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성기 기자
저금리 대환대출을 해주겠다는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원 말에 속아 제주에서 서울까지 가서 돈을 건네 주려던 40대 회사원. 경찰의 발 빠른 공조 수사로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2일 제주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9일 제주시 한 직장에 다니는 A(48)씨는 전화금융사기 조직이 금융회사를 사칭하며 보낸 휴대전화 문자를 받았다. 저금리 대출을 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사기인 줄 몰랐던 A씨는 전화를 걸어 안내를 받았다. 사기 조직원은 A씨에게 "기존 대출금을 갚아야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다. 7월 1일 서울 김포공항에서 직원을 만나 돈을 건네라"고 속였다.
A씨는 "대출금을 갚으러 서울에 간다"고 말한 뒤 제주국제공항으로 향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황진환 기자
이 말을 믿은 A씨는 지난 1일 오전 회사 직원에게 "대출금을 갚으러 서울에 간다"고 말한 뒤 제주국제공항으로 향했다. A씨의 수중에는 사기 조직에게 건넬 현금 5700만 원이 있었다.
그 사이 회사 직원이 A씨의 말을 이상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전화금융사기 범죄로 보고 A씨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려고 했으나, A씨는 계속해서 전화를 끊어버렸다.
경찰은 A씨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8개 항공사를 상대로 전부 확인해 A씨가 이날 오후 1시쯤 김포행 항공기에 탑승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후 김포공항경찰대에 공조 요청을 했다.
김포공항경찰대 직원은 A씨가 비행기에서 내린 직후 곧바로 접촉해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다. 다만 현금 수거책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현장을 벗어난 터라 검거하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같이 '기존 대출금을 갚으면 저금리로 대출을 해주겠다'는 등의 문자와 전화는 모두 전화금융사기"라며 도민들에게 사기 피해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