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자료사진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의 호남 민심 잡기 경쟁이 치열하다.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며, 양강 구도로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자 민주당 경선의 전략 요충지인 호남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이 지사의 '백제 발언' 논란이 민주당 경선을 뒤덮은 것은 우연이 아닌 셈이다. 논란은 '호남 불가론'에 이어 '지역주의 조장 발언'으로 번졌다. 26일에도 여진은 계속됐다.
우선 이 전 대표는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재명 경기지사를 향해 재반박을 이어갔다. 이 지사가 전날 언론 인터뷰 녹취록을 공개하며, '자신은 이 전 대표를 칭찬하기 위해 한 말'이라고 '백제 발언'을 해명한 데 대한 반격 성격이다.
이 전 대표는 "우선 백제를, 전국을, 이런 식의 접근 글쎄요. 저는 상식적인 반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어떤 사람과 지역을 연결해 확장력을 얘기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앙일보 기자들이 인터뷰하고 보도를 했다. 기자들이 바보는 아니지 않느냐"라고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이처럼 '백제 논란'에 대한 반박을 한 뒤 광주로 향했다. 이 지사의 백제 논란이 '호남 불가론'으로 확산되는 와중, 광주를 찾은 것이다. 이번 백제 발언 논란이 호남 지지를 두고 벌이는 이 지사와의 경쟁과 무관할 수 없다는 점을 몸소 보인 셈이다. 이 전 대표는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으로 광주를 찾았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광주에서 '광주·전남 과학기술 전문가 간담회', 'MZ세대 사무직노조 간담회', '내 삶을 지켜주는 문화·복지 포럼', '광주 CBS 라디오 출연', '어린이 안전 지킴이 간담회' 등의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이 지사 측도 이 전 대표 측에 밀리지 않았다. 이 지사는 이날 SNS를 통해 언론 녹취록에 있어 인터뷰 음성까지 공개했다. 이 지사는 "지역감정을 누가 조장하는지, 이낙연 후보님 측 주장이 흑색선전이 아닌지 직접 들으시고 판단하라"고 했다.
이재명 캠프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백제'라는 단어 하나를 갖고 호남 역차별이라든가 지역주의라는 문제를 제기하는 건데 맥락을 봐야 한다"며 "이 지사 인터뷰에서 눈 씻고 찾아봐도 지역주의 관련 내용은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이재명 캠프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고의적 사실왜곡 주장이 사실에 근거한 검증 아닌 흑색선전의 경우 당이 강력하게 인사를 제재한다는 내용이 (원팀 공정선거 협약식에)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며 당 선관위에 요구하기도 했다. 각 캠프 간 경쟁이 치열해지자, 당에 제재를 요구하는 상황까지 치달은 것이다.
이 지사는 주말사이 1박 2일 일정으로 광주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재명 지사는 24일 광주 학동 건물 붕괴 피해자과 종교계 인사들을 만난 데 이어 25일에는 광주지역 언론사들과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양강 구도가 만들어지자, 뒤이어 호남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는 데는 호남에 민주당의 강성 지지층이 많아서만은 아니다. 호남은 민주당 경선에서 전략적 요충지로 받아들여져왔기 때문이다. '이길 후보를 뽑는다'는 정서가 강해 민주당에게 호남은 대선의 바로미터로 인식된다.
특히 이번 경선에서도 호남 경선은 1차 슈퍼위크가 끝나고 추석 직후여서 더욱 민심의 풍향계로 받아들여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네거티브 등 호남을 둘러싼 쟁탈전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캠프 관계자는 "이 지사의 호남 방문에 맞춰 백제 논란을 제기한 만큼 호남을 의식한 네거티브라고 보고 있다"며 "앞으로 더 심해질 것에 대비해 선관위가 나서야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