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전 서울 금천구 가산동 데이터허브센터에서 이산화탄소 누출사고가 발생해 2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중 2명은 병원 이송 중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지난 23일 서울 금천구 신축공사 현장의 소화설비에서 이산화탄소가 누출돼 사상자 21명이 나온 가운데, 이 같은 소화설비 사고가 과거에도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등 '예견된 사고'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는 전국 1만여 곳의 건물에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최근 10년간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사고로 인한 사상자는 68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소화설비 안전점검을 하다가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현장 작업자에 대한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보다 안전한 소방설비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이 소방청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국 1만1371곳의 건물에 이산화탄소 소화설비가 설치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 지역이 2183곳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이 1682곳으로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 △부산(686곳) △대구(675곳) △대전(654곳) △경기북부(652곳) △경남(479곳) 순이었다.
최근 10년간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인명사고는 총 7건으로 사명 6명, 부상 62명 등 사상자 68명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밀폐된 공간에서 이산화탄소 등 가스계 소화설비 누출 사고가 일어나면 질식이나 냉각을 일으키는 등 인체에 치명적이다.
사고는 특히 신축공사 현장에서 점검이나 보수 정비를 하던 중에 주로 발생했다. 이번 금천구 가스누출 사고 역시 신축공사 현장에서 점검 도중 일어났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3월 경기 부천 상동역 지하 1층 변전실에서 점검 작업을 하다가 전기사고로 이산화탄소 소화설비가 작동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당시 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하던 한 장애인이 이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했다.
2018년 12월에는 서울 서대문 자연사박물관 3층에서 소방점검업체가 소방시설을 점검하던 중 가스가 유출돼 13명이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이산화탄소 등 가스계 소화설비는 주로 전기·통신설비가 설치된 곳에 사용된다. 우석대 공하성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전기실이나 변전실 같은 공간은 물로 소화하면 피해가 크니까 가스계 소화설비를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2018년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당한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한 삼성전자 기흥사업장도 반도체 등 물에 취약한 제품을 다루는 곳이었다.
누출 사고가 일어난 2015년 경주 코오롱호텔 기계실(사망 1명, 부상 6명), 2014년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사망 1명), 2011년 GM 인천공장 엔진공장(사망 1명, 부상 40명) 등도 전기·통신설비를 운용하는 곳이었다.
이처럼 이산화탄소 가스가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점에서 보다 안전한 소화설비로 대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 교수는 "이산화탄소는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요즘은 할로겐화합물 및 불활성기체로 대체해 쓰기도 한다"며 "대체하면 질식 등 위험이 덜하지만 더 비싸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도 이산화탄소 가스를 사용하기는 한다"며 "대신 가스가 누출되면 바로 인지할 수 있도록 냄새나 색깔을 첨가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한다"고 덧붙였다.
현장 작업자에 대한 안전교육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설점검 등 현장 작업자들이 가스 누출의 위험성에 대해 확실히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방공무원 출신인 오영환 의원은 "현장 작업자들이 가스 누출이 얼마나 위험한지 정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교육이 필요하다"며 "안전점검 시 약제용기와 솔레노이드밸브(전자 방식으로 동작을 제어하는 밸브)를 분리하는 등 안전조치 후 점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