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 뒤 숨진 공군 이모 중사의 부모가 지난달 28일 경기 성남의 국군수도병원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군 부사관 성추행 사건 피해자 A중사와 '최초 신고'에 해당하는 통화를 했으면서도 군사경찰에 제출하지 않은 선배 부사관과 대대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국방부 검찰단은 20전투비행단 정보통신대대장과 같은 부대 김모 중사를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현행법은 자신의 범죄에 대한 증거인멸은 처벌하지 않지만, 타인의 범죄에 대한 증거인멸은 처벌하고 있다.
관련해서 지난달 28일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이 국방부 조사본부로부터 보고받은 내용에 따르면, 숨진 A중사는 성추행 피해 당일인 3월 2일 밤 같은 부대 선임 김모 중사에게 전화를 걸어 피해 사실을 알렸다.
이 내용은 김 중사의 휴대전화에 녹취파일로 저장됐고, 내용이 대대장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군사경찰은 사건 이후 김 중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파일의 존재를 확인하고도 확보하지 않았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서대문구 군인권센터에서 '이 중사 죽음 덮으려 한 공군 군사경찰, 문건 증거 확보' 기자회견을 갖고 해당 문서를 공개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국방부 조사본부는 군사경찰 수사관이 '녹취 자료를 제출해줄 수 있느냐'고 묻자 김 중사가 '피해자에게 동의를 구하고 제출하겠다'고 답했는데, 그 뒤 추가로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중사도 이 파일을 제출하지 않았다.
A중사의 아버지도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성추행 당일 선임(김 중사)한테 (전화해) 처음 피해 사실을 알렸다"며 "전화를 받았으면 즉각 보고를 해야지, 최초 신고 때 그랬으면(조치됐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군 당국은 이 파일도 확보하지 않고 가해자 조사도 하기 전에 '불구속' 방침을 결정한 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대장과 수사계장 또한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문제의 녹취파일은 지난달 1일 오후 국방부로 사건이 이관된 뒤에야 증거로 확보됐다고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