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더불어민주당이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국가장(國家葬) 논란을 계기로 이른바 '전두환 국가장 금지법'을 이번 정기 국회 내 통과시키기로 했다. 올해 정기 국회는 12월 9일까지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지난 27일 노 전 대통령 빈소를 조문한 뒤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국가장을 치를 수 없도록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 정책위원회는 이번 정기 국회 내 통과를 목표를 법안 검토에 들어갔다. 당 정책위 관계자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미 제출된 법안이 있다"며 "이를 토대로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논의,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1996년 12.12 및 5.18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한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의 모습.연합뉴스 2011년 만든 국가장법, 혜택 제한 조항 없어…'전두환 국가장' 우려 키워
민주당이 이처럼 부랴부랴 법안 검토에 나선 것은 이번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국가장 결정을 계기로 신군부의 일원이었고, 5.18민주화 운동 진압의 주요 인물로 지목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국가장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국장과 국민장을 통합해 국가의 이름으로 장례를 치뤄 최고의 예우를 하도록 규정한 현행 국가장법에는 전·현직 대통령 등 국가장의 대상자와 절차에 대한 규정만 있고, 국가장 혜택을 제한시키는 규정이 없다. 정부의 결정만 있으면 노태우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전두환씨도 얼마든지 국가장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민주당 조오섭 의원은 지난해 6월 전씨의 국가장 혜택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는 내용의 '국가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조 의원안은 국가보안법이나 내란 등 국가안보를 해치거나, 살인, 뇌물 등 중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실형이 확정됐을 경우, 국가장 대상이 될 수 없도록 했다. 전씨는 지난 1997년 대법원에서 내란 및 뇌물수수 등 혐의로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원이 확정된 바 있어, 조 의원안에 따르면 국가장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조 의원은 "5.18 역사왜곡처벌법과 함께 5.18단체 등 피해자들이 미비 사항으로 계속해서 지적해온 부분이다. 지난해 이미 법안을 낸 이유이기도 하다"라며 "이번 기회에 법안 처리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장법 개정은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과 법적 체계를 맞추는 작업이기도 하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노태우,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지난 1997년 김대중 대통령에 의해 사회통합의 이유로 사면·복권됐다. 이에 따라 전과기록이 없어지고, 일반 공무담임권과 선거권, 피선거권 등의 권리가 모두 복원됐다.
28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합동분향소를 찾은 한 시민이 분향, 헌화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부터 30일까지 서울광장에 일반 시민을 위한 분향소를 운영한다.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황진환 기자사면·복권된 전두환·노태우 예우 못받는데 국가장은 된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의 혜택은 받지 못한다. 대통령 예우법에 따르면, 전직 대통령에게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경비, 경호를 제외한 연금지급과 비서관 지원 등 각종 예우가 정지된다. 국가장법도 이처럼 혜택을 제한하는 조항을 두는 것이 당연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의 경우도, 신군부에 의해 지난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사형 선고를 받았지만, 국가장에 준하는 최고 예우인 국장(國葬)으로 치렀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사면 복권이 아닌, 지난 2004년 재심을 통해 무죄를 받았기 때문에 같은 경우라고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조 의원실 관계자는 김 전 대통령에 대해 "사면됐다고 해서 죄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는 노 전 대통령과 전 전 대통령과는 다른 사례"라고 설명했다.
코로나에 감염된 구치소 직원과 밀접접촉해 외부 병원에 격리됐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월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를 나와 서울구치소행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박근혜 국가장 금지법' 논의 가능성도
이와 함께 박용진 의원이 지난해 6월 낸 '박근혜 국가장 금지법'도 함께 검토될 가능성도 있다. 여당 관계자는 "조오섭 의원 안을 검토된다면, 박용진 의원안도 함께 행안위에서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장례 형식을 두고 논란이 이는 가운데, 전씨뿐 아니라 탄핵돼 대통령으로서 예우를 받지 않는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가장 시행 여부도 주목받았다. 박용진 의원안도 이번 정기 국회에서 받아들여질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도 국가장 예우를 받지 못하게 된다. 박용진 의원안은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거나 탄핵소추의결서가 송달된 후 스스로 사임한 경우에는 국가장으로 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을 추가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이 이처럼 신속히 국가장 개정에 나선 데는 당 안팎의 혼란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 일부 의원들과, 5.18 단체, 또 당 주요 지지층은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국가장 결정을 여전히 반대하며, 나아가 '전두환씨 국가장'에 대한 우려를 강력히 내비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당 안팎의 혼란이 커질 수도 있는 지점인 셈이다.
송 대표는 전날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문제보다도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문제가 크다고 본다"며 "혹시라도 이게(국가장이) 되면 전두환의 경우는 어떻게 적용될 것인가 논란 소지 있다"고 말한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