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친의 세종시 논 구입 과정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해명 기자회견을 가졌다.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부친의 땅 투기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의원직 사퇴' 선언 후 이틀 만에 기자회견에 나섰지만 석연찮은 답변으로 외려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25일 사퇴 기자회견 때와 달리 사실상 부친의 투기 의혹을 인정하는 쪽으로 선회한 가운데 당 지도부는 본인의 해명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사퇴 선언 이틀 만에 재차 회견…공수처 수사 자처, 핵심 쟁점은 "모른다"
윤 의원은 27일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국
민권익위원회의 부친 부동산 의혹 발표에 반발해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지 이틀 만에 재차 기자회견장을 찾은 것이다. 사퇴 선언 이후 부친의 땅과 관련해 투기 의혹이 언론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동시에 여권의 공세 수위가 높아지자, 이를 해명하기 위해 나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
저 자신을 벌거벗겨 조사를 받겠다"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에 자신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힌 윤 의원은 정작 핵심 의혹들에 대한 모르쇠로 일관했다. 다만 논란이 되고 있는
부친의 땅 투기 의혹에 대해선 이를 인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당초 지난 25일 회견에선
"아버지가 농사를 지으며 여생을 보내겠다는 마음으로 농지를 취득한 뒤 어머니 건강이 안 좋아져 한국농어촌공사를 통해 임대차 계약을 했다"고 했지만, 이날은 "권익위에서 소명하라고 했을 때 여쭤봤을 땐 '농사지으려 한다'고 했고 어제 보도를 보면서 놀랐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정치적 책임을 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틀 만에 입장을 180도 선회해 부친이 '농사'만이 목적이 아니고 자산 가치 상승도 함께 노렸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문제는 권익위가 윤 의원 부친의 땅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진행한 게 지난달 중순쯤이란 점을 고려하면 사퇴 선언을 한 지난 25일과 이틀 후인 이날 모두 부친의 해명을 듣기엔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지
난 25일 사퇴 선언 전에도 충분히 부친으로부터 해당 토지와 관련된 해명을 들을 수 있는데, 언론 보도가 나온 이후에야 땅 투기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윤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사퇴 선언 당시에 투기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의도적인 위반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책임지겠다고 생각했다"고만 했다.
윤 의원 부친이 2016년에 8억2200만원에 사들인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 약 3300평의 논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에도 윤 의원은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 당시 부친이 마련한 약 8억원의 자금 출처에 대해 윤 의원은 "
저는 아버님 재산이 얼마인지 모르고 있다. 한 동안 매우 소원한 관계였고 얼마인지 여쭤본 적도 없다"고 했다. 부친이 주민등록을 서울 동대문구에서 세종시로 옮겼다가, 지난달 권익위 조사 시기 즈음 재차 서울 동대문구로 이전한 경위에 대해서도 "자세한 말씀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의원직 사퇴 이후 해당 토지 관련 논란이 정점에 달하면서 윤 의원 스스로 해명 기자회견까지 자처했지만 부친과의 소통 여부는 부인했다.
윤 의원은 지난 25일 사퇴 선언 이후 부친과 전화 통화를 했는지 여부에 대해 "직접 통화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불거진 부친 토지 관련 핵심적인 논란들에 대한 제대로 된 해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일각에선 맹탕 기자회견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다른 건 몰라도 이 사단이 났는데 부친을 직접 찾아가거나 전화 통화조차 안 했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며 "일반적으로 이 정도 일이 발생하면 당사자인 부친과 아주 구체적인 대화를 해야 하는데 뭔가 이상하다"고 말했다.
초선 일부 '윤희숙 구명' 나섰지만 자중지란…당 지도부는 관망
의원직, 대선 예비후보 사퇴를 선언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최근 윤 의원에 대한 발언들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같은 상황에서 일부 초선의원들은 '윤희숙과 함께 하는 국민의힘 초선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윤 의원에게 힘을 실었다.
초선 박수영, 최형두 의원 등은 이날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거짓과 진실의 거대한 싸움이 시작됐다"며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은 윤희숙 의원의 진실을 믿는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당내 초선 전원 명의로 해당 성명서를 발표했다고 했지만, 일부 초선의원들의 의견을 달랐다. 당내 한 초선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성명서를 내는 데 초선 단톡방에서 의견을 모았지만, 약 10명 정도는 성명에 동의하지 않았는데 불쑥 발표를 한 것"이라며 "안타까운 상황에서 윤 의원을 내심 지지하는 건 맞지만 지금 이런 방식으로 개별 의사 확인 없이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초선의원들 사이에서도 윤 의원에 대한 대응책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 가운데
당 지도부는 현재로선 윤 의원의 해명을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윤 의원 가족들의 부동산과 관련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윤희숙 살리기'에 섣불리 뛰어들었다가 역공을 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윤 의원과 정치적으로 한 배를 탄 상황에서 향후 수사 결과를 통해 명백한 불법 행위가 드러날 경우 퇴로가 차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행사에 참석하느라 윤 의원의 해명을 아직까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윤 의원이 해명해야 될 부분이 있다면 해명할 수 있도록 하고 또 당이 조금 더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사태가 더 악화될 경우 윤 의원이 먼저 탈당을 선택하며 당의 부담을 덜어준 후 해명에 나서는 방안도 거론된다. 그러나 윤 의원은 무소속 신분에서 해명 여부에 대해
"제가 우리나라 정치에서 얼마나 특이한 인물인지 안다"며 "제 방식으로 책임지고 제 기준이라고 생각해달라"고 탈당을 거부했다. 의원직 사퇴 카드를 던진 이상 당적을 유지하면서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윤 의원의 부동산 이슈를 당분간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당내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 지도부가 갖고 있는 정보라고 해봐야 사실 권익위에서 넘겨 준 게 전부"라며 "일단 본인의 해명을 기다리면서 관망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