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조선 제공치명적인 공정성 논란에 무사과·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미스트롯'을 시작으로 오디션 프로그램 성공 신화를 써내려 간 TV조선 이야기다.
'미스트롯2'에 이어 '국민가수'까지 자사 대표 인기 프로그램들이 공정성 논란에 빠질 때마다 정작 TV조선은 제3자처럼 한 발 빼고 있는 모양새다.
시청률 15.3%(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동일)를 기록하며 흥행 중인 '국민가수'는 최근 과열된 팬들의 부정 투표가 발각됐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한 사람이 계정을 여러 개 생성해 최대 250표까지 중복 투표가 가능하다는 점을 발견해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확인 결과 이러한 우려는 사실로 드러났다.
8일 '국민가수' 모바일 투표 앱 쿠팡플레이 측은 "12월 3일까지 전체 투표 중 1% 미만의 투표가 허위 정보를 이용해 생성된 불법 계정을 통해 중복적으로 이루어진 투표로 판단됐다"며 "당사는 TV 조선과 협의해 기존의 투표 집계를 바로잡고, 중복투표 내역이 참가자 순위 및 당락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고 알렸다.
결국 투표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부정 투표가 가능했던 것이다. 팬 개개인의 비도덕적인 선택만 탓할 사안은 아니다. 일차적으로는 해당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TV조선의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시청자 투표는 참가자들 순위와 당락을 결정하기에 가장 투명하게 공정성이 담보돼야 하는 요소다. '프로듀스' 시리즈와 관계자들이 나락으로 떨어진 이유 역시 희대의 투표·순위 조작 때문이었다. 철저하게 점검해야 했지만 '국민가수' 제작진은 투표 시스템 문제를 놓친 셈이다.
그러나 TV조선은 쿠팡플레이 뒤에 숨어 침묵을 지켰다. 프로그램 투표 공정성과 시청자 신뢰도가 무너졌음에도 부정 투표 발각 3일째가 되도록 어떤 사과나 입장도 없었다.
부정 투표는 아니지만 32.9% 시청률 기록을 쓴 '미스트롯 2' 역시 후속 대응은 비슷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지난 10월 '미스트롯 2'에 법정 제재인 '주의'를 결정했다.
'미스트롯 2'는 방송 당시 역대 최다 지원자라며 '지원자 수 총 2만명'이라는 문구로 홍보했지만 실제 지원자 수는 약 7300명에 그쳤다. 당시 지원자수 부풀리기, 즉 조작 의혹도 '국민가수'처럼 시청자들이 온라인상에서 문제를 제기, 공론화하면서 사실로 드러났다.
방심위는 이 같은 TV조선의 행태가 방송 객관성을 위반한 것으로 봤다. 메인 PD는 직접 방송소위까지 출석해 과장된 자막을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정작 TV조선은 시청자를 향해 입을 닫았다.
TV조선은 '트로트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프로듀스' 시리즈 이후로 시들한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을 잇따라 성공시키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 인기를 통해 TV조선이 거둔 수익도 천문학적이다. 탄탄한 기획력과 성과에는 박수를 보낼 일이지만 명백한 잘못까지 외면하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의 대처는 아쉬움을 남긴다.
최종 순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하더라도 오디션 프로그램은 '숫자'에 민감하다. 지원자수 '뻥튀기'든 부정투표든 공정성 훼손은 중대한 실책이다. 방송사는 이에 대해 책임질 의무가 있다. 최소한 시청자를 향한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이 필요하다.
'미스트롯 2'에서 공개 사과 없이 넘어간 제작진은 '국민가수'에서 또 실수를 반복했다. 과거를 반성하지 않고서는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이대로라면 TV조선 제작 오디션 프로그램마다 공정성 논란이 발생해도 놀랍지 않다. 침묵이 무조건 답은 아닌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