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 연합뉴스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이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조폭 연루 의혹'을 제기한 이후 외려 김 의원을 비판하는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정치권에선 물론, 정치권 밖에서도 지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 의원은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청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 재직 당시 조폭으로부터 받은 것'이라며 거액의 현찰 다발 사진을 공개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이 "저 조폭이라는 사람이 2018년 11월 21일 페이스북에 내가 사채업과 렌트 사업을 해서 돈 벌었다고 자랑하며 올린 사진"이라고 반박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고, 김 의원의 의혹 제기 자체가 도마에 올랐다.
특히 여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김 의원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알았다면 사퇴하실 것, 거듭 주장한다"고 김 의원을 저격했다. 이 의원은 "죄명은 '팩트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밤낮으로 애쓰는 사람들에게 허탈감과 분노를 안긴 죄, 대한민국 의회의 수준을 땅바닥으로 끌어내린 죄, 정치 혐오감을 각인시킨 죄"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냈던 우원식 의원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폭과 연계해 조작된 자료로 국정감사장을 더럽힌 김용판 의원은 국민 앞에 즉각 사죄하고 국회의원 직을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우 의원은 "김용판 의원은 이재명 후보가 출석한 경기도 국감장에서 난데없이 조폭이 이재명 후보에게 돈을 전달한 증거라며 돈다발 캡처 사진을 공개했다"며 "(김 의원이) 해당 조폭은 개과천선해 자신이 속한 단체가 이재명 후보와 그간 맺어온 모종의 거래 관계를 폭로한 것이라며 두둔하기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조폭연루설'을 주장하며 관련 돈다발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어 "아무리 대선을 앞두고 있다지만 국회의원이 신성한 국정감사 자리에서 조작된 자료를 제시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을 도저히 그냥 묵과할 수 없다"며 "전직 서울경찰청장 출신이 이런 일을 벌인 데 대해 개탄스럽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자료 조작의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정청래 의원 역시 황당하다는 듯한 반응을 나타냈다. 정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의 웃음 대상"이라며 김 의원이 제시한 돈다발 사진을 함께 게시했다. 그러면서 "ㅋㅋㅋㅋ ㅋㅋㅋㅋ ㅋㅋㅋㅋ"라는 문구로 김 의원을 비웃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19일 자신의 SNS에 '경찰 넘버 2' 출신의 김 의원이 조폭 말을 확인하지 않고 국정감사장에서 폭로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하며 비판에 가세했다.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왼쪽). 윤창원 기자·해당 SNS 캡처김 의원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정치권 밖에서도 들려왔다. 한성안 좋은경제연구소장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용판을 아시나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지난 2012년 총선과 대선 당시를 회상했다.
한 소장은 "(당시) 국정원·군·경찰까지 동원된 여론 조작이 대대적으로 자행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찰청은 보안국을 중심으로 무려 2천여 명에 달하는 경찰력을 동원할 계획을 수립, 경찰력만으로 부족하다고 판단될 시 보수단체 회원 8만여 명을 동원하려는 계획까지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 어마어마한 계획을 세웠을 때 경찰청장은 김용판"이라고 알렸다.
내쳐 "공권력을 악용해 공익과 공동선을 파괴하는 실로 악마 같은 작자"라고 칭하면서 "뻔뻔하기론 두 번째 가라면 서러워할 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 수사를 축소·은폐한 혐의로 기소됐던 김용판 의원(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지난 2013년 8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역사학자 전우용 교수 역시 "국힘 김용판 의원이 무고한 사람의 SNS에 있는 돈다발 사진을 도용하여 이재명 후보가 조폭에게 뇌물 받은 증거라고 공개했다가 곧바로 거짓임이 드러났다"고 SNS를 통해 알렸다.
전 교수는 "국힘 논리대로라면, 이런 수준의 사람을 경찰청장으로 임명한 사람,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한 정당, 국회의원으로 선출한 사람 모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며 국힘 책임론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