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작아지는 대한민국을 피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덜 작아지도록, 더딘 속도로 오도록 대비할 수는 있습니다. 초저출생은 여성의 문제가 아닙니다. 남녀 모두의 일입니다. 국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모든 개인, 모든 세대의 일입니다. CBS는 연중기획 '초저출생: 미래가 없다'를 통해 저출산 대책의 명암을 짚고, 대한민국의 미래와 공존을 모색합니다. ▶birth.nocutnews.co.kr
스마트이미지 제공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 즉, 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는 0.84명이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은 여성이 일평생 출산하는 아이 수가 채 1명도 되지 않는 나라가 됐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18년 0.98명으로 사상 처음 1명 미만을 기록하더니 2019년에는 0.92명으로 더 떨어졌고 지난해는 급기야 0.8명대로 추락했다.
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2019년 기준 OECD 평균 합계출산율은 1.61명이다.
우리나라는 유엔인구기금(UNFPA)의 국가별 합계출산율 순위 발표에서도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전 세계 198개국 가운데 꼴찌를 기록했다.
한 국가가 현재의 인구 규모를 유지하려면 합계출산율이 2.1명은 돼야 하는데 이를 '대체출산율'이라고 한다.
OECD는 합계출산율 2.1명 이하를 '저출산 국가'로, 1.3명 이하를 '초저출산 국가'로 분류하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2002년(1.18명)부터 초저출산 국가 상태다.
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사망자 > 출생아…사상 첫 '인구 데드크로스'
대체출산율과 천양지차인 1명 미만 합계출산율 지속은 대규모 인구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사상 처음으로 연간 출생아 수(27만 2400명)가 사망자 수(30만 5100명)보다 적은 '인구 데드크로스' 즉 '인구 자연감소' 현상을 겪었다.
그런데도 지난해 국내 '총인구'(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의 11월 1일 기준 총인구)는 5183만 명으로 2019년 5178만 명보다 5만 명, 0.1% 증가했다.
연간 인구 데드크로스는 나타났으나 총인구 감소까지 현실화한 상황은 아니지만, 총인구 감소 또한 시간문제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해 통계청은 2019년 3월 '장래인구특별추계'(이하 특별추계)를 발표했다.
2017년 7월 1일 시점 국내 총인구를 기준으로 2067년까지 향후 50년간 인구 변동을 전망한 내용이다.
통계청은 1996년부터 5년 주기로 '장래인구추계'를 작성해 12월에 발표해 왔다.
통계청 "향후 50년간 국내 총인구 1200만 명 감소"
최근 장래인구추계 발표가 2016년이었으니 원래는 2021년에 2020년부터 2070년까지 인구 추계가 공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초저출산 상황이 심각하자 2019년 특별추계를 시행해 기존 전망을 긴급하게 수정한 것이다.
특별추계(이하 중위추계 기준)에서 통계청은 국내 총인구가 2017년 5136만 명에서 2067년 3930만 명으로, 50년 사이 무려 1200만 명 넘게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자체만으로도 충격적이지만, 최근 실제로 벌어진 상황에 비춰보면 오히려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무엇보다, 인구 전망의 핵심 요소인 합계출산율에서 특별추계 예상은 현실과 동떨어졌다.
특별추계는 2019년 합계출산율을 0.94명으로 내다봤으나 실제는 0.92명이었고, 지난해는 전망치(0.90명)와 실적치(0.84명) 간 격차가 더욱 크게 벌어졌다.
특히, 특별추계는 합계출산율이 올해 0.86명까지 감소하다가 내년 0.90명을 시작으로 반등을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2040년에는 1.27명으로 상승? 0.73명까지 하락?
2025년 1.0명으로 1명대를 회복하고 2040년 이후에는 1.27명을 꾸준히 유지한다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현실은 통계청의 합계출산율 반등 시나리오를 전혀 뒷받침하지 못한다.
최근 월간 인구 통계가 작성된 지난 5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 출생아 수는 66개월 연속 감소했고, 동월 기준 출생아 수 역대 최저 기록도 62개월째 이어졌다.
월간 자연증가 마이너스 즉 자연감소 현상은 19개월째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합계출산율 반등은 언감생심이다.
실제로 국회예산정책처(NABO) 인구전략분석과는 지난 3월 발표한 '내국인 인구 시범추계'에서 내국인 합계출산율이 2040년 0.73명까지 지속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통계청 반등 시나리오 1.27명의 거의 반 토막 수준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합계출산율을 0.73명으로 가정했을 때 2040년 내국인 인구 규모를 4717만 명으로 전망했다.
바닥 찍었던 합계출산율 반등은 남의 나라 얘기
3개월 이상 국내 거주 외국인까지 포함하는 통계청의 2040년 총인구 전망치로부터 추정한 내국인 수 4858만 명보다 141만 명이나 적은 수치다.
선진 외국의 경우 합계출산율 반등 사례를 찾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프랑스는 1994년 1.66명으로 저점을 찍었던 합계출산율이 이후 꾸준하게 상승해 2010년에는 2.02명에 이르렀다.
스웨덴은 더욱더 극적인데, 1980년 1.6명까지 떨어졌으나 불과 10년 만인 1990년에는 2.14명으로 급상승했다.
2000년 다시 1.5명으로 하락하자 역시 10년 만인 2010년에 1.98명까지 올랐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1970년대 중반부터 합계출산율이 급락해 2005년 1.26명으로 저점을 찍었지만, 2015년 1.45명까지 회복했다.
각국 정부의 저출산 대응 정책과 출산 지연 둔화에 따른 '템포(tempo)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 이들 합계출산율 반등 사례는 남의 나라 얘기일 뿐이다.
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인구정책 보고 따라갈 선진국 이제 더는 없어"
우리나라는 2002년 1.18명으로 초저출산 국가의 길에 들어선 이래 미세한 등락만 거듭하더니 2016년부터는 가파른 내리막길 일변도다.
유럽 등의 선진국과 달리 저출산 현상이 단기간에 급속도로 진행된 점도 우리나라 인구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는 요인이다.
한양대 사회학과 유삼현 교수는 "유럽은 50년, 길게는 100년에 걸쳐 저출산이 천천히 진행된 반면, 우리나라는 브레이크 없이 너무 빠른 시간에 내달렸다"고 지적했다.
특히, 유삼현 교수는 "우리나라의 출산율 하락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열 일을 제쳐 두고 그 속도를 늦추는 데 전념해야 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대부분 선진국처럼 합계출산율이 1.6명에서 1.7명 수준만 유지해도 인구 감소가 서서히 진행돼 충분한 대응이 가능하지만, 1명 미만은 차원이 완전히 다르다는 얘기다.
유 교수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인구정책은 다른 선진국을 보고 따라가면 됐지만, 이제 더는 보고 따라 할 국가가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최악인 우리나라의 초저출산 문제는 오롯이 우리 스스로가 해결해야 할 지상과제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