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리우올림픽 8강전 패배 후 승리한 상대 선수의 손을 들어 올려주며 '리스펙트'를 전한 한국 태권도의 간판 이대훈.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경기에 지면 속으로는 아쉽죠. 헤드기어를 던지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상대를 존중해주는 입장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한국 태권도의 간판 이대훈은 지난 2016년 브라질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태권도 남자 68kg급 8강전에서 아흐마드 아부가우시(요르단)에게 졌다. 이대훈은 세계랭킹 2위, 아부가우시는 40위, 그야말로 이변이었다.
접전 끝에 8대11로 패한 이대훈은 승자와 패자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리는 국제대회 무대에서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했다.
상대를 바라보다가 환하게 웃으면서 다가가 자신의 손으로 직접 승자의 손을 들어올린 것이다.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승자를 치켜 세워주는 동작이었다.
당시 이대훈은 "어릴 때는 경기에서 지면 슬퍼하기에 바빴다. 예전 올림픽에서는 지고나서 상대가 어떤 세리머니를 하는지 못 봤다"며 "경기에서 승자가 나왔을 때 패자가 인정 못한다는 식으로 나오면 승자도 기쁨이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패자가 인정해주면 승자도 마음 편하게 다음 경기를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게 스포츠맨십,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비슷한 장면이 2020 도쿄올림픽 무대에서 재현됐다.
이다빈(서울시청)은 지난 27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태권도 여자 67kg 초과급 결승에서 밀리차 만디치(세르비아)에 7대10으로 패해 은메달을 땄다.
평생의 숙원인 금메달을 눈앞에서 놓친 순간 선수가 느끼는 안타까운 마음은 그 누구도 헤아릴 수 없다.
한국 태권도 이다빈이 도쿄올림픽 태권도 여자 67kg급 결승에서 패한 후 상대 선수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축하 인사를 전하고 있다. 지바=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하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한 이다빈은 당당했다. 패배 후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꺾고 챔피언의 자리에 오른 만디치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패자의 흔치 않은 행동에 깜짝 놀랐을 만디치도 예의를 갖춰 이다빈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다빈은 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저도 물론 힘들게 준비를 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준비했지만 모든 선수들이 다 간절하고 힘든 훈련을 거쳐서 이 무대에 서게 되는 거라고 생각을 해서 승리한 선수를 축하해 주겠다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다빈은 "그 선수는 축하받을 일이니까 축하를 해줘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해서 그런 모습이 나왔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획득했다.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한국 선수가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쿄올림픽에서는 총 7개 나라 선수가 8개의 금메달을 나눠 가졌다. 그만큼 태권도가 전 세계에 보급됐고 전력 평준화가 이뤄졌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한국 태권도는 종주국의 위엄을 과시했다는 평가다. 올림픽 정신은 승패가 전부는 아니다.
이다빈은 "이기겠다는 각오로 들어가기는 했지만 거기서 졌다고 그 자리에서 아쉬움을 내비치는 모습을 하면 승리한 선수도 조금 마음이 안 좋지 않을까"라며 "조금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당신은 정말 대단한 선수야' 그런 마음이 나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