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어제(8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지수는 전날보다 18.36포인트(0.62%) 오른 2,977.82에 출발했다. 연합뉴스최근 각종 대내외 악재가 쏟아지며 코스피 지수 3천선이 붕괴되는 등 국내 증시가 조정장에 진입하면서 공매도 폐지론이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공매도에 대한 불신이 큰 개인 투자자들 중심으로 공매도 폐지 여론이 높은 가운데 최근에는 일부 대선 후보까지 '공매도 폐지'를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외국인 5개월간 46.5조 공매도, 전체의 76%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가 재개된 지난 5월 3일부터 10월 6일까지 5개월여 동안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공매도 거래액은 46조 539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코스피·코스닥 시장 전체 외국인 총 매도액이 442조 5805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 매도액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10.51%에 달한다.
연합뉴스같은 기간 양 시장에서 기관의 공매도 거래액은 13조 8675억원으로 전체 매도금액(298조 9411억원)의 4.63% 수준이었다. 특히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 거래액은 1조 1767억원으로 전체 매도금액(2027조 7153억원)의 0.05%에 불과했다.
또, 공매도가 재개된 이후 이뤄진 전체 공매도 거래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76%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개인 투자자의 경우 공매도 접근이 이전보다 쉬워졌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에도 미치지 못했다. 공매도가 '외국인 놀이터'라는 비판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개별 종목별으로 들어가 보면 외국인의 공매도 폭탄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보다 분명해진다.
외국인 공매도 1위 종목은 삼성전자로 1조 9819억원을 공매도했다. 이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8만원대 초반에서 7만원 초반으로 내려앉으며 7만전자도 위협받고 있다.
공매도 2위 종목은 HMM(1조 7861억원)으로 전체 거래액의 23.4%가 공매도 거래다. HMM의 주가는 공매도 재개 이후에도 급등해 한때 5만원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이후 급락하며 지난 8일에는 전고점 대비 43%나 하락한 2만 9050원으로 장을 마쳤다.
마찬가지로 카카오(1조 5604억원), LG화학(1조 922억원), LG디스플레이(1조 872억원), SK하이닉스(9275억원) 등에 공매도가 몰렸고, 이들 종목은 대부분 5월 이후 연고점 대비 30% 안팎의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다.
조정기에 힘세진 공매도…홍준표 "폐지해야"
고승범 금융위원장(오른쪽)이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을 하고 있다. 왼쪽은 도규상 부위원장. 윤창원 기자계속되는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이에따른 유동성 회수 조치 본격화, 그리고 중국의 성장률 하락 등 대외적으로 악재가 쌓이며 국내증시가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공매도 자체가 주가 하락을 주도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다만, 악재로 인해 주가가 약세를 보일 때 공매도 거래가 늘어나면서 하락폭을 키운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예를 들어 카카오의 경우 공매도 재개 이후에도 급등세를 이어갔지만 최근 빅테크 규제 이슈가 불거지자 공매도 거래가 몰리며 주가가 전고점 대비 30% 넘게 하락했다.
이 때문에 주가 상승기에는 공매도 폐지론이 주목을 받기 힘들지만 최근같은 조정장에서는 공매도 폐지론자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에는 정치권이 나서 공매도 폐지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야권 주요 대선주자인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은 7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주식 공매도 제도는 대부분 기관투자가들만 이용하는 주식 외상 거래제도"라며 "동학 개미들에겐 불리할수 밖에 없는 잘못된 주식 거래제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구나 주식시장의 폭락을 더더욱 부추기는 역기능도 한다"며 "그래서 주식공매도 제도는 폐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까지 홍 의원 외에 아직 다른 대선 후보 가운데 공매도 폐지론을 들고 나온 사례는 없다. 다만, 향후 조정장이 길어지며 공매도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질 경우 정치권을 중심으로 공매도 폐지론이 더욱 탄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