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7일 경기 파주의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대선 후보 정책 언팩쇼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사이다'로의 회귀를 선언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면 이번 경선 국면에서 표심이 차츰 이 전 대표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당내 친문(친문재인) 지지층에 대해서는 적극 애정을 나타내며 이른바 '투트랙'으로 선두를 굳히려 하고 있다.
이낙연만 때리는 이재명 측…"네거티브 본원지이자 2등이기 때문"
이 지사 캠프의 좌장격인 민주당 조정식 의원과 정성호 의원은 15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캠프의 전략 기조와 인선 등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는데, 방점은 경쟁 후보들의 네거티브에 대한 단호한 대응이었다.
이들은 경쟁 후보들의 이 지사를 향한 공격에 가짜 정보는 물론 악의적인 왜곡과 후보 본인이 아닌 가족을 향한 비난 등이 담겨 있다며 더 이상은 참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전날인 14일 이 지사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원래로 되돌아가야 될 것 같다"며 마치 권투 경기에서 발을 쓰는 것과 같은 반칙적인 경쟁자들의 행동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조 의원은 "각 후보 캠프에 당부한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네거티브의 진원지로 지목한 것은 이 전 대표 캠프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와 윤 전 총장 간의 결혼 전 문제를 '사적인 부분'으로 보고 그 부분까지 언급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한 것을 두고 '쥴리의 호위무사'라고 비난하거나, 이 지사를 '미필 야당'으로 분류한 그래픽을 확산시킨 일 등을 이 전 대표 측의 움직임으로 본 것이다.
특히 이 전 대표가 이 지사를 향해 '참을성이 없다'고 지적한 데 대해서는 "모 후보 측을 보면 이 지사의 발언을 왜곡하거나 악의적인 공격이 너무 많다"며 역으로 이 전 대표 측이야 말로 악의적인 네거티브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마치 '쥴리의 호위무사'라고 공격하거나 후보의 가족까지 건드리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정당당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 그런 것을 가지고 '참을성이 없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며 참지 못하게 만든 원인을 이 전 대표 측이 제공한 것이 아니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TV조선, 채널A 공동 주관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가족이나 스캔들 등과 관련한 이 지사 견제에 다른 후보들 또한 참여했음에도 이 전 대표에 대해서만 공격을 집중하는 데는 이 전 대표가 2위 주자라는 점과 최근 지지율이 상승세에 접어들었다는 점이 작용했다.
대세를 형성하고 있는 이 지사를 상대하려면 결국 이른바 '반(反)이재명 전선'이 구축돼야 하는데 그 중심에 설 가능성이 높은 이 전 대표에게로 화력을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경선에서 과반을 얻느냐 못 얻느냐의 싸움은 결국 2위 후보가 얼마만큼의 표를 얻느냐와 관련성이 높지 않겠느냐"며 "다른 군소 주자들 견제에까지 힘을 분산시키는 것보다는 이 전 대표에게 전력을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짙어지는 친문 향한 구애…본선 승리 위해서는 당력 집중 필요
반면 당내 친문 지지층에 대한 이 지사측의 공들이기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계속되고 있는 친문 진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 민주당과의 공동체성을 거듭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정 의원은 "이 지사는 2018년 경기도지사에 취임한 이후 거의 대부분의 행사장 등에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가치관이 경기도에서 성공하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굉장히 여러 번 말했다"며 "이 지사가 경기도를 이끌면서 많은 성과를 이끌어낸 것이 문재인 정부의 성공에도 많이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친문의 적자(嫡子)로 불리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이 지사와 김 지사는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공감대를 가지고 있고 여러 현안에 대해 수도권 집중이 되지 않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해왔다"며 적지 않은 친분이 있음을 강조했다.
친문 지지층과 이 지사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게 된 계기인 2017년 대선 경선에 대해서도 "경선 과정에서 이 지사의 조금 과한 발언으로 상처 입은 분들도 이제는 그런 부분들을 이해하고 정권재창출에 함께 하리라고 믿는다"며 거듭 친문에 대한 진정성을 강조했다.
대선 예비경선을 통과한 정세균, 이낙연, 이재명, 추미애, 박용진 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자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 결과발표를 마치고 악수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같은 이 지사 측의 움직임은 본선에서 범보수 진영 후보를 꺾기 위해서는 당내 모든 세력이 힘을 모아야만 한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2007년 대선에서 민주당 정동영 후보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사상 최악의 참패를 당한 것과 같은 당내 분열이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최근 이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세에 적지 않은 친문 지지층이 유입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들의 표심을 다시 이 지사에게 돌림으로써 경쟁자의 지지율은 낮추고 이 지사의 지지율은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 또한 노리고 있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본선을 고려하면 결국 당내 모든 계층과 계파를 함께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며 "당 대선 후보가 된다면 야권 주자와의 승부에서 이길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실 텐데 지금부터 그런 발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