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A씨의 사업장 건물 옥상에는 개 10여 마리가 집단으로 생활을 하고 있다. 박창주 기자 지난 3일 오후 5시쯤, 경기도 수원 영통구의 한 차량정비소. 단층 건물 옥상에는 여기저기 쌓인 자동차 부품들 사이로 십여 마리의 개들이 뒤엉켜 생활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4년 전 정비소 사장 A씨가 버려진 개 두 마리를 데려다 기른 게 시작이었다.
A씨는 "불쌍해서 데려다 키우기 시작했는데 번식이 반복되면서 순식간에 마릿수가 늘어났다"며 "다른 사람들에게 입양을 보내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에는 A씨가 기르던 반려견 두 마리에 유기견 두 마리를 더해 네 마리였다가 이제는 무려 열세 마리가 됐다.
개 짖는 소리와 배설물 악취가 심해지자 A씨조차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되면서 인근 주민들과의 마찰도 빈번해졌다.
주민 B씨는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도 많은 데 온종일 개 짖는 소리에 신경이 예민해져 못 살겠다"고 하소연했다.
개들이 집단 사육되고 있는 건물 옥상 한편에 배설물이 쌓여 있고 각종 자동차 부품 등이 널브러져 있는 모습. 인근 주민 제공선의로 품었지만…'제재·지원책' 없어
7일 경기도 수원시 등에 따르면 A씨의 '빗나간' 선행으로 개들은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인근 주민들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현행법으로는 제재도 지원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A씨가 알아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동물보호법과 소음·진동관리법으로는 동물소음을 강제 규제할 별도 기준은 없다. 어쩔 수 없이 관할 지자체인 영통구는 A씨에게 주변 민원을 알리고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수준이다.
영통구청 관계자는 "개 소음에 대해 강제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어 현장 지도를 지속해 왔다"며 "최근엔 개 입양을 중개하거나 보호할 시설을 소개해주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자동차정비소 건물 옥상으로 이어지는 계단에 개들이 취재진의 인기척을 느끼고 몰려들고 있다. 박창주 기자유기견 무단 증식 폐해…"규제·지원 대책 절실"
A씨 역시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다. 입양도 시도해보고, 동물보호센터에도 문의를 해봤지만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실제로 공공 동물보호센터는 주인이 있는 개를 받아주지 않는다. A씨의 경우 데려다 키운 유기견을 다시 버려야만 동물보호센터가 개를 보호해 줄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이미 포화상태인 민간 동물보호단체 또한 수용 가능 능력을 넘어 더는 받아줄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A씨는 "미안하게도 이웃들 항의가 거세져 원래 키우던 개들도 입양 보내야 할 처지인데 받아주는 곳이 없다"며 "아이들(개들)을 보낼 대안이 없어 어떡해야 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A씨가 키우는 개 한마리가 건물 옥상으로 이어지는 출입문 틈에 고개를 내밀고 있는 모습. 박창주 기자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유기견 급증 추세와 맞물려 버려진 개들을 데려가 무단 번식하면서 초래된 일종의 사회문제라고 판단했다.
이 같은 무분별한 사육을 미리 차단하거나, 사후에라도 개체 수를 억제하고 보호하는 데 관계 기관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동물권행동 카라 김나연 활동가는 "선의로 시작했지만 키울 능력을 넘어서 과도하게 개체 수가 늘어난 전형적인 '애니멀 호딩(Animal hoarding)'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부득이하게 버려진 동물을 보호하게 됐더라도 최소한 무단 증식을 막을 수 있게 중성화수술 등을 의무화하거나 정부와 지자체에서 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동물보호센터는 일정 기간이 지나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로 이어질 수 있고, 유기동물을 보호할 시설도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늘어난 개체들을 입양 중개하거나 수용하는 데 공공이 더 적극 나서줘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