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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뭉개면 그만? '탈당쇼'가 돼버린 부동산 투기 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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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12명씩 투기 의혹에도 자진 탈당자는 아무도 없어
윤희숙 의원직 사퇴안은 폭탄 돌리기
뭉개기 속에 일부는 슬쩍 복귀
처음부터 보여주기를 위한 징계 쇼
적대적 공생관계의 끝은 결국 국민심판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투기 의혹이 제기된 소속 의원 12명 전원을 출당 조치할 때만 해도 음참마속(泣斬馬謖)으로 보였다.

육골참단(肉斬骨斷)의 심정으로 야당의 공세를 사전에 꺾어버리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난 지금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 비례대표 의원 2명만 의원직을 유지한 채 당을 나갔을 뿐이다.

5명은 탈당계를 제출했지만 5명은 탈당계 제출을 끝까지 거부했다. 그 사이에 우상호, 윤재갑, 서영석 의원은 경찰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민주당은 탈당계를 일괄 조치하겠다며 처리를 미뤄왔기 때문에 실제로 탈당한 의원은 아무도 없다. 결국, 송영길 대표의 출당 조치는 정치적 선언에 불과했던 것이다.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권익위원회의 부동산 전수조사에서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된 의혹으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자, 이준석 대표가 기자회견장에서 윤 의원을 만류한 모습. 윤창원 기자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권익위원회의 부동산 전수조사에서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된 의혹으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자, 이준석 대표가 기자회견장에서 윤 의원을 만류한 모습. 윤창원 기자국민의힘은 아예 뭉개고 가려는 분위기다.
 
권익위원회로부터 소속 의원 12명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됐지만, 윤희숙 의원만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며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을 뿐이다.
 
비례대표인 한무경 의원에 대한 제명 절차는 감감 무소속이고 탈당을 요구받은 5명의 의원들은 저마다 억울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보다 가혹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이준석 대표의 말은 그저 호기(豪氣)였을 뿐이다.

한국 헌정사에 수많은 탈당과 징계의 역사가 있었지만, 탈당을 둘러싼 이같은 징계쇼는 없었다. 탈당을 요구하는 당 지도부나 이를 무시하는 의원들이나 국민의 따가운 시선은 안중에도 없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탈당 권고 조치는 강제성이 없는 쇼였다. 권익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한 것 자체가 처음부터 '보여주기'였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야당의 역사를 오래가진 민주당은 항상 도덕성의 우위를 자처해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수많은 내로남불과 선택적 정의는 위선의 증거로 남았다.
 
그렇다고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도덕적 공백을 대체할만큼 신뢰를 얻는 것도 아니다.

국회의원 평균 재산에서 국민의힘은 지난 3월 기준 30억 원으로 민주당 의원들의 평균재산의 곱절에 가깝다. 소속 의원들의 부동산 취득 과정에 불법과 위법 의혹이 제기됐지만 경찰수사가 나오기 전에 6명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줬다.
 
윤희숙 의원 사퇴안 처리는 윤 의원이 위법 사실을 시인했음에도 그 공을 민주당에 넘긴 상태다. 민주당은 자당 의원들에 대한 뭉개기가 민망한 듯 의원직 사퇴 처리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서로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윤창원 기자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서로 죽일 듯이 싸우지만 이번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서는 약속한 듯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국민에게 여당이든 야당이든 어느 한쪽이라도 자신있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치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를 둘러싼 여야의 이처럼 무책임한 뭉개기는 정치적 냉소주의를 초래하고 국민 전체를 적대적으로 돌릴 수 있음을 정치권은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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