적 연관성이 있는 의심환자는 5명으로 총 72명이 확진된 상태다.
오미크론 추가확진이 유력한 의심환자는 4명이 늘었다. 이들 중 절반(2명)은 인천 교회 관련 사례, 나머지는 전북 유학생 관련 환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 미추홀구 교회의 경우, 교인(1명)과 선행 확진자인 교인의 가족(1명)이 새로운 의심사례로 분류됐다.
전북 유학생 관련 사례는 2명 다 전남 어린이집을 고리로 코로나19에 걸린 것으로 파악됐다.
검체채취 하는 의료진. 연합뉴스 해당 사례는 지난 달 25일 이란에서 입국한 유학생이 이달 5일 격리해제 전 진단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방역망에 포착됐다. 그가 격리 중이던 집의 형과 형수, 조카 등이 줄지어 확진됐고 가족 구성원이 다닌 전북 어린이집이 확산 매개가 됐다.
전남·서울 등 타 지역 거주자들과 가진 가족모임을 통해서 전남 함평 어린이집 등까지 세력이 미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표가족 4명 외 △전북 어린이집 25명 △가족모임(서울) 11명 △전남 어린이집 15명 등이 확진됐다. 이 사례와 관련된 환자는 오미크론 감염 확정사례 31명, 의심사례 24명 등 누적 55명에 이른다.
정부는 오미크론 유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날
△나미비아 △남아공 △모잠비크 △레소토 △말라위 △보츠와나 △에스와티니 △짐바브웨 △나이지리아 △가나 △잠비아 등 11개국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를 내년 1월 6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들 국가는 단기체류 외국인의 입국이 금지되고, 내국인과 장기체류 외국인도 임시생활시설에 열흘 간 격리되며 PCR(유전자 증폭) 검사를 4회 받아야 한다.
박 팀장은 이에 대해
"이러한 조치는 유입 확산속도를 늦출 뿐, 전반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충분히 막는다는 개념으로는 쉽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결국 (오미크론의 확산은) 시간 문제"라고 내다봤다.
또 "해외에서 들어오는 분들을 통해 국내에 추가전파될 가능성은 우리나라도 충분히 있다고 본다. 그 확산 속도를 늦추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