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연합뉴스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최대주주 김만배씨를 향한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이라는 점에서 소환 조사 임박 뿐만 아니라 신병 확보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게이트는 전혀 없었다'는 김씨 측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김씨는 최근 막강 변호인단을 꾸리며 검경 수사에 대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와 함께 화천대유 수사를 두고 경검의 수사 움직임도 주목되고 있다. 사실상 '칼 끝'은 같은 곳을 향하고 있어 '합동 수사본부' 가능성도 일각에서 언급되는 상황이다.
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는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건설 분야 변호인단을 선임한 것으로 파악됐다. 규모는 최소 10여명 이상에서 최대 30여명 수준으로 전해진다.
수임료는 변호사가 재판 업무 등 사건에 투입한 시간을 보수로 산정하는 '타임 차지'(시간제 보수·time charge) 방식이다. 통상 변호사들은 시간당 30~70만원에서 전관일 경우 100만원 이상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로펌이 사건을 효율적으로 맡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타임 차지 방식은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재판 당시 화제가 된 바 있다. 검찰 특수통 출신 10여명으로 꾸린 호화 변호인단을 감안할 때 전체 수임료만 100억원대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오랜 기간 법조를 출입한 기자 출신인 김씨는 화천대유와 관련 '호화 법률 고문단'을 구성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고문단에는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별검사, 김수남 전 검찰총장의 과거 로펌, 강찬우 전 검사장, 이경재 변호사 등 유력 법조계 인물이 활동했는데, 화천대유가 지급한 고문료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김씨는 지난달 27일 경찰에 출석해 '법률 고문단'에 대해 "그냥 제가 좋아하는 형님들이다. 대가성은 없었다"라고 밝혔다.
다만 '호화 법률 고문단'에 이어 '호화 변호인단'을 꾸리는 등의 행보와 배경은 계속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조 쪽을 잘 아는 인사인 만큼 수사와 재판에 대한 대비와 조력도 잘 갖춰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김씨의 막강 변호인단 구성은 그를 향해 속도를 내는 검경 수사가 감안된 것으로 해석된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3일 사건의 핵심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를 구속했다. 이성문 전 화천대유 대표와 화천대유 자회사인 천화동인 1호 이한성 대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등 사건 주요 관계인들을 연일 소환하며 특혜 정황 등을 조사하고 있다. 관련자 소환이 이어지면서 김만배씨 소환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 연합뉴스경찰 역시 이성문 전 대표, 김만배씨 등을 소환해 조사했으며, 6일에는 성남도시개발공사 A실장을 불러 참고인 조사를 실시했다. 이한성 대표의 경우 조만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수사의 다음 주요 지점으로 김만배씨에 대한 신병 확보 가능성을 주시하는 양상이다. 이 과정에서 검경의 속도전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유리한 고지는 검찰이 선점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달 말 전방위 압수수색을 통해 자료를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천화동인 5호 실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넘긴 녹취 파일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녹취 내용에는 화천대유로부터 거액을 받기로 약정했다는 이른바 '50억 약속 클럽' 및 화천대유의 수익 분배 구조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김씨의 473억 원 인출 등 화천대유의 수상한 자금 흐름에 대한 공문을 받아 수사 착수 시점이 빨랐던 경찰은 최근에야 경기남부청에 수사 전담팀을 꾸리면서 뒤늦게 속도를 낸 모양새다. 경찰 내부에서는 '검경이 사실상 같은 사안을 하고 있는 만큼 지금으로선 할 수 있는 게 크게 없다'는 분위기도 흐르고 있다.
수사 효율성을 위해 '정부 합동수사본부'를 꾸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에서는 '검찰과 경찰이 이중으로 조사 중이라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김창룡 경찰청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건처럼 전 정부 합동수사본부를 꾸리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