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 주거용 빌딩들. 연합뉴스냉·난방 시기도 아닌 9월에 발생한 중국의 전력난이 전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중국 중부 후난성에서는 일부 건물의 전면 조명과 광고판이 피크 시간대에 조명이 꺼지고 남부 부역 중심지인 광둥성에서는 일부 공장들이 최대 일주일간 폐쇄 명령을 받았다. 선전시는 국경절 불빛쇼도 취소했다.
북동부에서는 주민들의 몇 시간 동안 지속되는 정전의 고통을 받고 있다. 다급해진 북부지역에서는 러시아에 전력 공급을 늘려달라는 요청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매체들은 이번 전력난을 수출 호황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와 호주산 석탄 수입 금지에 따른 석탄부족, 국제적인 석탄가격 상승, 중앙정부의 탄소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과감한 조치 등 때문이라고 다양하게 보도했다.
하지만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번 전략안의 주범은 지방정부의 관료주의와 형식주의이다. SCMP는 중국의 많은 지역을 뒤덮고 있는 전력난은 중국 통치시스템의 약점을 드러냈다며 관리들이 중앙정부의 지시에 립 서비스만 하고 정작 목표 달성을 위해 손쉬운 옛날 방법을 써서 일어난 일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허베이성의 화력발전소. 연합뉴스중국은 지난해 시진핑 주석이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2060년안에 탄소 중립을 실현한다는 목표를 밝힌 이후 저탄소, 에너지 저감정책에 고삐를 죄고 있다. 국무원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에너지 소비량을 작년보다 3% 줄이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베이징 중앙정부의 책상과 선전매체의 요란한 구호에서만 요란하게 작동했을 뿐 지방정부는 세월아 네월아였다. 에너지와 산업 구조를 바꾸고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려는 노력보다는 자신들의 치적을 과시할 수 있는 성장을 중시했다.
이 결과 올해 상반기 실적 점검 결과 많은 성정부가 목표를 달성하기는커녕 작년보다 에너지 소비가 도리어 늘어났다. 8월에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보고서가 나오고 3분기 실적 점검이 임박하자 못 채운 지방 정부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목표 달성을 위해 '전기배급'이라고 할 수 있는 제한송전을 실시했다. 전기배급을 앞뒤 안 가리고 하다 보니 에너지 소모가 많은 공장은 물론 가정용 전기나 가로등, 신호등도 끊겼다. 예고 없는 정전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양초 사재기가 일어나 저장성의 한 양초공장은 최근 일주일간 10배나 많은 주문을 받기까지 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최근 논평을 통해 단전을 실시한 관료들을 맹비난하면서 생산에 차질을 빚고 가정을 암흑으로 몰아넣었다고 질타했다.
거시경제주무기관인 발개위도 29일 기자 문답에 대한 회신 형식의 발표문을 통해 "민생용 에너지 공급 마지노선을 지켜 주민들의 전기 사용을 억제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외신들은 내년 3연임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시진핑 주석에게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의 파산이 촉발하는 금융불안 보다 전력난에 따른 경제적 차질과 민심이반이 더 우려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