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 캠프 회의실 모습. 윤창원 기자'무효표' 이의제기를 받아들이지 않은 더불어민주당 당무위원회 결정에 이낙연 전 대표가 즉각 승복한 데에는 '경선불복' 논란이라는 정치적 부담감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13일 당무를 총괄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당무위원회를 열어 이 전 대표 측의 경선 무효표 처리 규정에 대한 이의제기를 최종적으로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의제기 이틀만에 승복선언…경선불복론 정치적 부담 작용한 듯
이에 이 전 대표는 즉각 수용하고, 경선 결과에 승복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전 대표는 이날 SNS를 통해 "당무위원회 결정은 존중합니다. 저는 대통령후보 경선결과를 수용한다"고 밝혔다. 또 "경선에서 승리하신 이재명 후보께 축하드린다"며 "저는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경선 결과에 이의를 제기한 지 이틀만에 승복이다.
이낙연 전 대표가 당무위의 결정을 수용하고, 경선 결과에 승복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전 대표 페이스북 캡처앞서 이 전 대표 측은 지난 11일 '경선 과정에서 후보자가 사퇴하는 때에는 해당 후보자에 대한 투표는 무효로 처리한다'는 당규 59조 1항에 항의해 당에 공식 이의제기를 했다.
지난 10일 최종 경선에서 해당 무효표 처리 규정 덕에 턱걸이 과반 승리한 이 지사를 인정할 수 없기에 결선 투표를 가져야한다는 주장이었다. 전날 이 전 대표 측 설훈 의원의 '이재명 후보 구속 가능성' 발언으로 경선불복 국면은 극으로 치닫는 듯 했다. 하지만 이날 민주당의 당무위 결정에 이 전 대표가 직접 '승복 메시지'를 내면서 경선불복 논란은 일단락 되는 모습이다.
이 전 대표 측은 당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당무위의 최종 판단인 만큼 계속해서 이의를 제기할 명분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이의제기라고는 하나 '경선불복으로 당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정치권 안팎의 지적도 이 전 대표로선 계속 견디기 어려웠을 것으로도 풀이된다. 당은 이재명 후보를 공식적인 당 후보로 천명하고 있고, 대통령까지 나서 축하 메시지를 전달한 상황에서 '경선불복 국면'을 계속 끌고 갈 수도 없기 때문이다.
최고의사결정 기구 당무위 열어 서로 '출구전략' 마련
한편으로는, 이날 당무위는 결국 이 전 대표 측과 당이 경선 후유증을 봉합하기 위한 '출구전략'으로 마련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전 대표로선 당에 항의를 하는 모습을 보여 지지자들을 달래고, 당으로서도 이 전 대표가 최종 승복할 수 있는 기회를 한번 더 주면서 봉합 모양새를 갖춰나간 것이란 설명이다.
이낙연 측 핵심 관계자는 당무위 소집 전 "지지자들, 당원들 집회하고 있는데,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 아무것도 없이 승복할 수도, 승복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당무위를 열어야 우리나 지지자들도 마음이 풀어져서 원팀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불거진 '무효표 논란'과 관련해 '결선 투표'를 주장하는 이낙연 후보 측의 이의제기로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회의가 종료된 후 송영길 대표가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당무위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실제로 전날까지만 해도 당 지도부는 이 전 대표 측의 이의제기를 최고위원회 결정 사안으로 마무리 지으려 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 측의 입장을 수용, 최고위보다 상위 의결 기구인 당무위를 열기로 입장을 선회했다. 다시 한번 제대로 된 논의를 하는 모양새를 취한 셈이다.
화학적 결합 당분간 힘들 듯…이낙연 어떤 역할할지 숙제로
하지만 이 전 대표의 승복으로 바로 '원팀'으로의 화학적 결합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정운현 이낙연 캠프 공보단장은 SNS를 통해 이날 당무위 결과에 대해 "특별히 논평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우리로선 납득할 수 없군요. 유감천만"이라고 밝혔다. 감정의 앙금이 아직 남아있는 모습이다.
이날 당무위에서는 향후 해당 당규에 대한 해석에 논란 여지가 없도록 개정하기로 단서를 달기도 해, 논란의 불씨를 남긴 점도 '원팀'에 장애물이 될 전망이다. '원팀'으로의 화학적 결합에 앞으로 이 전 대표 등 경선 후보가 어떤 역할을 할 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입장문에서 "민주당이 직면한 어려움을 타개하고 국민의 신임을 얻어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숙고하고,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