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국정기조 전환은 없었지만…협치 첫발은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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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이재명 대표 회담에 쏠린 관심. 연합뉴스윤 대통령-이재명 대표 회담에 쏠린 관심.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나 정국 현안을 두루 논의했다. 윤 정부 출범 후 720일 만에 이뤄진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만남이었다. 만남으로 이끈 것은 지난 총선 결과였다. 거대 야당의 협조없이는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힘들게 된 상황에서 국민들의 관심은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기조 변화 여부에 쏠렸다. 그러나 2시간 10분 넘게 진행된 회담에서 공통의 합의문은 나오지 않았다.
 
다양한 의제와 정치적 쟁점이 제시됐지만 경청에만 그친 채 전향적 태도변화는 없었다. 총선 민심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 해결과 안전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 각종 의혹사건 진상규명 등 국정운영기조를 전환하라는 준엄한 명령이었는데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재명 대표는 "과도한 거부권 행사, 입법권을 침해하는 시행령이라든지, 인사청문회 무력화 같은 조치는 민주공화국의 양대 기둥이라고 하는 삼권분립,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일일 수 있다"고 지적하며 향후 국회 결정을 존중해달라고 요청했다. 해병대원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검법 수용 등을 요청한 것이다. 김건희 여사 문제와 관련해선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들도 정리하고 넘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향후 채상병 사건 특검법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 김 여사 특검법이 정국의 현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윤 대통령은 이들 사안에 대해 특별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놓고 윤 대통령은 "민간조사위원회에서 영장청구권을 갖는 건 법리적 문제가 있다"며 독소조항 해소를 전제로 다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민생회복지원금을 요청한데 대해서는 윤 대통령이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 방향, 서민금융 확대방안, 전세사기 특별법 피해자 지원방안 등을 설명했다고 한다. R&D(연구개발) 예산 증액과 관련해선 윤 대통령이 추경 편성 등을 통해 예산을 당장 증액할 계획이 없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민주당 배석자들이 전했다. 윤 정부의 국정과제인 연금개혁과 관련해선 이 대표가 "국회 공론화위원회에서 방향을 정해야 하는데 정부가 방향을 줬으면 좋겠다"며 신속한 결론을 주문한 반면 윤 대통령은 22대 국회에서 심도있게 논의를 이어가자는 취지로 제안했다고 한다.
 
이재명 대표는 "의대 정원 확대 같은 의료개혁은 반드시 해야 될 주요 과제이기 때문에 적극 협력하겠다"며 "여야와 의료계가 함께 논의한다면 좋은 해법이 마련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쟁점 현안에서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다. 회담 직후 민주당은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며 "상황인식이 너무 안일했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는 "답답하고 아쉬웠다"는 소회를 밝혔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면서도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책적 차이가 존재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운영기조의 뚜렷한 변화의지를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소통을 시작한 것에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제1야당 대표를 협상의 파트너로 여긴 것 자체가 협치의 시작이고 시작이 반이다. 야당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고, 야당의 요구를 듣는 것이 민심과 호흡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회동에서 언급된대로 만남을 정례화하여 신뢰구축에 한발 더 나아가길 바란다. 다만 이번 회동이 국정기조의 변화로 이어지기보다 협치의 모양새만 갖추는데 그친다면 언제든 대결정국은 되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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