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죽만 울린 5인 미만 근기법 적용…연내 처리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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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회기 종료를 앞두고 삽시간에 논란거리로 떠올랐던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입법화가 결국 올해 안에 처리되지 못할 위기에 놓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관련 법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긍정적인 입장을 비추던 국민의힘 측이 윤석열 후보의 반발에 밀려 국회 논의 테이블에 올리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권과 노동계는 "진짜 피해자인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국회가 책임 있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연합뉴스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던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입법이 결국 올해 안에 처리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5개월 만에 지난 1일과 2일 이틀에 걸쳐 고용노동법안소위원회를 진행했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에 관한 개정안은 끝내 다루지 않았다.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으로 만들어진 노동권 '차별지대'나 다름없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11조에서는 5인 이상 사업장만을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으로 인정하고,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하지 않되 대통령령으로 일부 규정만 따로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5인 미만 사업장에는 해고·부당 전보에 대한 제한이나 노동시간 및 연차·공휴일, 연장·야간·휴일 수당 등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근로기준법의 핵심 조항을 적용받지 않고 있다.

이처럼 현행 근로기준법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법적 보호에서 배제하는 '2등 국민'으로 남겨두고 있지만, 정작 해당 조항에 명확한 입법적 근거는 없다는 것이 학계의 일관된 지적이다.

2019년 헌법재판소가 문제의 근로기준법 11조를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때에도, 사용자의 경제적 부담이 크고 정부가 영세사업장을 일일이 관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정책적 판단의 영역에서나 근거를 찾을 정도였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더 큰 문제는 5인 미만 사업장이 근로기준법의 '예외'로 남으면서 여타 노동 정책·제도에서도 '차별지대'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권리찾기유니온 정진우 사무총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이나 공휴일법 등에서도 5인 미만 사업장은 예외로 두면서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것이 사회적인 관행처럼 굳어가고 있다"며 "근로기준법 핵심 조항에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를 배제한 것이 우리 사회의 차별적 제도를 확산하는 법적 토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실제 노동자는 1천여명이 넘는데도 사업장을 쪼개거나, 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 위장하는 등의 수법으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도 횡행하고는 악용 사례도 너무나 많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지난달 24일 한국노총이 주최한 대선정책 토론회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전면적용은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역설하면서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논란이 삽시간에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이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에서 관련 법 개정안을 내놓은 가운데, 국민의힘까지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하자 노동·사회단체들도 일제히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불과 5일 만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을 때 근로자에게 불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선을 그었다.

이어 윤 후보가 주52시간제·최저임금 등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발언을 쏟아내는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들도 한발 물러섰고, 결국 법안소위에 관련 개정안이 논의되지 못했다.

지난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일하는사람누구나 근로기준법'입법 추진단이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일하는사람누구나 근로기준법'입법 추진단이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물론 이론상으로는 정기국회 회기가 오는 9일까지여서 8일에 소위를 다시 열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관련 법 개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자는 요구가 워낙 오래됐고, 이제 국민적 공감대도 충분히 무르익었다"며 "당장 다음 주라도 노동법안소위를 열어 해당 법안을 다뤄야 하고, 야당이 이를 회피한다면 여당만이라도 책임 있게 소위를 열어 논의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대선 국면에 돌입한 상황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선거를 마친 후에야 논의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당 일각에서는 관련 개정안을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상정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패스트트랙에 법안을 올리면 상임위에서 180일, 법사위 90일, 본회의 자동 상정 60일 등 최장 330일이 걸린다. 범여권이 합의해 시간을 단축하려 해도 최소 100일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사실상 내후년 상반기에나 논의가 재개될 상황이다.

국회. 박종민 기자국회. 박종민 기자이에 대해 노동계는 비단 영세자영업자 뿐 아니라 저임금 노동자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만큼 관련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정 사무총장은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근로기준법을 개정하기 위해 논의하면서도항상 영세사업자들의 어려움부터 얘기하는 논의 구조부터 깨야 한다"며 "현행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지 않고 유지하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의 차별과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피해를 확산하겠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선 후보 등은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하는데, 애초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을 대화의 상대방으로 취급하고 있나 묻고 싶다"며 "국회에서 책임 있게 법안을 논의하는 것이 우선이고, 이 과정에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당사자들의 주장을 수렴해 결론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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