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학교 가는 길' 스틸컷. 스튜디오 마로·영화사 진진 제공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현 서진학교) 설립을 위해 무릎까지 꿇은 부모들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학교 가는 길'의 상영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이 제기됐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에 따르면,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며 결성된 '강서 특수학교 설립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참여 주민 1명이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에 영화 '학교 가는 길'(감독 김정인)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접수했다.
채권자는 본인의 행위가 님비(NIMBY, 꼭 필요한 공공시설이지만 자신이 사는 곳에 설치하는 것만은 기피하는 현상)가 아님에도 영화에서 님비와 같이 나타나 명예훼손적 내용을 담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3년 서울시교육청은 폐교를 맞은 공진초등학교 부지에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를 설립한다는 내용의 행정 예고를 내렸다. 그러나 학교 부지에 한방병원을 건립하겠다는 지역구 의원의 공약까지 맞물리며 지역 주민들은 특수학교 건립을 반대하고 나선 바 있다.
이번 상영금지 가처분 소식이 전해지자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은 탄원서를 통해 "채권자의 행위가 님비에 해당하는지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영화가 가지는 공익적 가치"라며 "학교 설립을 둘러싼 찬반 양측의 대립만을 단편적으로 기록한 것이 아니라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폐해, 모순된 사회 구조 속에서 오랜 기간 고통을 당한 주민들의 애환 등 지역의 역사성과 특수성을 충실하게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로 인해 뜻하지 않은 피해를 받는 인물이 생기지 않도록 전문가 자문을 거치기까지 했다는 점에서 영화의 내용뿐 아니라 제작 과정에도 공익에 대한 제작진의 고민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부모연대는 "부디 이 영화가 더 많은 사람에게 상영될 수 있도록, 장애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줄이고 우리 사회가 따뜻한 공동체로 거듭나는 데 널리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학교 가는 길'은 강서 특수학교인 서진학교의 개교를 위해 무릎까지 꿇는 강단과 용기로 17년째 멈춰 있던 서울 시내 신규 특수학교 설립을 끌어낸 용감한 어머니들의 사연을 조명한 영화다. 지난 5월 5일 개봉 이후 지자체, 교육청, 유관 기관 등의 관람 요청이 이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