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간첩' 요란한 수사에도 존재감 '?'…'수사 의도' 뒷말 나오는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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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활동가'들 노동계, 진보진영 "기피 대상"

'간첩 혐의'로 수사를 받는 청주 지역 활동가들에 대해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형량이 가장 높은 '간첩죄'를 적용할 만큼 주요 인물로 지목하고 있지만, 실제 노동계 내에선 소위 '아웃사이더'로 분류될 만큼 영향력이 미비한 인사들이라는 평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들의 정체가 임무를 수행할 역량이 있는 '전문 간첩'이라는 보다는, 적극적으로 북한을 추종하는 '자생 간첩' 아니냐는 시각도 일각에서 제기되면서 사건 배경 자체에 뒷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간첩 혐의' 청주 지역 활동가 국정원, 경찰 강도 높은 수사
'간첩죄' 적용할 만큼 주요 인물 지목…그러나 실상은
노동계, 진보진영 내에선 '기피 인물'…"어디든 마찰, 갈등 빚어"
갖가지 모금 활동 '생계형 간첩'…'자생 간첩' 시각도
사건 왜 이리 커졌나…정치권, 국정원 숨은 의도?

충북동지회 조직원들. 연합뉴스충북동지회 조직원들. 연합뉴스
'간첩 혐의'로 수사를 받는 청주 지역 활동가들에 대해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형량이 가장 높은 '간첩죄'를 적용할 만큼 위험 인물들로 지목하고 있지만, 실제 노동계 내에선 소위 '아웃사이더'로 분류될 만큼 영향력이 미비한 인사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피의자들은 가입한 노동단체 및 진보정당에서 제명이나 징계 조치 되는 등 마찰을 빚어 쫓겨나기 일쑤였다. 북한의 지령에 따라 여러 인사들에 대한 포섭을 시도하거나 정치권 진출 등을 노렸으나 이 역시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의 정체가 임무를 수행할 역량이 있는 '전문 간첩'이라기 보다는 시대착오적이거나 낙오된 정체성의 '자생 간첩' 아니냐는 시각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강도 높은 수사는 필수겠지만, 사건이 이만큼 커진 이면에는 모종의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뒷말' 또한 나오는 실정이다. 특히 선거철이 맞물리고 정치권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갖가지 해석들이 오르내리는 양상이다.

청주 지역 활동가들, 실상은 노동계 '기피대상'


1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간첩 혐의'를 받는 청주 지역 활동가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충북 지역에서 '새아침 노동청년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함께 활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활동가 박모(57)씨와 부인인 박모(50·여)씨, 윤모(50·여)씨가 만든 이 단체에 2001년 한 안경제조업체 노조위원장 출신인 손모(47)씨가 합류하면서 현재의 '4인 체제'가 형성됐다.

지역 노동계 등에 따르면 이들은 지역 인사들과 갖가지 '마찰'로 구설에 자주 올랐다. 1990년대 후반 충북노동계 '대부'로 불렸던 고(故) 정진동 목사와의 마찰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정 목사는 청주공단의 한 노동자 해고 사건과 관련 사측의 금전 보상안을 이끌어 냈지만, 박씨 일행이 '노동자들의 투쟁의지를 돈에 팔아 넘겼다'며 정 목사의 교회를 점거하고 농성을 진행했다. 사건을 기억하는 한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노동계에선 당시 농성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며 "사실상 그때부터 인물들의 면면이 심상치 않았다"고 회고했다.

노동단체나 진보정당 가입이나 활동 과정에서도 이들은 이른바 '트러블 메이커'였다는 증언이 나온다. 박씨는 지난 2016년 12월 민주노총 소속 전국금속노동조합에 가입 신청을 냈지만, 노조 측은 과거 마찰 전력을 우려해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박씨는 소송을 제기했고, 승소해 가입에 성공했다. 이후 노조 측에 변호사 비용 등 갖가지 지원을 요구해 노조는 난감한 입장에 빠졌다고 한다. 그러다 조합비를 1년 간 내지 못해 지난 6월쯤 자동으로 탈퇴 조치됐다.

박씨 부인인 박모씨는 2003년 민주노총 여성연맹 사무처장으로 활동했지만, '위원장 사칭', '사무실 점거' 등 갈등 끝에 제명됐다. 윤씨와 손씨, 손씨 부인 김모씨의 경우 2018년 한 진보정당에 당원 가입했지만, 분회를 임의로 결성하고 F-35스텔스기 반대 운동에 임의로 당의 명칭을 사용하는 등의 독자적 행동으로 징계를 받았다. 윤씨와 김씨는 탈당했으며, 손씨는 이에 반발해 당을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하기도 했다.

이들을 경험해 본 인사들은 "우리는 피해자"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청주 바닥이 좁은데 이들은 모두 '기피 대상'이었다"며 "피해를 본 단체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 조직을 장악하려는 의도 같았는데, 너무 무리하고 이상한 행동들을 많이 했다"라고 밝혔다.

활동가 4인이 현재 활동하는 단체는 A 대전충북노동조합, B 협동조합이다. 위원장이나 이사는 사실상 4인 뿐이다. 결국 조직 확대보다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해 왔다는 정황이 짙은 셈이다.

북한으로부터 각계 인사 60여명을 포섭하라는 지시를 받아, 이를 실제 성공했는지도 의문점이 가득한 상태다. 포섭 명단에 오른 한 인사는 "전화 한 통화 받았을 뿐인데, 이들이 잡혀 간 후 갑자기 포섭 대상으로 언급되서 당황스러웠다"며 "이들이 누굴 포섭할 만한 역량이나 신뢰를 가진 인물들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연합뉴스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연합뉴스
현재 국정원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은 포섭 대상이 된 인물들을 줄줄이 참고인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출석 통보를 받았다는 또 다른 인사는 "전혀 갈 만한 거리가 없다고 얘기했는데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토로했다.

전문 간첩인가, 생계형 자생 간첩인가…사건 배경에 '뒷말'


물론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들을 감안할 때 이들의 '간첩 혐의'가 만만치는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정원과 경찰 등을 종합하면 이들은 최근 4년여간 지령문과 대북 보고문을 80건 이상 주고 받았으며 해외를 다수 방문해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주통일 충북동지회'라는 조직을 결성하고 임무 분담을 북한에 보고했으며, 혈서로 충성을 맹세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현재 이들 4명 중 3명은 구속된 상태다.

다만 사건이 이만큼 대대적으로 확대될 정도로 '전문 간첩'인지 여부는 물음표가 붙는 상황이다.

노동계와 진보진영 안팎에서는 이들이 스스로 북한을 추종해 접근하는 '자생간첩' 이거나 통일 묘목 백만그루 모금 운동, 윤석열 전 총장 탄핵광고 모금 운동 등의 활동을 볼 때 '생계형 간첩'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이밖에 북한에서 받은 '공작금' 횡령 사건이 이들 사이에서 불거진 것을 보고 "북한이 포섭 간첩을 잘못 짚은 게 아니냐"는 우스갯 소리조차 나온다.

이들의 실체는 국정원과 경찰에서도 상당수 파악하는 모양새다.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수사기관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이들 4인의 직업 및 사회 활동이 언급되며 "피의자들은 직업이 없는 상태이고, 과거에도 무직이거나 빈번 이직한 사실이 있어 도주 우려가 크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정황을 종합해보면 결국 사건 수사 자체 배경에 여러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함께 활동해왔고, 국정원이 오랫동안 들여다봤던 인물들을 이제서야 대대적으로 꺼내든 의도가 무엇이냐는 시각이다.

일각에선 선거철이 다가오는 시점을 감안할 때 여권의 특정 유력 대선 후보를 겨냥한 수사가 아니냐는 '음모론'도 나온다. 청주 지역 활동가들 '윗선'에 있을 가능성이 있는 운동권 인사들과 연관이 있는 후보가 불리한 사안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영장에는 수도권의 강경 친북주의 단체의 이름이 수 차례 거론되는데 이들 중 일부는 해당 후보의 과거 선거 캠프 활동 전력이 있다.

피의자 중 일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과거 후보 시절 '특보' 경력이 문제시되는 분위기지만, 그것과는 전혀 다른 맥락의 노림수가 '서브 플롯'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정치권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다.

국정원을 중심에 놓을 경우 2024년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해야 하는 상황에서 '항의' 혹은 '존재감', 즉 '우리 조직이니까 가능한 수사'라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해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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