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3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예고와 관련해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왼쪽은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대구경북지역본부가 다음달 2일 파업예고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보건의료노조가 다음달 2일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노조 측이 정부가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 장관은 담화문을 통해 파업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했다.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은 31일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소재 보건의료노조 생명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두 차례 연속 마라톤 교섭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죄송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복지부와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새벽 4시까지 12차 실무협의를 진행했지만 서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조정기간인 다음달 1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보건의료노조는 2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총파업 찬반투표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나 위원장은 "협상이 진행됐던 지난 3개월 동안 '중장기 과제들이라 긴 호흡으로 논의하자'는 말을 되풀이한 것 말고 어떤 추가적인 논의를 진전시켜 왔는지 오히려 되묻고 싶다"며 "기재부 등 재정당국의 외면과 복지부의 소극적 태도로 알맹이 없이 소중한 시간을 그냥 흘려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파업 돌입 전까지 타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다시 한번 핵심 쟁점 타결을 위한 정부 여당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노조 측은 합의가 진행중인 5개 안건이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코로나 전담병원 내 의료인력 기준을 마련해야 하고 근무 간호사, 보건의료노동자에게 생명안전수당도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70개 중진료권별 지역완결적 의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공공병원을 확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와 함께 국비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복지부-보건의료노조 12차 노정 실무협의에서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이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코로나19 최전선에서 일하는 간호사의 처우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업무 비율을 대폭 낮추고 밤근무 교대제를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하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원을 확대해 교육전담 간호사 제도를 전면 확대하고 지역별로 차등됐던 야간간호료 등 지원도 일률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 위원장은 "타결을 위한 우리의 노력에도 응답이 없다면 보건의료노조 8만 조합원은 불가피하게 총파업과 공동행동에 돌입할 것"이라며 "거리두기와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세종 정부청사와 전국 각 지역에서 세상에서 가장 절박한 투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보건의료노조는 파업이 목적이 아니며 코로나19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지만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며 "코로나19 최전선의 의료인력들은 이번 파업이 사직의 꿈을 접을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노조 입장에 대해 권 장관은 이날 오전 담화문을 통해 "보건의료인력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고 공공의료를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3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예고와 관련해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또한 공공의료도 지속적으로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공공병원의 신설·확충은 각 지자체의 의지와 상당한 재정이 수반되기 때문에 협의체를 구성해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고 관계부처 협의 등을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고 전했다.
사회·경제적 여건을 고려해 보건의료인력 업무여건 개선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권 장관은 "이번에 제시한 인력기준 개선과 간호등급제 개선 등과 같은 요구에 대해서도 정부는 기본적 방향에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이는 단순한 재정문제를 넘어 의료 인력 수급 및 상급병원 의료인력 쏠림 등 의료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해관계자 협의, 정책 여건 조성, 법적절차 준수 및 법령개정 등을 준수해야 하므로 당장 시행 여부를 합의하고 시기를 적시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대안을 마련해 이견을 좁히겠다고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불법의료행위 근절을 위해 병원문화를 개선하겠다고 공언했다.
다만 권 장관은 "업무범위가 다소 명확하지 않은 수술실 진료지원인력문제는 개선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공청회를 거쳐 현장에서의 적용 가능성을 검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 장관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환자의 안전을 보호하는 것은 정부와 보건의료인 모두의 본연의 목적"이라며 "파업으로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과 선별진료소 등의 차질이 발생한다면 당장 대기환자 증가 및 중증환자 전원 지연 등으로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차질을 빚게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는 의료체계에 큰 부담을 줘 일상으로의 복귀 자체가 지체될 수 밖에 없다"며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께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