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군공항에서 블랙이글이 이륙하고 있는 모습. 수원시청 제공최근 경기도 수원 군공항 이전을 놓고 여러 지역에서 유치를 희망하고 나선 가운데 국방부가 추가 이전부지 검토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기존 예비이전후보지(화옹지구)인 화성시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답보 상태였던 군공항 이전 사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
국방부 "유치 희망 지자체 있다면 검토"…새 국면
30일 국방부는 '희망 지역으로 수원 군공항을 옮길 수 있나'라는 CBS 노컷뉴스의 질의에 "유치를 희망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있으면 후보지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은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한 야당 의원의 '사업계획을 재점검해 희망하는 지역으로 이전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한 국방부의 답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0월 21일 국방부의 서면 답변서를 보면 "선정요건 검토를 거쳐 (유치 희망 지자체를) 예비이전후보지로 추가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특히 군공항 이전을 위한 재원이 2015년에 추산된 7조 원에서 3배가량 늘어난 20조 원으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도 "수원시와 함께 군공항 이전사업비 규모를 재산출하겠다"고 강조했다.
단, 전제 조건으로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선정요건에 부합해야 된다는 점을 들었다.
조건은 군사작전과 공항입지 적합성이 핵심이다. 비행절차, 공역, 장애물, 기상, 소음, 지형, 지원시설 등 13개 항목으로 나뉜다.
국방부. 연합뉴스이처럼 까다로운 조건이 걸리긴 했지만, 당초 법률에 따라 예비이전후보지를 선정한 상태에서 이를 번복할 수 없다던 국방부가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꾼 것.
화성시 관계자는 "지속적인 군공항 이전 압박과 우리 지역의 강한 반발을 의식해 태도가 유연해진 것 같다"며 "군사작전 요소만 맞아떨어지면 화성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군공항을 옮길 수 있는 길이 열리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군공항 이전 목소리↑, '재정지원+민·군통합' 전제
화성시는 올해 8월 30일 국토교통부가 화성 진안에 2만 9천 가구의 신도시 건설을 발표하자, 소음피해를 줄이기 위해 인근 군공항을 화성이 아닌 다른 곳에 옮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철모 화성시장은 "지자체 간 갈등만 빚으며 지지부진할 게 아니라 합리적으로 희망지역에 군공항을 옮겨야 한다"며 신도시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청와대에 건의문까지 제출했다.
지난 8월 30일 서철모 경기도 화성시장 주재로 정부의 '공공주도 3080+ 주택공급대책 발표' 관련 긴급 현안회의가 열렸다. 화성시청 제공일부 지역구 의원들 역시 화성으로의 수원 군공항 이전 철회와 새로운 공모방식 추진을 요구하는 서한문을 국방위 소속 의원들에게 돌리는 등 지역 정치권도 힘을 보탰다.
이처럼 화성 지역사회가 제3지역으로의 수원 군공항 이전을 주장하는 데는 군공항 이전에 투입될 막대한 개발재원이 전제돼 있다.
군공항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대규모 재정지원을 해준다면,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자체들이 유치를 희망할 수 있다는 논리다.
현재까지 수원시는 민·군통합 국제공항을 신설하면 경기남부 도민 820만 명의 교통 편익을 높이는 것은 물론, 이전 지역의 지역경제 활성화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수원시의 개발구상안에 따르면, 수원 군공항을 민·군통합 국제공항으로 이전·건설할 경우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이전지에 투자재원 20조 원 이상을 투입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또한 9월 국토부가 경기남부 민간공항 건설을 중장기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을 확정하면서, '민·군통합' 형태의 공항 이전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유치 희망지역을 공모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수원 군공항 종전부지 및 이전부지 주변지역 발전 방안도. 세부 계획은 관계 기관 협의 후 변경될 수 있음. 수원시청 제공수원시 관계자는 "화성 화옹지구로 옮길 것에 대비해 각종 지원 방안과 소음피해 대책 등을 마련한 것"이라면서도 "어느 곳이든 군공항을 옮기는 지역에는 충분한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에 기피시설이 아닌 지역발전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발전 동력 '공항 유치전' 확산 가능성
이 같은 이점에 더해, 국방부도 희망지 이전을 검토하기로 하면서 군공항 유치에 뛰어드는 지자체가 늘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충남 당진시는 지자체 차원에서 최초로 수원 군공항 유치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김홍장 당진시장은 9월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민·군통합 공항으로 유치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관련기사: 2021년 9월 2일자 CBS 노컷뉴스 "[단독]수원 군공항 새국면 '당진 이전' 검토…화성 신도시 영향?"]
평택과 이천 등 경기남부에서도 주민들 주도로 지역의 발전 동력으로써 수원 군공항 유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평택 지역은 최근 시민들이 평택항 매립지에 '평택국제공항'을 조성해 기존 해상·육상 교통 인프라와 연계한 물류허브를 구축하자는 제안서를 국민신문고를 통해 제출했다.
올해 3월에는 이천에서도 주민들이 수년째 지연되고 있는 경기남부 국제공항을 유치해 철도망 확충과 지역 발전의 계기로 삼자며 관련 제안서를 국토부에 냈다.
이들 지역 모두 군공항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이전지에 대한 재정 투자와 민간 공항과의 통합 이전을 내걸었다.
수원 군공항에서 전투기가 이륙하는 모습. 수원시청 제공앞서 2013년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과 이듬해 수원시의 이전 건의를 거쳐 국방부는 2017년 2월 수원 군공항의 예비이전후보지로 화성시 화옹지구를 선정했다.
그러나 화성시의 강한 반발로 진전되지 않자, 일각에서는 이전 지역에 대한 대규모 경제지원과 개발 계획을 포함한 '경기남부 민·군통합 국제공항' 건설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다만, 민간공항과 군공항을 통합해 이전하려면 관계 정부부처와 지자체 등 기관 간 협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이와 함께 화성 지역에서는 군공항을 화옹지구가 아닌 유치를 원하는 지역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애초 국방부는 법적 절차에 따라 결정한 사안을 원점으로 돌릴 수 없다는 이유로 '불가 방침'을 고수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