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면 중이온가속기사업단장이 저에너지 가속장치 구축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중이온가속기사업단은 가속장치 가운데 올해 말까지 저에너지 가속 장치 설치를 완료하고 고에너지 가속 장치는 다음 단계 사업으로 넘기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고형석 기자단군 이래 최대 기초과학 프로젝트로 불리며 1조 5천억 원 규모의 예산이 들어간 중이온가속기 구축사업이 당초 예정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사업단이 최근 올해 1단계 사업 완료가 어렵다는 점을 시사하는 이메일을 소속 직원들에게 보내면서 사실상 목표 달성 실패를 인정한 데이어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노도영 원장은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동을 걸 때 가속장치를 극저온 냉각해야 하는데 이 냉각장치를 프랑스에서 들여와야 한다"며 "코로나에 따른 지체 요인과 냉각장치 등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이를 분석하는 작업에 몇 개월이 더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생겼을 때 3~4개월가량을 지연 기간으로 예상한 노 원장은 "늦어질 것을 왜 예측하지 못하느냐고 비판하는데 현장에서는 잘되고 있는 상황을 기반으로 계획을 세우다 보니 실패하는 변수를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간과 여유를 주면 조만간 부분 완성 소식을 알리겠다"며 "누리호처럼 전 국민이 가시적으로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못지않은 연구시설로 가동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권면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장은 사업단 내부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안타깝게도 초전도가속모듈의 제작·시험·설치 지연으로 12월 말 빔 인출은 어려울 전망"이라며 1단계 목표 완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내용을 공유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이보다 앞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올해 5월에 구분한 1단계 사업조차도 단 5개월 만에 어렵다고 해버리면 이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기도 했다.
지난 2011년부터 신동지구 내 13만㎡에서 건설에 들어간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라온'은 우라늄 등 다양한 중이온을 에너지를 이용해 가속하는 방식으로 희귀 동위원소를 생성하는 시설로 애초 2017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이 장치로 새로운 원소를 발견해 핵물리학이나 의학 등 다양한 기초과학 분야에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연이은 계획 변경에 이어 다시 연장이 결정되면서 올해로 예정했던 구축 완료가 또다시 미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