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인동살 사주네요. 특별 작명을 하지 않으면 아기에게 큰 일이 미칠 수 있어요."갓 태어난 손주 이름 작명을 위해 한 유명 작명소와 상담한 A(60)씨는 화들짝 놀랐다. 작명가가 손주가 태어난 날짜를 보고는 대뜸 '인동살'이 끼었다고 하며 이러한 설명을 늘어놓았기 때문이다.
설마 하는 마음에 안내를 좀 더 받아보니 상황은 더욱 심각해 보였다. 삶이 파란만장할 뿐만 아니라 배신, 송사가 많고 화재나 교통사고를 자주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생 동안 건강 장애를 겪게 된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A씨는 "그 말을 듣고 너무 무섭고 놀라서 밤새 잠을 못잤다"며 "특별 작명을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다행히도 또 다른 작명가들을 또 찾아가본 결과,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작명을 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사주팔자상 이른바 '흉살'로 일컬어지는 '인동살'(忍冬殺)을 내세워 특별 작명을 해준다는 해당 작명소에 대해 수상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 작명소는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 등의 자녀들도 작명을 해줬다며, 이른바 '맘카페' 등에서 입소문이 난 곳이다.
이곳에서는 인동살에 해당되는 생일을 음력 기준 1, 3, 8, 11, 13, 18, 21, 23, 28일로 설명하고 있다. 이 날짜에 태어났다면 '죽음보다 더 엄청난 고통'을 받을 수 있고 심지어 단명을 할 수 있기에 특별 작명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 작명의 가격대는 19만 원이지만 특별 작명은 99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작명업계에서는 '말도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작명가는 "저런 생일로 따지면 우리나라 5000만 국민 중에 절반이 해당될 것"이라며 "인간은 태어나면서 수많은 살(殺)을 갖고 있고 인동살도 그 중 하나일 뿐이다. 작명 기법에서 사주를 보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모자라는 기운을 한자로 채워주는 형식이지 저런 식으로 아기 목숨을 갖고 위협을 주는 방식은 처음 본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작명가는 "저런 식의 작명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며 "연령대가 높거나 모르는 사람은 눈 뜨고 당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동살 작명 상담을 받은 뒤, 걱정이 돼 다른 작명소에 상담을 오는 사례도 일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동살' 특별 작명을 하는 작명가 B씨는 19대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언론특보 임명장을 받은 경력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작명소 블로그 캡처해당 작명소를 운영하는 작명가 B씨는 각종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력을 홍보하고 있다. 19대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언론특보 임명장을 받은 경력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보 경력 역시 인동살 작명 기법과 함께 홍보되고 있다.
B씨는 특보 경력과 관련 "실제 임명장을 받았고 허위 경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동살' 작명에 대해 "작명 기법일 뿐 손님이 실제로 작명을 할지, 말지는 자유 의사"라며 "충분히 사례로 입증된 부분이고, 특허청에 정당하게 상표 등록한 작명법"이라고 밝혔다. 한편 특허청 관계자는 "상표 특허는 단지 이름에 대한 특허일 뿐, 기술에 대한 특허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선 민간 신앙 영역일지라도 지나치게 나쁜 일이 닥칠 것처럼 현혹하거나 거액을 요구할 경우 사기성이 인정된다고 보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지나치게 위협을 준다거나 거액을 요구했을 경우 여러 판례를 봤을 때 사기 혐의가 성립된다고 볼 수 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B씨는 "절대 위협을 주지 않았다"며 "어디까지나 원하는 손님에게만 작명을 해주는 것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라고 말했다.
[반론보도] "아기, 인동살 끼었다" 기사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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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지난 11월 21일 사회면에 위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B씨 측은 "아기 사주에 '인동살'이 끼었다고 무조건 비싼 작명료를 받은 것이 아니고, 불우한 이웃에게는 무료로 작명을 해 왔으며, 文 후보 특보 출신을 홍보 자료로 활용한 사실이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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