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군 채계산 출렁다리 아래 전 전라북도 비서실장 카페에 설치된 사방시설. 연합뉴스전북지역 산사태 취약지역이 해마다 늘고 있지만, 정작 전라북도는 산사태 취약지역이 아닌 곳에 사방시설을 다수 설치해 온 사실이 국정감사 자료에서 드러났다.
전 전라북도 비서실장이 운영하는 카페 땅 역시도 산사태 취약지역이 아님에도 사방시설이 설치된 것으로, 최근 실시된 전라북도 감사관실의 특정감사에서는 지적조차 되지 않으면서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어기구 의원(더불어민주당·충남 당진)이 산림청으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도내 산사태 취약지역은 최근 5년간 증가하고 있다. 연도별로는 지난 2016년 1440곳, 2017년 1597곳, 2018년 1745곳, 2019년 1840곳, 2020년 1879곳이다.
산사태 취약지역에 대한 사방시설 설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전북지역 사방시설(사방댐) 공사 30곳 중 17곳은 취약지역이 아닌 곳이었다.
연도별 사방공사의 산사태 취약지역 비율은 2016년 76%, 2017년 66%, 2018년 83%, 2019년 83%, 2020년 43%다.
반면에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대전, 세종 등 상당수 지역은 100%를 충족했다.
순창군 채계산 출렁다리 아래 전 전라북도 비서실장 카페에 설치된 사방시설. 연합뉴스지난 2019년에는 산사태 취약지역이 아닌 땅 중에서도 당시 전라북도 비서실장의 카페 땅까지 사방시설을 설치하면서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전라북도는 지난 2019년 순창군 부군수 출신의 전 전라북도 비서실장 A씨(61)의 순창군 적성면 괴정리 채계산 출렁다리 아래 카페 주변에 사방시설을 설치했다.
산사태 취약지역도 아니었지만 예산 3억 300만 원을 들여 사방 사업(계류 보전)을 우선적으로 승인한 것이다.
당시는 A씨가 전라북도 비서실장 재임할 시기였고, 2019년 도내 계류보전 사업비로는 최고액이었다.
현재 순창지역 산사태 취약지역 88곳 중 68곳은 여전히 사방시설이 없다.
2019년 전라북도 사방사업 추진현황을 보면, 산사태 취약지역이 아닌 22번 순창군 적성면 사업비가 가장 높다. 전라북도 공공데이터 포탈 제공산사태 취약지역이 아닌 곳에 사방시설이 우선적으로 시행된 문제는 전라북도가 A씨 땅을 대상으로 실시한 특정감사 결과보고서에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A씨의 땅과 관련한 특정감사를 실시한 전라북도 김진철 감사관은 지난 16일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용역을 통해 위험성이 있는 곳이어서 사방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며 "주변에 마을과 양계장이 있는 등 산사태에 따른 피해가 우려된 곳"이라고 말했다.
순창군 채계산 출렁다리 아래 전 전라북도 비서실장 카페에 설치된 사방시설. 송승민 기자그러나 상당수의 자치단체는 산사태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둬 사업을 추진한다는 산림청 지침을 따르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위험성이 있다'는 자체 판단이 아닌, 산사태 취약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한 것이다. 여기에 자치단체 차원에서 산사태 취약지역에 대한 발빠른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더해진다.
어기구 의원은 "산사태 취약지역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나마 설치한 사방댐 중에서도 산사태 취약지역에 설치한 비율은 저조하다"며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산사태 방지에 소홀하지 않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