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벤투호'가 달라졌어요! 카타르 월드컵 본선 행 '성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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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최종예선 A조 2위 승점 14점…본선 행 9부 능선 넘어
남은 4경기에서 1승 1무 거두면 확정…조기 확정 기대
이란 원정 무승부가 '변곡점'…이후 경기력 확연하게 좋아져
'고집불통' 벤투 감독 평가…비난에서 믿음으로 바뀔 듯
10회 연속 월드컵 진출 대업 & 아시아 맹주 위상 회복 기대

연합뉴스연합뉴스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17일 새벽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원정 6차전에서 이라크를 3대 0으로 완파했다.
 
이 경기로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우리 대표팀은 내년 11월 열리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직행 티켓을 거머쥐기 위한 험난한 여정 가운데 사실상 8~9부 능선을 넘어섰다.
 
대표팀이 속한 A조 6개 팀 가운데 1위인 이란(5승1무, 승점16점)과는 승점 2점 차이로 2위(4승2무, 승점14점)를 달리고 있으나 3위인 UAE(승점6점), 4위 레바논(승전5점)과는 각각 승점 8점과 9점차이로 꽤 여유가 있다.
 
산술적으로 볼 때 내년 3월 말까지로 예정된 남은 4경기에서 3위인 UAE가 4승을 모두 챙기지 않는 한 1승1무만 거둬도 조 2위까지 주어지는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을 확보할 수 있다.
 
물론, 4경기 가운데 3경기가 중동 원정이라 모래바람이 거셀 수 있지만 객관적인 전력이나 지금까지의 경기 양상으로 볼 때 목표 달성이 무난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연합뉴스연합뉴스축구 전문가들은 벌써부터 내년 1월 27일과 2월 1일로 예정된 레바논과 시리아 원정에서 본선 진출 확정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사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축구를 좋아하거나 대표팀 경기에 관심이 있는 국내 축구팬에게 그동안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지난 2018년 부임한 벤투 감독은 기술축구를 구사하는 포르투갈 출신답게 부임 이후 후방 빌드 업을 통한 점유율 확보와 섬세하게 주고받는 짧은 패스를 강조하는 축구철학을 고집해왔다. 
 
이는 개인 기술보다 조직력과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치고 달리는데 강점을 보여 온 기존 한국 축구 대표팀의 특징과는 차이가 있었다.
 
이 때문에 벤투 감독의 전술은 우리 선수들에게는 맞지 않는 옷이 아니냐는 비난이 제기돼 왔다.
 
여기에 여러 선수를 다양하게 활용하기 보다는 신뢰하는 선수만을 기용하거나 웬만하면 교체를 하지 않아 '고집불통'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특히, '월드 클래스' 반열로 평가받는 공격수 손흥민 선수를 보유하고도 제대로 활용을 못해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런 우려는 지난 2018년 8월 벤투호가 출범한 이후 실제 경기력으로 나타나 2019년 아시안컵 8강 탈락에 이어 지난 3월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3대0이라는 참패를 기록했다.
 
또, 국내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최종예선 첫 경기에서는 상대의 밀집수비에 막혀 '헛심'만 쓰다 0대0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후 2차전 레바논, 3차전 시리아와의 홈경기에서 각각 1대0, 2대1로 승리는 했으나 불안한 경기력은 여전했다.
 
연합뉴스연합뉴스답답하던 벤투호의 경기력은 지난 달 열린 최종예선 4차전 이란과의 원정경기를 계기로 급변하기 시작했다.
 
고산지대에 위치해 '원정팀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이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벤투호는 선제골을 넣으며 승리 문턱까지 도달했으나 막판 실점해 아깝게 1대1 무승부를 기록했다.
 
비록 승리는 놓쳤으나 난적 이란과의 원정경기에서 승점 1점을 챙겼다는 점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로 이후 최종 예선 여정에서 변곡점 역할을 한 중요한 경기가 됐다.
 
이란 원정 이후 1개월 뒤인 지난 11일 고양 경기장에서 5차전 UAE와의 경기가 열렸다.
 
결과는 1대0으로 한 점 차 승리를 거뒀으나 골 운이 없었을 뿐 전·후반 내내 대표 팀은 그라운드를 지배하며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6차전 이라크와의 경기는 1차전 무승부 때와는 확연하게 달라져 마치 벤투 감독이 그동안 대표 팀에 입히려던 옷이 선수들 몸에 맞아 들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기록상으로만 봐도 볼 점유율(%) 7대3 (67:33), 슈팅 9개 중 유효슈팅 7개, 총 패스 686개 가운데 성공률 90%로 모든 면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섬세한 패스를 통한 공격 전개와 압박 수비, 그리고 골 결정력까지 이전 대표 팀 경기를 볼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어서 TV중계를 보는 내내 불안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최근 보여 준 두 경기로 대표 팀과 벤투 감독에 대한 평가는 아마도 사뭇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연합뉴스최근 두, 세 경기 결과만으로 의구심과 비난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으나 3년 전 벤투 감독을 영입할 당시 최대 목표로 제시했던 월드컵 본선 진출 달성을 코앞에 두고 있다.
 
게다가 대표 팀의 조직력과 경기력은 최종 예선을 더 할수록 분명 살아나고 있어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대한민국 축구는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아시아의 맹주라고 불렸으나 지금은 예전만큼의 위상은 아니다. 
 
지난달 기준 국가축구연맹(FIFA) 랭킹을 보면 대표 팀은 이란(22위), 일본(28위), 호주(34위)에 이어 아시아에서 네 번째로 높은 35위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 중동은 물론 중앙아시아, 그리고 최근에는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까지 아시아의 전력의 간극이 점차 좁혀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 아시아를 대표하는 손흥민이라는 세계적인 선수가 있어 자긍심을 높여주고 있다.
 
또, 아시아축구클럽(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지난해 K리그 울산이 모처럼 만에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올해도 포항이 결승에 진출해 있다.  
 
지난16일 영국 매체 BBC는 21세기 축구 경기에서 일어난 최대 이변 10경기를 선정해 발표했다.
 
조사 결과 한국 축구의 2002년 한일월드컵 이탈리아전 승리, 2018년 러시아월드컵 독일전 승리가 포함됐다.
 
세계 축구의 변방으로 취급받는 아시아 국가 팀이 세계 최고 수준의 유럽 국가 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는 게 놀랍고 신기한 일로 여겨지는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연합뉴스연합뉴스하지만 아시아 국가에서는 유일하게 최대 이변을 일으킬 정도로 대한민국 축구는 저력이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리고 차범근 선수를 시작으로 박지성, 손흥민으로 이어지는 세계적으로 걸출한 선수를 배출한 거의 유일한 아시아 국가라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다. 
 
지난 2018년 8월 부임한 벤투 감독은 어느덧 외국인 출신 가운데 최장수 감독이 됐고, 선임 당시 목표였던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벤투호가 최근 보여준 좋은 경기력을 유지해 내년 초 이어질 남은 최종예선 4경기에서 과정과 결과를 모두 가져오며 본선 진출이라는 대업을 달성하길 응원한다.
 
더불어, 그 여세를 몰아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서도 최대 이변을 넘어 세계 축구 강국을 위협하는 다크호스로 16강, 8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길 기대해 본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 팀은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른 역사가 있고 역사는 반복될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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