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불법 '사무장병원' 못지않게 이른바 면허대여약국(면대 약국)의 불법행위로 인해 국민의 소중한 보험료로 조성한 건강보험 재정의 누수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면대 약국은 약사법상 약국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약사를 고용해 약사나 비영리법인 명의로 개설·운영하는 불법 기관을 말한다.
8일 건강보험공단의 '면허대여약국 연도별 요양급여 환수 결정 및 징수' 자료를 보면, 불법 면대 약국에 대한 환수 결정금액은 2010년부터 2021년 6월 말까지 11년 6개월간 5601억 3100만 원에 달했다.
건강보험법상 약사 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약사 면허를 대여받아 약국을 운영해 얻은 요양급여는 건강보험공단이 해당 금액 전부를 징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면대 약국이 불법으로 빼내 간 요양급여액에 대한 환수 실적은 미미하다. 같은 기간 환수금액은 343억 3400만 원(6.13%)에 그쳤다.
면대 약국은 불법 사무장병원과 더불어 건보재정을 갉아먹고 건강보험료 상승을 초래하는 주요한 원인이다.
면대 약국은 약 조제를 통해 건보공단에서 요양 급여비를 타내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얻는다. 약국 요양 급여비는 건강보험공단 부담금 70%, 본인 부담금 30%로 이뤄진다. 약 조제비가 1만 원이라면 7천 원은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고, 환자는 3천 원을 부담하는 식이다.
실제로 강원 영동지역 대형병원의 설립자 가족들은 2000년 7월 의약분업 이후 병원에서 의약품을 팔 수 없게 되자, 직접 병원이 면대 약국을 개설해 16년간 운영하면서 요양 급여비 명목으로 약 274억 원을 부정으로 받았다가 2018년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도 한진그룹의 부동산 등을 관리하는 비상장 핵심 계열사인 정석기업 대표 원모 씨와 공모해 인하대병원 인근에 '무자격 차명 약국'을 개설한 뒤 요양급여 등을 청구해 1522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20년 11월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다만 조 전 회장은 2019년 4월 별세하면서 공소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당시 재판부는 "자산이 많은 사람이 법적 규제를 피하려고 차명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이를 통해 부당 이득을 취하는 것은 오랜 적폐 중 하나"라며 "약국 무자격 개설 사건의 경우 엄청난 자금력을 가진 기업가인 망인이 피고인 원씨를 통해 약국을 개설하고 오랫동안 영위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면대 약국은 의약품 오남용을 조장하고, 특정의료기관에 리베이트를 제공해 특정 의약품만 처방하도록 유도하는 등 국민건강에 피해를 주고 있다.
이렇게 면대 약국과 사무장병원의 사회적 폐해가 심하여지자 건보공단도 불법 기관 근절 종합대책을 마련해 단속하지만 힘에 부치는 상황이다.
현장 조사에 나서더라도 수사권이 없어 계좌추적이나 관련자들을 직접 조사할 수 없는 등 혐의를 입증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건보공단은 특별사법경찰권을 확보해 상시 전담 단속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입법화하고자 하지만 국회에서 반대해 여태껏 별다른 성과를 못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