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이미지 제공"올해는 김장 없어요. 주위에서도 다 사 먹는대요."시장만 가면 입이 쩍쩍 벌어졌다. 배추며 무, 마늘까지 안 오른 게 없었다. 주부 김옥경(62)씨는 매년 30포기씩 하던 김장을 올해는 '포기'했다.
김장을 담그면 큰아들과 작은아들집까지 세 집이 내년 8월까지 넉넉하게 먹을 수 있었다. 조금만 고생하면 10만 원으로 1년 김치를 마련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사 먹는 가격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싱싱하고 싼 재료 사려고 재래시장에서 장 봐서 김장했는데 요즘은 모든 게 다 비싸니까 수도 요금 나오고 힘들고 할 바에는 사먹어야겠다고 결정을 한 거죠. 주위에서도 다 사 먹는대요."
"주위에서 김장하겠다는 사람 씨가 말랐다"는 김씨의 말처럼 김장철을 맞아 급격히 오른 채소 가격에 김장을 포기하는 이른바 '김포족'이 늘고 있다.
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전일 기준 배추 10kg(중품) 평균가격은 7249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82.7% 상승했다.
1년 전 3968원이었던 배추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20kg 기준 무 도매가격 역시 9994원으로 한 달 전 7080원에서 41.2% 가격이 뛰었다.
마늘(20kg 상품)과 쪽파(1kg 상품)도 각각 1년 전보다 20.4%, 35.8% 올랐으며 5kg 굵은 소금도 지난해 대비 31.2% 오른 1만 245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한형 기자올해 배추 가격이 상승한 원인은 배추 뿌리와 밑동이 썩는 무름병이 돌았던 탓이다. 여기에 지난달 초 이른 한파가 찾아오면서 강원도 산지에 피해를 입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농업관측센터는 가을배추 재배면적이 평년보다 7.1% 줄어든 1만 1893㏊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가을배추 생산량은 평년보다 8.0% 적은 117만 5천t이 될 전망이다.
김장철을 앞두고 김장 물가에 비상이 걸린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년만에 처음 3%를 돌파하면서 정부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휘발유와 경유 등 유류세를 20% 인하하겠다고 발표한 정부는 이번달엔 장바구니 물가를 잡기 위한 물가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11~12월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와 고추, 마늘 등 김장채소에 대해 정부비축분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유통업계도 절임배추 물량을 두 배 가량 늘리며 물가 잡기에 동참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절임배추 사전예약 물량을 125% 확대해 오는 11일까지 해남 황토 절임배추와 산지 영월 절임배추를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한다.
이마트도 올해 절임배추 기획 물량을 지난해 1만 박스에서 올해 3만 5000박스로 대폭 늘렸다.
이마트 관계자는 "물량 확보를 위해 5개월 전부터 경북 문경, 전북 고창, 전남 무안 등 주요 배추산지를 물색해 4만 5천평 규모의 베타후레쉬 배추 계약재배에 돌입했다"며 "절임배추를 일괄 매입해 단가를 낮췄다"고 말했다.
GS수퍼마켓은 "절임배추 매출은 최근 5년간 연평균 11%씩 성장하고 있다"며 "전년 대비 12% 인하된 가격으로 절임배추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GS더프레시 절임배추 최저가 사전예약 실시. GS더프레시 제공CJ제일제당은 식품전물몰인 CJ더마켓에서 오는 11일부터 김장특집 기획전을 열고 비비고 포기배추김치 10kg 대용량을 할인된 가격으로 선보인다.
대상도 오는 4일부터 연말까지 포장김치와 김장양념응 할인 판매한다. 대표적으로 '종가집 김장김치'는 10kg에 7만 6800원에, 김장양념은 5.5kg에 5만 2800원에 제공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 배추는 병해와 냉해 피해로 작황이 부진하여 원물의 가격 급등이 예상된다"며 "김포족이 늘어나면서 포장김치를 찾는 소비자들의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