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류승완이 바란 '모가디슈'…경험 너머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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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디슈' 류승완 감독 <상>
영화에 관한 이야기들

영화 '모가디슈' 류승완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모가디슈' 류승완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올여름 최고 기대작으로 꼽혀 온 류승완 감독 신작 '모가디슈'가 한국 극장가를 살릴 구원 투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1991년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으로 인해 고립된 사람들의 생사를 건 탈출을 그린 이 영화는 연출과 이야기, 배우들 열연 등 모든 면에서 국내외 평단과 관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모로코 올 로케이션으로 이뤄진 '모가디슈'는 철저한 자료 조사와 실제 1991년 모가디슈 한가운데 있는 것 같은 체험적 비주얼을 만들어내기 위한 프로덕션은 물론 류승완 감독의 노하우가 합쳐진 결과물이다.
 
이를 두고 류 감독은 배우와 스태프들이 아니었다면 있을 수 없는 결과라고 밝혔다. 또한 '군함도'를 통해 얻은 경험이 아니었다면 '모가디슈'는 만들지 못했을 거라고 말했다. 최근 화상으로 만난 류 감독에게서 영화가 탄생하기까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상상의 범주 뛰어넘는 실화,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싶었다

 
▷ 코로나19 4차 대유행 위기 속에서도 '모가디슈'가 좋은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류승완 감독(이하 류승완) :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그냥 감사하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올림픽까지 있어서 개봉하는 상황이 쉽지 않았다. 지금은 1990년대 초중반 상황보다도 어려운 거 같다. 오늘도 강혜정 대표(제작사 외유내강)와 이야기했는데, 기적 같이 가고 있다는 생각에 정말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영화를 개봉한 것도 용기지만, 극장에 찾아오는 것 또한 용기다. 관객분들의 용기에 감사드린다. 영화 만드는 사람으로서 정말 큰 힘이 된다.
 
▷ '모가디슈'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실화를 알게 된 후, 실화 속 어떤 지점이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나? 그리고 실화를 영화로 가져오면서 어떤 점을 살리되, 어떤 점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채워 넣기 위해 고민했나?
 
류승완 : 영화 '블랙 호크 다운'(감독 리들리 스콧)에서 본 소말리아 내전 상황이 가장 강렬한 경험이었다. 당시 걸프전 중심으로 중동에서 벌어지는 너무 큰 사건들이 있어서 우리 역사에서는 잘 몰랐는데, 너무나 강렬하고 극적인 상황 속에 고립된 인물들의 모습이 영화적으로 굉장히 극적이었다. 어쩌면 우리 영화에서 한 번도 구현되지 못했던 상황을 만들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나를 이끌어서 지금까지 오게 됐다.
 
그리고 원래 사건 자체가 너무 드라마틱해서 덧셈보다 뺄셈이 더 중요했다. 실제 우리가 많은 기록을 찾아봤는데, 당시 소말리아 국영 TV 기자가 소말리아 탈출 후 영문으로 쓴 수기가 있었다. 당시 소말리아 사람의 시선으로 본 상황을 알 수 있었는데, 거기에 내전이 시작된 후 반군들이 시체로 바리케이드를 만들었다는 표현, 북한 대사관이 8번 약탈당하는 상황을 목격한 장면이 있었다. 그런 것들은 내가 할 수 있는 상상의 범주를 뛰어넘는 거였다.
 
영화 속 이탈리아 대사관으로 향할 때 정부군과 반군 모두에게 오해받아서 공격받는 장면, 그리고 총알 세례 속에서 단 한 사람만 사망했다는 것도 믿어지지 않지만, 실제 사실이다. 이런 것들을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볼 때 너무 가짜 같지 않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살아가다 보면 우리가 보고 듣고 경험한 건데 너무 가짜 같아서 믿지 못하는 경우들이 있다. 그런 것들을 어떻게 처음 본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을까 해서 많이 뺐다. 첨가한 거라면 책과 모래주머니로 차량의 방탄 장치를 만든다는 것이다. 아주 큰 줄기 안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장치를 고민했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프러덕션의 힘 '모가디슈'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법과 비슷했다"


▷ '모가디슈'는 엄청난 프로덕션의 영화인데, 어떻게 준비했나?
 
류승완 :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법과 비슷하다. 이게 하다 보니 되더라. 열심히 하면 어떻게든 된다. 그리고 사실 이건 나보다는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 팀의 노력이 모인 결과물이다. 심지어 배우들도 현장에서 스태프처럼 같이 준비하고 일했던 현장이다. 나 혼자만으로 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 영화를 만들겠다고 헌신적으로 달라 붙어준 스태프와 배우들 노력이 없었으면 난 아예 시작도 못 했을 것이다. 함께 일하는 팀원에 대한 믿음이 가장 중요했다.
 
▷ '모가디슈'는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를 모로코에 재현해 놨다. 1990년대 소말리아 모가디슈를 재현하는 과정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떠한 지점이 어려웠나?
 
류승완 : 이런 로케이션 영화를 찍을 때 빠질 수 있는 함정이 있다. 모가디슈란 공간 자체가 낯설기 때문에 뭔가 특별한게 있다고 접근하다 보면, 공간 배경에 공을 들이다가 사람이 사라지는 경우가 생긴다.

베를린에서 찍건, 모로코에서 찍건, 춘천에서 찍건, 서울에서 찍건 결국 사람이 실제 살법한 공간처럼 관객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20억원 예산이 거대한 규모지만 이런 영화를 찍다 보면 빠듯하다. 제한된 예산 안에서 실재하는 곳으로 구현하기 위해 접근할 수 있는 건 당시 사람이 어떻게 먹고, 입고, 행동하느냐다. 그래서 있는 머리, 없는 머리 다 쥐어 짜냈다.
 
실제 우리나라에 소말리아 유학생이 있는데 자문도 많이 해줬다. 젊은 세대다 보니 부모에게 연락해서 들은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주고, 그걸 참고해 구현했다. 다행히 우리가 로케이션 장소로 선택한 모로코 에사우이라가 모가디슈와 건축 양식 등이 굉장히 비슷하다. 실제 우리가 촬영할 때, 주 모로코 소말리아 대사관 직원이 찾아와 "당신들이 모가디슈 배경으로 영화를 찍는다고 하면 최적의 로케이션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촬영 중 되게 기분 좋았던 순간이 있었다. 카체이싱 촬영할 때 카메라 카 드라이버가 항공 비행사였다. 그는 1991년 소말리아에 있었는데, 우리가 만든 미술 세트를 보고 자기 있었던 곳과 되게 비슷하다고 말했다. 실제 거기 있었던 사람이 그렇게 말해주니 노력한 보람이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되게 좋았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당시 현장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조명과 촬영에서도 공을 들인 흔적이 가득하다. 이를 위해 조명감독, 촬영감독과 중요하게 논의한 지점은 무엇인가?
 
류승완 : 촬영 감독이 애너모픽 렌즈, 빈티지 렌즈를 선택했다. 아무래도 우리가 필름이 아니라 디지털 촬영을 하다 보니, 애너모픽 렌즈의 특수성이 그 시대를 재현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좀 옛날 영화 같은 느낌이 있다. 포커스할 때 애너모픽은 화면이 울렁거리는 현상이 있는데, 한동안은 그 현상이 싫어서 많은 영화에서 사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는 오히려 예전의 빈티지 느낌이 좋아서 사용하게 됐다. 밤 장면에서는 노출 반영도가 좋은 레드 제미니를 사용했다.
 
그리고 이번에 촬영과 조명에서 중요한 콘셉트로 잡은 것 중 하나는 실재하는 느낌을 관객이 체험하면 좋겠으니 인위적인 조명은 최대한 자제하자는 거였다. 모로코 현지의 광량이 너무 좋아서 광량을 최대한 이용하고, 밤 장면은 미술팀과 상의해서 조명 세팅보다 실제 광원 위주로 이용했다. 내전 이후에는 전기가 끊겨서 초에만 의지하는 상황이었고, 바깥에는 방화로 인해 불이 붙어 있으니 그 불을 최대한 이용하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스태프도, 배우들도 되게 힘들었다. 밤에 남북한 대사관 사람이 모여서 밥을 먹는 실내 장면이 있는데, 창문을 다 막으면서 실내가 완전히 밀폐됐다. 거기에 촛불을 켜니 산소가 없어지더라. 배우들이 호흡도 힘들 정도였다. 또 마지막 이탈리아 대사관 차량 역시 1980년대 제작된 버스라 엔진이 버스 내부에 있었다. 배우들이 연기하다 엔진 매연에 너무 힘들어해서, 한 번도 그런 적 없던 김윤석 선배가 연기자들 한 번만 쉬게 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우리가 배우들을 실제 상황으로 몰아넣는 바람에 고생을 진짜 많이 했다.


영화 '모가디슈' 류승완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모가디슈' 류승완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헌책방 매드맥스'로 불리는 카체이싱, 신파 최소화 등 호평


▷ 영화의 백미이기도 한 카체이싱 역시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해외에서는 '매드맥스'를 방불케 한다는 평가도 있다.
 
류승완 : 봉준호 감독이 영화를 보고 나서 '헌책방 매드맥스'라고 표현해줬다. 내가 '형, 나 그 표현 써도 돼?'라고 했다.(웃음) 우리가 노력한 만큼 그 결과물에 대해서 많이 좋아해 주셔서 되게 감사하다. 사실 쉽지 않았다. 일단 차량 상태가 굉장히 안 좋았고, 책과 모래주머니를 얹으니 차 속도가 진짜 안 났다. 우리나라 최고의 카 스턴트맨이자 자동차 액션의 대가인 윤대원 무술 감독과 팀원이 구현해 준 장면이다. 이번에 내가 얻은 건 '역시 한국 사람이 못하는 건 없구나'였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남북문제는 늘 민감한 소재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남북 이야기가 그려지는데, 현실의 남북관계가 영화 제작에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하다.
 
류승완 : 두 가지로 나뉠 거 같다. 첫 번째로 남북관계가 영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면 아마 흥행에 미치는 영향일 것이다. 거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까지 다 신경 써서 만들 수 없는 노릇이고, 내가 통제하고 관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베테랑'이 기록적 흥행을 해서 그렇지, 난 여전히 내 앞에 '천만 관객' 수식어가 붙는 게 어색하고 부담스럽고, 사실 힘들다. 물론 흥행이 되면 좋다. 그러나 내가 영화를 만드는 목표지점은 관객분들에게 영화를 보여드리는 데 있다. 남북관계 개선은 영화의 흥행을 떠나서 갖는 나의 바람이다.
 
두 번째로는, 더 중요한 것은 살아가는 데 있어서의 남북관계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마음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면 그것이 나에게는 더 중요한 부분이다. 단순히 영화를 만드는 사람뿐 아니라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가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나고 싶고, 유럽이나 다른 국가를 다니는데 비행기가 아닌 육로로 여행 가고 싶다는 바람은 다 있다. 그런 측면에서 남북관계가 개선됐으면 하는 거다.
 
그리고 지금 젊은 세대가 갖고 있는 북한에 대한 시선을 봤을 때 안타깝다. 좋은 쪽으로 개선되면 좋겠는데, 자꾸 정치도구화 되기도 한다. 통일이나 이런 절차를 넘어서서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조금이라도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고, 행복하고, 또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서로 다른 경험을 나눌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노력하면 될 거 같은데 안 되니 안타깝다. 남북관계에 대한 생각은 '베를린' 이후 조금 더 이런 식으로 바뀌었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이번 영화의 장점 중 하나는 신파의 최소화다.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연출했나?
 
류승완 : 너무 극적인 상황일수록, 벌어진 상황을 만드는 사람이 적정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걸 나도 배운 것 같다. 돌이켜보면 내가 좋아했던 영화들이 어떤 것이었나, 만들면서 너무 흥분하지 않고 내가 보고 싶었던 것에 집중하다 보니 제 자리를 찾아가는 거 같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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