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청정신기술연구본부 연구진이 개발한 탄소-실리콘 복합음극용 전처리용액. KIST 제공우리가 사용하는 전자기기의 배터리를 완충하면 100%로 표시되지만 사실은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의 10~30% 정도가 사라진 수치다.
왜 그럴까? 배터리의 생산 및 안정화 공정에서 첫 충전시 리튬이온의 일정량이 영구적으로 손실되기 때문이다. 역으로 손실되는 10~30%가 배터리에 보존될 수 있다면 전기자동차나 스마트폰의 전지효율은 그 만큼 좋아지고 사용시간도 늘어날 것이다.
16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리튬 배터리의 흑연-실리콘 복합음극 제작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전처리 용액을 개발해 실리콘 함량을 50%이상으로 늘림으로써 기존 대비 2.6배 이상의 용량을 갖는 음극 소재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개발된 전처리 용액의 역할은 흑연-실리콘 전극을 담가 손실될 리튬(10~30%)을 추가로 공급해 줄 때, 전극의 흑연구조 내부로 용액 안의 리튬이온이 아닌 다른 물질이 함께 들어가 흑연이 파괴되는 걸 막아주는 것이다.
연구팀은 "전극 파괴를 방지할 수 있도록 용액 내 분자들의 상호작용의 세기를 조절, 새로운 조성의 용액을 개발해 실리콘과 흑연이 혼합된 전극에서도 안정적으로 손실될 리튬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흑연-실리콘 전극을 해당 용액에 1분 정도 담구면, 실리콘의 비율을 50%까지 올려도 초기 리튬 소모 현상을 완전히 차단, 첫 충전 시 1% 이하의 리튬을 소모하는데 그쳐 100%에 가까운 높은 초기효율을 보였다. 이 기술을 적용할 경우 기존 흑연만을 사용한 음극에 비해 약 2.6배 높은 용량을 가지며, 250회 충·방전하는 내구성 시험 후에도 87.3%의 용량이 유지되는 우수한 수명 특성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KIST 이민아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기존 15% 이내에 머물던 흑연-실리콘 복합음극 내의 실리콘 함량을 50% 이상으로도 올릴 수 있어 보다 높은 용량의 배터리 생산이 가능하다."며 "향후 전기자동차의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용화된 리튬 배터리는 음극 소재로 흑연을 사용하고 있고, 실리콘은 에너지 저장능력이 흑연 대비 5~10배 높지만 리튬 소모량이 많아(3배) 흑연-실리콘 복합전극이 차세대 음극 소재로 부상하고 있다. 연구팀이 흑연-실리콘 전극의 초기 리튬 손실을 차단하면서도 흑연이 파괴되는 문제점까지 해결함으로써 배터리 연구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연구에는 KIST 에너지저장연구센터 이민아 박사, 에너지소재연구센터 홍지현 박사, 수소·연료전지연구센터 정향수 박사가 공동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