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패권경쟁에 WTO 퇴조.. 각자도생 내몰린 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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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기능 회복' 걱정하는 WTO
패권경쟁에 보호주의 득세.. 자유무역 위기
수출대국 한국도 불똥튈까 불안불안
포스트 코로나시대 통상위험은 더욱 커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이 가열되면서 글로벌 자유무역이 위축되는 대신 보호주의가 득세하고 있다. 그래픽=김성기 기자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이 가열되면서 글로벌 자유무역이 위축되는 대신 보호주의가 득세하고 있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세계의 무역질서를 조율해 온 세계무역기구(WTO)가 제 구실을 못하면서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하고 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1일 응고지 오콘조-이웰라(Ngozi Okonjo-Iweala) 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과 화상면담을 갖고 양자간 관심사를 논의했다. 세계무역기구 측의 요청에 의해 성사된 면담에서 다뤄진 핵심의제는 무역과 관련된 현안보다는 '세계무역기구의 위상과 정체성'이 주요하게 논의됐다.

통상교섭본부는 "2021년 12월초 개최될 WTO 12차 각료회의 준비와 향후 WTO기능회복과 강화방안이 주요의제였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WTO의 기능 약화로 다자무역질서가 원활히 작동되지 못하는데 우려를 표하면서 WTO 3대 기능 전반에 걸친 개혁을 통해 안정적인 다자무역질서를 조속히 회복해야 한다'는데 공감했다고 한다.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연합뉴스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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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의 3가지 기능은 △협상을 통한 규범 제정과 △회원국 무역 관련 조치 모니터링 및 투명성 강화 △분쟁해결이다. 하지만, 요즘 WTO는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면서 사실상 있으나마나 한 조직으로 전락했다. 국제사회에는 탄소중립을 앞두고 이와관련해 저마다 나름대로의 기준을 제정해 무역 상대국에 대해 자국 중심의 잣대 즉 '비관세장벽'을 무기로 꺼내들고 있지만, WTO는 아예 보이지 않는다.

예컨대 유럽연합이 지난 7월 탄소국경조정제도의 시행을 예고하며 탄소배출 공산품에 대한 규제를 공언하고 나왔을 때 관련국에서는 '수입품과 역내생산품 간 차별조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지만, 이에대해 국제사회가 수용할만한 규범은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당사국들은 WTO 규범을 거론하며 탄소국경조정제가 무역장벽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정작 WTO는 속수무책이다.

이쯤되면 WTO만 믿고 있다간 아무 것도 안되겠다는 생각이 퍼질 수 밖에 없고 이 경우 상대방을 강제할 힘이 미약한 약소국들이 일방적인 희생양으로 전락할 여지가 다분해진다. 사실 미국 중심의 단핵구조 세계질서가 미국과 중국, EU 등 소수 강대국의 과두체제로 재편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다자구도 세계무역질서에는 균열이 오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권의 출범부터였고 바이든 행정부 역시 자국중심주의와 미국우선주의란 측면에서는 다를 바가 없어 다자주의와 자유무역 실종의 시대가 장기화할 조짐이다.
 
WTO체제의 성립은 세계 각국의 공동번영 욕구가 맞아 떨어져 모든 무역당사국들이 머리를 맞댄 결과다. 국제사회에서 하나의 룰(RULE)이 룰로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이를 어길 경우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강제력은 필요악이다. 그러나, 세계의 패권을 놓고 다투는 경제대국간 분쟁이 발생할 때도 다자무역규범이 평상시와 똑같이 적용되기를 바라는 건 무리다.

중국이 고속성장을 거듭하며 미국의 턱밑까지 추격해오자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내내 무차별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등 중국을 잡도리하느라 선량한 조정자로서의 역할은 일찌감치 폐기처분했다. 트럼프 재임기간은 미국을 맹추격하는 중국 견제의 시기였고 규범보다는 힘을 앞세운 패권경쟁의 시대였다. 덩달아 국제무역질서는 표류했다.
 
WTO의 표류는 트럼프 행정부 중반쯤부터 본격화했다. 164개 회원국에 적용될 무역질서 규범제정은 올스톱 상태다. 각국이 자국기업에 유리한 보조금을 남발하고 있지만 이에대한 단속이 전무할 뿐아니라 WTO 분쟁조정위 상소법정의 상소위원은 전원공석이란 초유의 상황을 맞고 있다. WTO는 3명의 상소위원을 임명해 운영하고 있지만 현재 3석 모두 공석이다.
 
wto 홈페이지 캡처wto 홈페이지 캡처​​
WTO는 오는 11월30일로 예성된 각료회의를 다자주의 복원의 전기로 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미중 갈등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고 코로나 팬데믹이 경제의 각자도생을 더욱 부추기는 상황이라 WTO의 리더십이 복원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그나마 코로나19 백신 생산확대를 위한 국제기구간 협력과 모든 회원국이 참여하고 있는 '수산보조금 협상'이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은 있지만, 한번의 각료회의로 다자주의 퇴조와 각자도생의 시대로 요약되는 현 국제무역질서를 돌려놓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게 통상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세계무역질서의 재편 조짐은 벌써부터 한국에도 커다란 파급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반도체 규제를 가하자 한국 반도체의 대 중국수출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우거나 전략물자의 금수조치에 대중국 수출에 타격이 가해지는 식이다. 우리나라는 특히 북핵문제 등 동북아 안보에 있어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밀접한 관계속에 편입돼 있어 안보와 경제문제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취약점을 안고 있다.

이는 동맹관계가 어느 때보다 중시되고 당사국과의 무역협정, 탄소중립 같은 통상 이슈별 대응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코로나 팬데믹의 시대가 지나가고 글로벌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으로 접어들수록 탄소중립이 지구촌의 대세가 될수록 한국이 감당해야할 통상위험은 더 커질 지도 모른다. WTO의 무력화는 곧 수출당사국의 역할이 그만큼 커진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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